삼성 시리즈5 울트라, ‘진짜’ 울트라북이란 이런 것
울트라북이란 인텔 2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적절한 성능, 2cm 이하의 얇은 두께, 1,000달러(한화 약 115만 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인텔의 차세대 노트북 제품군이다. 인텔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12년 말까지 울트라북은 노트북 시장에서 약 4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 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이 원하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기가 힘들었기 때문. 이에 지난 해 말까지 출시된 울트라북 대다수는 1,000달러 이하라는 가격을 맞추지 못해 반쪽짜리 울트라북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삼성 최초의 울트라북 ‘시리즈5 울트라(이하 시리즈5)’는 다르다. 시리즈5의 국내 공식 출고가는 13인치 모델이 131만 원, 14인치 모델이 136만 원이지만, 북미 출고가는 999달러(VAT 미포함)로 인텔의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는 110만 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다. 대다수가 120만 원에서 170만 원선에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타 울트라북보다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또한, 인텔이 제시한 울트라북의 다른 조건도 대부분 만족한다.
삼성은 시리즈5를 13인치와 14인치 두 가지 크기로 출시했다. 두 제품의 외관은 매우 흡사해 쌍둥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프로세서도 인텔 2세대 코어 i5– 2467M으로 동일하고, 심지어 출고가도 별 차이 없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외장그래픽 프로세서 유/무나 DVD 드라이브 유/무 등 몇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얼핏 보면 같은데 요모조모 따져보니 완전히 달라
두 제품의 외관만 살펴보면 쌍둥이 그 자체다. 은회색의 알루미늄 몸체나 극도로 얇은 화면 베젤 등이 똑같다. 내부 구성도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프로세서가 같다. 두 제품 모두 울트라북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인텔 2세대 코어 i5 – 2467M을 탑재했다. 그리고 두 제품 모두 4GB 메모리(RAM)와 SSD 16GB와 HDD 500GB가 섞여있는 하이브리드 하드드라이브를 탑재했다. 최대 해상도는 1366x768(16:9)로 동일하다. 130만 화소의 웹캠 및 마이크도 내장하고 있다(단, 두 제품 모두 128GB SSD를 탑재한 상위모델도 있으며, 하위모델보다 가격이 약 20만 원 가량 비싸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13인치 제품은 가벼운 무게를 실현하기 위해 DVD 드라이브와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를 뺐다. 다시 말해 뛰어난 휴대성과 적절한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를 타겟으로 한 제품이다.
14인치 제품의 무게는 1.79kg(SSD 제품기준)이다. 기존 14인치 크기의 일반 노트북 무게가 보통 2.2kg~2.5kg 내외임을 감안하면 가벼운 제품이다. 다만, 타 울트라북과 비교하면 약간 무거운 편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이) 타 울트라북과 달리 DVD 드라이브와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 AMD 라데온 HD7550(메모리 1GB) 등을 탑재했다. 따라서 갖춰야 할 것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즉, 기존 일반 노트북과 성능이 비슷하지만, 무게는 훨씬 가볍다는 것. 참고로 DVD 드라이브는 나사 하나만 풀면 본체에서 분리할 수 있다. 무게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할 수 있는 요소다.
휴대성은 나만 믿어
시리즈5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성이다. 13인치 제품의 무게는 1.45kg(HDD 제품기준). 전원 어댑터를 포함해도 1.6kg이다. 대학교 전공서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백팩이나 크로스백 어디에 넣어도 부담되지 않는다. 더불어, 크기도 작다. 기존 12인치급 노트북과 비슷한 크기다. 14인치 제품 크기도 기존 13인치 노트북과 별 차이가 없다. 이는 시리즈5의 베젤을 1cm 내외로 극도로 얇게 제작했기 때문이다.
14인치 제품은 13인치 제품보다 무겁긴 하지만, 휴대하기에는 버겁지 않다. 실제로 필자가 휴대하며 사용한 제품은 14인치 제품이었다. 주말 내내 백팩에 넣고 다녀도 전혀 부담되지 않았을 정도. 과거 무게 2kg가 넘는 13인치 노트북을 들고 낑낑대며 돌아다닌 것을 생각하니, 기술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성능도 남 부끄럽지 않아
14인치 제품은 별도의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인 AMD 라데온 HD7550(메모리 1GB)을 탑재했다. 따라서 원활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를 많은 사용자가 즐기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와 ‘배틀필드3’를 통해 확인했다.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25~30내외의 프레임이 유지되어야 하고, 보다 실감나게 즐기기를 원한다면 30프레임 이상은 유지되어야 한다. 스타2를 실행해보니 평균 30에서 40프레임 내외로 측정돼 게임을 수월하게 즐길 수 있었다(해상도 1366x768, 중간옵션 기준). 이정도면 스타2를 즐기고자하는 사용자에게는 합격이다. 좀 더 욕심을 내서 고급 옵션으로 설정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최신 게임인 배틀필드3는 어떨까? 아쉽게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배틀필드3는 설치 시 자체적으로 노트북의 성능에 맞춰 옵션을 조절한다. 그 결과 평균 25프레임 내외를 유지했다(해상도 1366x768, 중간옵션, 출현하는 적이 늘어나면 20프레임 미만으로 하락). 물론 게임을 즐길 수야 있겠지만, 약간 아쉽다. 해상도나 몇몇 옵션을 낮추면 30프레임까지 올릴 수도 있었지만, 그래픽이 생명인 최신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울트라북으로 이 정도까지 실행할 수 있다면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크게 실망할 이유는 없다. 배틀필드3가 워낙 고사양을 요하는 최신게임이라 그렇다.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든어택’, ‘피파온라인2’ 등 대다수 온라인게임이나 캐쥬얼게임을 실행하기에는 넘치는 성능이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단, 이 테스트는 14인치 제품을 기준으로 했다. 13인치 제품은 휴대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내장그래픽 인텔 HD 그래픽스 3000만 탑재해,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참고로 인텔 HD 그래픽스 3000은 아이온을 구동하기에 약간 버거운 수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든어택, 피파온라인2 정도는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 프로세서 이외에는 두 제품의 성능이 동일하다. 대다수 SSD를 채택한 울트라북의 부팅속도는 25초 내외. 그렇다면 시리즈5는 어떨까? 오호, 놀랍게도 15초 내외면 부팅이 완료된다. 왜 이렇게 빠른 걸까? 답은 바로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추가한 ‘이지 세팅(Easy Setting)’ 때문이다. 처음 제품을 실행하면 이지 세팅이 자동으로 부팅 최적화 작업을 진행한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난 이후, 제품을 다시 실행하면 부팅속도가 15초까지 단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슬립모드에서 깨어나는 시간도 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리즈5 두 제품 모두 4GB의 온보드 메모리 이외에 메모리 슬롯을 하나 더 제공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원한다면 최대 8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반면 대다수 울트라북은 추가 메모리 슬롯이 없어 메모리를 확장할 수 없다. 또한, 타 울트라북은 대부분 HDD 교체가 되지 않지만, 시리즈5는 HDD 교체도 할 수 있다.
사소한 배려, 이것이 바로 진짜 ‘센스’
원래 삼성의 노트북 브랜드는 바로 ‘센스’다. 정말 이름 그대로 시리즈5는 ‘센스’있는 제품이었다(다만 앞으로 센스라는 브랜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삼성측에서 밝혔다).
울트라북 대다수는 두께를 얇게 하기 위해 유선랜 단자를 빼고 USB to 랜 컨버터를 증정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이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불편하다. 시리즈5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약간의 ‘센스’를 발휘했다. 바로 접이식 유선랜 단자다. 평소에는 두께를 줄이기 위해 접혀있으나, 케이블과 연결할 때는 열면 된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감탄할만한 요소다.
이외에도 사소하지만 ‘센스’ 넘치는 요소가 있다. 시리즈5의 아랫면에는 구멍이 하나 있는데, 이 구멍 옆에는 배터리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배터리 리셋용 구멍이라는 의미다. 원래 노트북은 전원코드를 뽑아도 바로 전원이 꺼지지 않는다.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만일 갑작스럽게 컴퓨터가 멈춘다면? 일반적으로 전원코드를 뽑고 배터리를 분리해서 리셋하면 된다.
어라, 울트라북은 배터리 탈착이 되지 않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문제의 답이 바로 배터리 리셋용 구멍이다. 이 구멍을 핀셋으로 누르면 배터리를 분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용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사소한 배려 하나하나가 제품의 수준을 결정하는 법이다.
노트북 전용 가방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깟 노트북 가방 얼마나 하냐고? 이것도 막상 제 돈 주고 사려면 아깝다. 거기에 노트북 전용 가방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센스’있게 13인치용 가방과 14인치용 가방의 크기도 다르다. 다만, ‘부장님’들이 선호할만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아쉽다.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단자를 달 수 있습니다
노트북 하나 믿고 출장을 가보니 무선랜이 없다면? 프로젝터가 D-SUB 단자로만 연결된다면? 필자의 동료가 실제로 한 경험이다. 세상 모든 곳에 무선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프로젝터가 HDMI 단자를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 울트라북이 공통적으로 지적 받는 문제가 바로 단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HDMI, D-SUB(VGA), USB 3.0, 그리고 유선 랜 단자까지 생략하는 것은 소위 ‘무리수’ 아닐까? 사용자 편의를 희생하면서까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이에 시리즈5는 HDMI, D-SUB(VGA), USB 3.0, 그리고 유선 랜 등 노트북이 갖추고 있어야 할 모든 단자를 갖췄다. 다만 13인치 제품은 전용 컨버터를 통해 D-SUB 케이블과 연결해야 한다. 참고로 스피커 출력 및 마이크 입력 단자는 겸용이다.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다른 제조사들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얇은 두께를 추구하기 위해, 무게를 좀 더 줄여 보자고, 단가를 맞춰 보려고. 그러나 시리즈5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저렴하다. 거기에 USB 3.0을 포함해 어지간한 단자를 다 갖추고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래, 이 말이 적절할 듯 하다. “변명은 죄악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나”
무선 랜, 이상 없이 잘됩니다
시리즈5는 알루미늄으로만 제작된 것이 아니다. 경첩이나 하판은 플라스틱이라 알루미늄 부분보다 흠집이 생기기 쉽다. 왜 플라스틱이 섞여 있는 것일까? 답은 바로 무선 랜(Wi-Fi)이다. 몸통 전체를 금속으로 만들면 분명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금속 재질은 전파간섭을 일으켜 필연적으로 무선 랜 수신 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파간섭을 일으키지 않는 플라스틱도 섞어서 제작한 것.
누구라도 탐낼 만한 제품
시리즈5를 설명할 때 다른 것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타 울트라북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성능, 훌륭한 제품 완성도, 그리고 저렴한 가격. 이 삼박자를 갖춘 울트라북이 여기 있다. 시리즈5가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