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망가진 얼굴, 마스크만 쓰면 회복된다?
포화에 휩싸인 전쟁터에서 발생하는 부상 중 얼굴 등 주요 부위를 다치는 비율은 약 85%라고 한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상처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얼굴에 입은 화상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로 치명적이다. 신체적인 고통도 문제지만, 사람들의 시선으로 입는 마음의 상처는 더욱 견디기 힘들다. 물론 국가가 예를 다해 이들의 재활을 약속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선의 보상은 잃어버린 얼굴을 되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미국 국방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최근 텍사스주립대 알링턴의 자동 및 로봇공학 연구소(Automation & Robotics Research Institute)는 노스웨스턴대학교, 브룩스 육군병원(Brooke Army Medical Center)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화상을 입은 조직을 재생하는 ‘바이오마스크(Biomsk)’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 물자사령부가 약 70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완성품은 2017년께 공개할 예정이다.
바이오마스크는 딱딱한 겉면과 부드러운 마스크 2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전자장치가 탑재된 딱딱한 겉면은 외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비교적 단순한 역할을 맡는다. 반면, 안쪽의 부드러운 마스크는 환자의 얼굴에 밀착되어 화상으로 상처입은 조직을 재생한다. 마스크는 다시 센서, 압력 부착기, 마이크로 튜브로 구성된 3개의 층으로 나뉘는데, 센서는 치료과정을 점검하고, 압력 부착기는 마스크가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하며, 마이크로 튜브는 상처에 항생제, 진통제, 줄기세포 성장인자를 공급한다. 센서가 수집한 정보는 담당의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환자는 단지 바이오마스크를 쓴 채 몇 달간 생활만 하면 된다.
이 바이오마스크가 완성된다면 화상 치료에 혁신을 몰고 오게 된다. 현재 미군은 화상을 치료할 때, 환부에 폴리에틸렌 막을 씌워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상처를 보호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얼굴과 같이 복잡하고 민감한 부위에는 적합하지 않다. 미군 관계자는 “얼굴에는 굴곡이 많아서 폴리에틸렌 막을 씌울 수가 없다”라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마스크는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어 외부의 세균 침입을 차단한다. 센서 덕분에 바이오마스크를 들춰가며 환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완벽한 차단이 필수적인 화상 치료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엘렌 모스(Eileen Moss)는 “바이오마스크는 회복상황에 맞춰 치료를 조절할 수 있는 생각하는 기계”라며, “바이오마스크가 화상 치료의 궁극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피부 이식 대신 피부 재생을 유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래 외과 수술을 하다 보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외관을 손상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는 물론이고, 심한 경우 신체 기관 일부를 절단해야 할 때도 있다. 이식한 피부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아 재수술을 거듭하는 일도 많다. 만일 바이오마스크가 깨끗한 피부를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다면, 다른 신체 부위를 부득이하게 훼손해야 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연구가 아직 군 차원에서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병원에서 도입하기에는 너무 높은 비용 때문일 것이다. 바이오마스크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하루빨리 민간인들의 화상 치료에도 보급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