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페이지를 수놓는 움직이는 그림의 정체 - 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
컴퓨터가 단순히 계산하는 기계에서 네트워크 단말기로 성격이 변화하면서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데이터 압축 기술이다. 제한된 네트워크 대역폭(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 하에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파일 용량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터의 품질을 낮추는 방법으로 용량을 줄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1980년대 후반을 즈음해 프로그래밍 기술과 프로세서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용량은 줄이면서 데이터 품질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압축 기술이 다수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컴퓨터의 멀티미디어화가 진행되면서 주목 받은 것이 바로 이미지(그림) 데이터의 압축 기술이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Windows, 1985년), IBM의 OS/2(1987년)와 같은 GUI(Graphical User Interface) 기반 운영체제가 PC에 보급되면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GUI 운영체제는 창이나 아이콘 등의 시각적인 요소를 화면에 배치해 이용하므로 대용량 이미지 데이터를 많이 사용한다. 윈도와 OS/2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이미지 파일은 BMP(Bitmap) 규격이었는데, 이는 데이터 압축을 하지 않아 지나치게 큰 용량을 차지하는 것이 문제였다.
용량은 줄이고 품질도 유지하는 이미지 규격 등장
이에 주목 받은 것이 바로 1984년에 발표된 ‘LZW(Lempel-Ziv-Welch)’라는 데이터 압축 기술이었다. 이스라엘의 아브라함 렘펠(Abraham Lempel)과 자콥 지브(Jacob Ziv), 그리고 미국의 테리 웰치(Terry Welch)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하여 명명된 이 기술은 데이터 품질을 유지하면서 용량만 줄일 수 있는 무손실(無損失) 압축을 지향했다. 그리고 1987년, 미국의 컴퓨서브(CompuServe)사는 이 LZW 압축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 파일 규격인 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를 개발, 발표하기에 이른다.
GIF 규격으로 압축된 이미지 파일은 원본 이미지의 품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파일 용량을 원본의 4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저장장치의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네트워크 환경에서 보다 빠르게 이미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1991년, 웹 브라우저(web browser)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서와 이미지를 보는 인터넷 서비스, 즉 WWW(World Wide Web)가 시작되면서 GIF는 각종 웹 페이지의 이미지 파일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구현이 가능한 GIF
GIF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특정 색을 투명으로 처리해 다른 색의 배경 위에 겹쳐 표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1개의 파일에 여러 개의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특히 복수 이미지 저장 기능을 이용해 간단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구현할 수 있으므로, 웹 페이지 상에서 움직이는 그림(일명 움짤, 움직이는 짤림방지)을 넣고자 할 때 GIF가 애용되고 있다.
256색의 한계와 특허 문제
다만 단점도 없지 않다. 가장 큰 단점은 구현할 수 있는 색상의 제한이다. GIF는 한 이미지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 색상의 수가 256색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색으로 구성된 원본 이미지를 GIF로 변환할 경우 화질이 저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윈도95(1995년) 시절까지는 256색으로 구성된 이미지가 멀티미디어 및 인터넷 환경의 주류를 이루고 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윈도98(1998년)이 보급되기 시작한 즈음부터는 하이 컬러(약 6만 5천색, 16비트 컬러), 트루 컬러(약 1,670만색, 24비트 / 32비트 컬러) 기반의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게 되어 GIF의 효용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비손실압축 이미지 규격이라는 특성 때문에 JPEG(1992년에 등장)와 같은 손실압축 이미지 규격에 비해 파일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JPEG는 트루 컬러까지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GIF에 비해 범용성이 높았다.
이와 함께, GIF 파일을 생성하는데 필수적인 LZW 압축 기술에는 특허가 걸려있는 점도 문제였다. 이 압축 기술의 특허권을 취득한 미국의 유니시스(Unisys)사는 1994년부터 GIF 파일을 제작 하기 위해서는 자사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과 사용자들은 GIF의 사용을 꺼리기 시작했고, 1996년에는 GIF와 같은 무손실압축 이미지 규격이면서 트루 컬러까지 표현 가능한 ‘PNG’ 규격이 등장해 GIF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참고로 PNG는 사용료가 들지 않는 공개 규격으로, ‘Portable Network Graphics’의 약자다. 하지만 GIF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PNG is Not GIF’라는 비공식적인 의미도 담겨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용빈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유용
GIF의 압축기술에 걸려있는 특허는 2003년과 2004년을 전후해 만료되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지 파일의 규격의 대세는 이미 JPEG, PNG 등으로 넘어가 GIF는 사용빈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간단한 형태의 이미지를 화질 손실 없이 표현하고자 할 때, 혹은 움직이는 이미지를 웹 상에서 구현하고자 할 때 GIF는 여전히 유용하며, 200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디지털 이미지의 절대 다수가 GIF 규격이기 때문에 아직도 대부분의 컴퓨터 기기나 소프트웨어에서는 GIF를 표준 이미지 규격 중 하나로 지원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