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 안 부러워? 씨게이트 2세대 모멘터스 XT
요즘 PC에 대해 조금 안다 싶은 사람들이 새로 PC를 장만할 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PC 부품 중 하나가 바로 SSD(solid State Drive)다. SSD는 기존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이하 HDD)를 대체하는 저장장치로, 자기디스크 기반의 장치인 HDD와 달리 플래시메모리(반도체의 일종)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므로 HDD보다 데이터의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르다. HDD는 다른 PC 주요 부품(CPU, 램 등)에 비해 속도가 현저하게 느리기 때문에 PC 전체의 속도를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지목 받아왔다. 따라서 HDD를 SSD로 바꾸면 부팅, 프로그램 실행 속도 등, 전반적인 작업에서 훨씬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용량의 HDD에 비해 10배 가량 비싼 SSD의 가격이 문제다.
이에 일부 HDD 제조사에서는 HDD와 SSD의 특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혼합) 드라이브’를 내세우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는 HDD의 자기디스크와 SSD의 플래시메모리를 동시에 갖춘 신개념 저장장치로, HDD의 용량과 SSD의 속도를 같이 기대할 수 있고, 가격 면에서도 SSD에 비해 유리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씨게이트(Seagate)사가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2010년에 500GB의 HDD와 4GB의 SSD를 결합시킨 ‘모멘터스 XT(Momentus XT)’를 출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11년, 씨게이트는 후속 모델인 2세대 모멘터스 XT를 내놓고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용량은 물론, 속도 면에서도 이전 제품에 비해 발전한 씨게이트 2세대 모멘터스 XT를 살펴보자.
외형은 변함 없지만 내부적인 성능은 향상
2세대 모멘터스 XT는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2.5인치(6.4cm)의 크기로 나왔다. 2.5인치 HDD는 주로 노트북에 사용하는 소형 제품이다. 물론 데스크탑에도 사용은 가능하지만, 그러자면 가격 면에서 그다지 이점이 없다. 웬만하면 노트북에서 사용하도록 하자.
외견만 봐서는 1세대 모멘터스 XT와 다를 바가 없지만 내부적인 사양은 업그레이드 되었다. 일단 플래터(자기디스크)의 용량이 500GB에서 750GB로, 플래시메모리의 용량은 4GB에서 8GB로 커졌다. 2세대 모멘터스 XT 역시 1세대 제품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데이터 저장은 플래터에 하지만, 자주 쓰는 데이터를 플래시 메모리에 담아 부팅이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 향상을 노리는 구조다. 플래터와 플래시메모리의 용량이 더불어 커진 만큼, 저장용량과 속도 양쪽 측면을 모두 기대할 만하다.
저장 장치 외에 인터페이스(interface: 연결 방식) 역시 내부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전 모델은 최대 3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내는 SATA 리비전 2.0(이하 SATA2) 인터페이스를 사용했지만 2세대 제품은 이전보다 2배 향상된 최대 6G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내는 SATA3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SATA2와 SATA3의 체감적인 속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없는 것 보단 있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
2세대 모멘터스 XT의 성능을 실제로 체험해 볼 차례다. 2세대 코어 i7-2670QM CPU를 탑재한 노트북인 LG전자의 ‘엑스노트 A530’에 2세대 모멘터스 XT와 일반 HDD인 도시바의 MK7559GSXP(5400RPM, 750GB), 그리고 SSD인 샌디스크 울트라 60GB를 번갈아 장착하며 속도를 비교해 봤다.
①부팅 속도 측정
테스트에 사용된 저장장치에 모두 동일한 하드디스크 이미지를 넣어 완전히 같은 윈도우 7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상태로 만들었다. 그 후, 각 저장장치가 설치된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부팅이 완료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윈도우를 설치한 직후의 첫 번째 부팅에서는 SSD가 나머지 장치들에 비해 확연히 빠르게 부팅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두 번째 부팅부터는 2세대 모멘터스 XT가 SSD에 근접한 속도로 빠르게 부팅되었고, 일반 HDD는 변화가 없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부팅시에는 2세대 모멘터스 XT의 플래시메모리에 아무런 데이터가 없어서 플래터에서만 데이터를 읽어 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HDD와의 성능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하지만 두 번째 부팅부터는 부팅에 필요한 데이터가 플래시메모리에 버퍼로 저장되어 부팅시에 사용된다. 때문에 속도 향상을 느낄 수 있다. 이는 1세대 모멘터스 XT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② 프로그램 실행 속도(포토샵)
프로그램 실행 속도 측정은 HDD의 체감 성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테스트다. 이미지 편집프로그램인 ‘포토샵 CS 5’를 실행, 20여장의 이미지를 동시에 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번 테스트 역시 하이브리드 HDD의 특성상 2회 이상씩 진행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2세대 모멘터스 XT와 일반 HDD간의 속도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두 번째 테스트부터는 상당히 빠른 속도를 냈다. 다만, 운영체제 부팅 시에 비하면 SSD와의 속도차이가 다소 있는 편이었는데, 이는 2세대 모멘터스 XT에 내장된 8GB의 플래시메모리의 용량을 초과하는 고품질 이미지를 많이 불러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외부 파일을 이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엔 이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③파일 복사 속도
마지막으로 파일 복사 속도 테스트를 실행했다. 총 100여개의 MP3 파일로 구성된 1GB 상당의 폴더를 C드라이브에서 D드라이브로 옮기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역시 2회 이상 반복했다.
파일 복사 테스트는 SSD가 압도적으로 빨랐고, 2세대 모멘터스 XT는 이보다는 느렸지만 일반 HDD에 비하면 한층 빠른 속도를 냈다. 2회 이상 반복해도 오차범위 수준의 변화만이 있을 뿐, 성능의 향상은 없었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라도 기본적인 파일 저장은 플래터에 하며, 단순 파일 복사 작업에는 플래시메모리가 관여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이라면 기존의 1세대 제품의 경우 파일 복사 속도가 일반 HDD와 거의 차이가 없던 것에 비해, 이번에 나온 2세대 제품은 제법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7200RPM으로 고속 회전하는 플래터와 SATA3 인터페이스를 갖춘 것이 성능 차이의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미래, 씨게이트에 달렸다
1세대 제품과 마찬가지로 2세대 모멘터스 XT 역시 SSD와 HDD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했으며, 성능 면에서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쟁사들이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재확인하고자 하는 씨게이트의 의지도 엿보인다.
다만, 2011년 1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2세대 모멘터스 XT(750GB)의 가격은 26만 원 정도로, 같은 용량의 일반 HDD에 비해 10만 원 가량 비싸다. 그리고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특성도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세대 모멘터스 XT는 분명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이러한 매력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씨게이트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