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엉덩이가 아니네요. 자동차 도둑이야!”
영화 ‘미션임파서블4’의 백미 중 하나는 주인공 이단과 악당 커트의 자동차 추격전이다. 먼저 커트가 어디선가 차량을 구해 달아나고, 이에 뒤질세라 이단도 누군가의 자동차를 탈취해 뒤를 쫓는다. 두 대의 자동차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 속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치다가 결국 정면충돌로 두 차량 모두 완파되고 만다. 이단과 커트의 급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자동차의 주인들은 무슨 죄인가. 그들의 잘못이라고는 시동을 걸어둔 채 잠시 자리를 떠난 것 밖에 없는데 말이다.
보안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시대지만 유독 자동차 보안만큼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일반 자동차 키와 이모빌라이저키(Immobilizer key, 보안암호를 탑재한 자동차 키)는 자동차와 함께 도난 당하면 대처할 수 없고, 스마트키(smart key)는 오히려 일반 자동차 키보다 보안에 취약하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칠 때나 유용하다. 자동차가 주인을 알아보지 않는 이상 차량 도난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셈이다.
일본에서 개발 추진 중인 ‘엉덩이 인식 자동차 시트’는 주인을 알아보는 보안시스템이다. 지난 14일, 일본경제지 니케이는 도쿄 산업기술대학원 개발자들이 운전자가 앉았을 때 신원을 확인하는 자동차 시트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도난방지 시트에는 360개의 센서가 달려 있어 운전자 엉덩이가 닿는 부분의 압력을 감지하고, 이 정보를 노트북 화면에 표시한다. 사람에 따라 시트에 엉덩이가 닿는 면적, 가장 강하게 눌리는 부분, 엉덩이 전체의 평균 압력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 개발팀의 자체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인식률은 약 98%였다.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코시미 시게츠 교수는 “2~3년 안에 이 제품을 상용화할 자동차 제조사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엉덩이 인식, 과연 유용할까?
사람의 엉덩이 압력이 지문만큼 다양하다는 주장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엉덩이 인식 자동차 시트가 상용화될 경우 꽤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성 측면에서 다른 어떤 보안시스템보다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자동차 키를 간수할 필요도, 복잡한 비밀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다. 자리에 앉기만 하면 알아서 주인과 도둑을 판별해주니 ‘전격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엉덩이 인식 기능을 끄거나 재설정하는 것이 손쉬워야 하겠다. 자동차 운전자가 항상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돌아가면서 운전석을 잡을 때도 있고, 발렛파킹이나 대리운전처럼 남의 손에 자동차를 맡길 경우도 있다. 또한, 운전자의 체중 변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살이 찌거나 빠질 때마다 설정을 바꿀 수 없다면, 없는 것보다 못한 기능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보안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도다. 98%의 인식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100명 중 2명은 자신의 자동차에게 도둑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생체인식 기술인 지문인식이나 얼굴인식이 널리 퍼지지 못한 이유도 바로 정확도가 낮기 때문이 아니던가. 적어도 99.8%정도는 되어야 쓸만한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