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모멘터스 XT’ 2세대 제품출시
하드디스크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저장 용량을 늘리며 PC의 발전에 큰 몫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하드디스크는 오히려 PC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바로 ‘속도’의 문제다. CPU나 램(RAM) 등 다른 PC 주요 부품보다 하드디스크의 속도 발전이 턱없이 늦었기 때문이다. 저장 용량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없다면 체감적인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기존의 하드디스크를 대신하는 SSD(Solid State Disc)가 주목 받고 있다. 플래터(자기디스크) 기반의 저장 장치인 하드디스크와 달리 SSD는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저장 장치라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읽거나 쓸 수 있다. 다만, SSD는 같은 용량의 하드디스크보다 가격이 10배 가까이 비싸기 때문에 아직, 보급률이 낮은 편이다.
이에 대표적인 하드디스크 제조사 중 한 곳인 씨게이트는 하드디스크와 SS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드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는 플래시메모리와 플래터를 동시에 갖춰 속도와 용량, 그리고 가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0년, 씨게이트는 500GB 용량의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모멘터스 XT’를 출시한 바 있다. 그리고 12월 12일, 씨게이트는 보다 성능을 강화시킨 2세대 모멘터스 XT를 발표했다.
용량 높이고 성능도 강화한 2세대 모멘터스 XT
2세대 모멘터스 XT는 이전 제품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함과 동시에 성능은 더욱 강화했다. 1세대 제품은 500GB 용량의 플래터와 4GB 용량의 SSD를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에 발표한 2세대 제품은 750GB 용량의 플래터(7200RPM 회전 속도) 및 8GB 용량의 SSD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8GB 용량의 SSD가 시중에 팔리고 있는 SSD보다 용량이 적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모멘터스 XT에 내장된 SSD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이 SSD는 별도의 드라이브로 잡히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캐시, 혹은 버퍼 드라이브의 개념이다. 즉. 이 SSD는 부팅에 관련되어 있거나 프로그램 파일 등,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만을 자동으로 저장해 시스템 전반의 속도를 높이는 용도로 쓰인다.
용량뿐 아니라 데이터를 주고받는 인터페이스의 성능도 향상되었다. 1세대 제품은 최대 3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내는 SATA2 인터페이스이지만, 2세대 제품은 최대 6Gbps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SATA3 인터페이스이다. SATA3 기능을 지원하는 최신 PC에서 최적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으며, 하위 호환도 되므로 SATA2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구형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이 경우엔 최대 전송 속도가 SATA2 수준이 된다).
SSD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장점
더욱이, 모멘터스 XT의 설치 및 사용은 일반 하드디스크와 다르지 않다.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드라이버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드라이브와 인터페이스 사이에서 데이터의 흐름을 관장하는 패스트 팩터(Fast Factors) 펌웨어 및 자기학습 기능을 가진 어댑티드 메모리(Adaptive Memory)가 자체적으로 작동하면서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2세대 모멘터스 XT의 성능을 시연하는 동영상도 상영되었다. 비교 대상은 기존 하드디스크(2.5인치 5,400ROM) 및 SSD 제품(인텔 X25). 시연 동영상에서 2세대 모멘터스 XT는 운영체제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기존 하드디스크보다 3배 이상 빠르고, 비교 SSD와는 거의 차이가 없는 속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씨게이트 관계자는 2세대 모멘터스 XT를 시중의 SSD와 비교해 같은 용량 당 1/5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2세대 모멘터스 XT는 하드디스크와 SSD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크다. 양쪽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지만, 아직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다소 어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이긴 하다. 그리고 2세대 모멘터스 XT에 내장된 SSD는 캐시 및 버퍼용도로만 사용되므로 최초 부팅이나 최초 프로그램 실행 시에는 기존의 하드디스크와 크게 성능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소한 3번 이상 같은 작업을 실행한 이후에야 속도 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 즉,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성능을 체감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 따르면 1세대 모멘터스 XT는 전세계적으로 100만 대 이상 팔리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일반 소매점에서의 단품 판매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델, 소니, 아수스 등의 노트북에 OEM 공급에서 호조를 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제조사에서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장에서 유일하게 의욕을 보이는 것이 바로 씨게이트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일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