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세상에 없던 모바일 인터페이스, ‘PTPT’
독일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 ExB PTPT 사 CEO 라민아사돌라히인터뷰
올해에도 스마트폰의 꺼지지 않은 인기에 힘 입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드디어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수그러들 줄 모르는 스마트폰 열풍의 결정적 원인은 일반 휴대폰과 차별화된 기능과 다양한 서비스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아울러 제품별로 독창적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화면 구성, 배치, 작동 방식 등)도 한 몫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모바일 기기 고유의 인터페이스가 제품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어차피 기본 사양이나 성능은 대동소이할 것이니 개성 있는 인터페이스를 갖춘 제품에 사용자의 관심이 몰리는 게 당연하다. 이에 모바일 기기용 사용자 인터페이스만을 전문적으로 개발, 모바일 기기 제조사에 공급하는 업체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지사 설립을 발표하고 국내 모바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독일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ExB PTPT 사도 그 중 하나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ExB PTPT 사의 라민아사돌라히(RaminAssadollahi) 사장을 IT동아가 만났다.
IT동아) 정말 죄송하게도 IT 보도 매체에 근무하지만 ExB PTPT 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라민 사장)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이고 독일에서도 주로 기업간 거래(B2B)를 통해 성장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은 우리를 거의 알지 못한다. ExB PTPT 사는 ExB 그룹의 자회사로 ‘PTPT(petitpetit)’라는 제품을 개발, 공급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로 2009년에 설립됐다. 특정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모바일 기기용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있다. ExB 그룹은 지난 2004년부터 20여 개의 관련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 ExB PTPT 사의 대표 제품인 PTPT 역시 7개의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현재 우리는 독일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한국의 모바일 기기 제조사와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세부적인 진척 사항은 아직 공개할 순 없지만 각 국 모바일 기기 제조사의 적극적인 관심에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를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IT동아) PTPT가 주력 제품이라 했는데, 일종의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인가? 제품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한다.
라민 사장) 엄밀히 말해 어플리케이션이라기 보다는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기틀’이라 정의하는 게 정확하다. 즉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는 PTPT를 통해 자사 만의 독창적인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하드웨어 제조사 역시 PTPT를 자사 기기에 얹어 타사 제품과는 차별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가 탑재되는 스마트폰에 우리 PTPT를 적용하면 유사 스마트폰 제품군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터페이스와 사용 편의성을 가미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스마트폰 제조사가 PTPT를 자사 기기에 적용하고 최적화하면, 이메일 송수신이나 SNS 활동, 문서 작업 등의 기본 작업을 이전보다 훨씬 혁신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즉 PTPT는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체계적으로 구분, 처리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인 셈이다.
우리는 모바일 시장 가능성에 있어 아시아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대만, 중국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세계 모바일 기기 시장을 주도하는 굴지의 제조사가 속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의미 있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PTPT는 현재 베타 테스트 단계에 있다. 충분히 수정, 검토 후 한국 시장에 안착할 것이다.
IT동아) 솔직히 아직도 감이 없다. PTPT의 실질적인 동작 시연을 봐야 정확하게 이해할 것 같다.
(라민 사장은 인터뷰 자리에 들고 온 각종 모바일 기기 중 정체 불명의 안드로이드 패드를 통해 PTPT를 시연했다. PTPT는 애플 아이폰/아이패드를 제외하고 기기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애플 제품이야 애플의 자체 인터페이스 만을 고집할 것이고 제품군도 한정돼 있으니, ExB 측에서는 안드로이드 제품 진영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예상된다.)
라민 사장) PTPT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여 분석하고 이를 사용자가 원하는 분야에 맞게 재정렬하는 역할을 한다. 보다시피 크게 PTPT는 크게 People(사람), Things(작업/사건), Places(장소), Time(시간/일정)으로 나뉜다(그래서 이름도 PTPT다).
예를 들어, People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등록된 연락처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카테고리로 그룹을 생성해 보여준다. 즉 ‘회사’, ‘조직/부서’, ‘관계’ 등의 기준에 따라 연락처 정보를 재정렬하여 표시하기 때문에, 이후 다른 작업(이메일, 문서 열람 등)과 간편하게 연동할 수 있다.
이와 동일하게, 사진의 경우 촬영 정보를 분석해 장소(사진 내 GPS 정보 참조), 시간은 물론 사람 얼굴까지 인식해 사진을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사진은 방금 본 방법으로 이메일 등과 바로 연결하면 된다. 즉 PTPT는 데이터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정렬하고, 이를 다른 작업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역할이다.특히 일반사진뿐 아니라 이메일이나 문서 등에 첨부된 사진/이미지도 검색, 분류할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그 어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불가능한 기능이다.
‘Time’의 경우 예를 들어, 이메일 아이콘을 Time 항목에 끌어다 놓으면 해당 시간 대에 송수신된 모든 이메일을 검색, 표시한다. 여기서 일반적인 이메일 어플리케이션과 다른 점은 메일 수신자를 선택하면 그 수신자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다시 시간대 별로 구분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시간 인식도 가능하다. 즉 휴대폰 메시지 등을 통해 ‘내일 점심 식사 어때?’라는 내용을 수신하면 ‘내일 점심’이라는 시간대를 인식해 그날 그 시간대의 사용자 일정을 검색하여 정보를 보여주게 된다.
이 밖에 자체 웹 브라우저를 비롯해, 이메일 프로그램 등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자유자재로 작업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별도의 메신저 프로그램 등과도 연동되어 이를 통해 주고 받는 텍스트도 PTPT를 통해 원하는 대로 분류할 수 있다. 결국 기존의 안드로이드용 데이터/파일 관리 어플리케이션과는 작동 원리, 사용 패턴 등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라민 사장은 PTPT의 다양한 작업 패턴과 작동 방식을 약 한 시간에 걸쳐 꼼꼼히 보여줬다.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체험해 본 PTPT는 이전까지 접해 왔던 모바일 기기용 인터페이스와는 확실히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특히 스케줄 관리에 따른 사람, 장소, 작업 등의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엮어 처리하는 방식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인터페이스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나 LG전자 옵티머스 시리즈에 적용된다면 적지 않은 반향이 있으리라 예상한다.)
IT동아) 본 기자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일정 관리 및 메일 송수신 작업을 늘 처리하는데, PTPT를 잠깐 사용해 보니 얼른 상용화되기를 바라게 됐다. 언제쯤이면 일반 사용자가 PTPT를 실제로 접해 볼 수 있는가?
라민 사장) 현재 PTPT 베타 버전은 웹 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하여 체험해 볼 수 있으며, 매 2주마다 새로운 릴리즈를 배포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PC용 PTPT 베타 버전을 공개한 바 있는데 테스터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물론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다음 릴리즈에 적용하고 있다.
올해 12월 중에는 스마트폰용 PTPT도 공개될 것이지만, 일반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안드로이드 기기가 워낙 많아서 기기별 표준과 각국 언어 설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 시장에는 내년 하반기 즈음이면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참고로 PC용 버전은 내년 3월 정식 출시할 예정이며, MS 오피스 제품군과도 연동될 수 있다.
IT동아) 그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와의 정식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인가?
라민 사장)앞서 말한 대로, PTPT는 현재 베타 버전이라 아직 특정 제조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 정식 버전이 준비되는 대로 삼성, LG를 비롯해 HTC 등의 글로벌 제조사와 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진척 상황까지는 아직 밝힐 수 없으나 대부분의 제조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PTPT는 인터페이스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여러 제조사가 자사 제품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PTPT는 현재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IT동아) 현재 PTPT는 안드로이드만 지원한다 했는데, 향후 애플 iOS 지원에 대한 계획은 없는가?
라민 사장) (단호하게) 없다. 결정적인 이유는 단일 제품군인 애플보다는 다양한 제조사가 접근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계열이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각 안드로이드 제품 제조사가 타사와는 차별화된 제품을 구성하는데 PTPT가 적합하리라 생각한다.
IT동아) 만약 애플 팀쿡 CEO가 PTPT를 도입하고 싶다며 먼저 제안을 던지면 어쩌겠는가?
라민 사장) (역시 단호하게)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특정 기술이나 솔루션의 라이선스를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그 회사 자체를 인수/합병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PTPT는 모바일 기기를 넘어 일반 PC 환경에서도 확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다양한 IT 기기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IT동아) 한편으로는 애플 iOS 5에 포함된 ‘시리(Siri, 음성인식 검색 서비스)’ 검색과 유사한 듯하다. PTPT가 시리와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는가?
라민 사장)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하여 보여준다는 원리에서는 유사하다. 다만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시리와 달리, PTPT는 철저하게 개인 데이터, 개인 정보를 토대로 분류해 보여준다. 즉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대량의 정보가 아닌 사용자 각 개인에게 필요한 소량의 정보만을 다루는 것이다.
IT동아) 가만히 생각하니 PTPT로 인해 직장인들의 업무가 24시간 지속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그것을 노린 것인가? (웃음).
라민 사장) 솔직히 말해, PTPT를 개발하면서 나 역시 ‘일벌레’가 된 것 같다(웃음). PTPT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용자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고, 이를 통해 보다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PTPT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겠지만, PTPT는 직장인뿐 아니라 학생이나 가정주부 등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IT동아)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 중국, 일본, 호주 등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을 선정해 진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라민 사장) 한국은 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세계에서 IT 자원이 풍부하고 가장 잘 갖춰진 나라이고 모바일 기술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3년 정도 앞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계 모바일 기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속해있으며 사용 밀도도 대단히 높아서,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다른 나라에도 무난하게 도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한국은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시장이라 여기고 있다.
IT동아) 끝으로, PTPT의 향후 일정 및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라민 사장) 앞서 말한 대로 현재 태블릿 PC용 베타 테스트 단계이며, 12월 중순 경에 스마트폰용도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만간 인터넷 연결 및 데이터 동기화/공유 기능 등도 추가할 계획이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를 위한 개발 도구(SDK) 또는 프레임워크도 제공할 것이다. 실제로 몇몇 제조사의 경우 프로토타입 수준까지 개발이 진척되기도 했다. 한국 사용자가 조금이라도 빨리 PTPT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막바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