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 반값 할인 - 소셜커머스
자정이 가까워지면 소비자들은 바빠진다.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이 일제히 새로운 딜(deal)을 선보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상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에 수량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고민할 시간조차 사치스럽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 상품은 매진되고, 한 발 늦은 소비자들은 다음 날에 올라올 매력적인 딜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일진광풍과도 같은 구매 경쟁이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매일 반복된다.
소셜커머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일정 수 모이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품을 홍보하게 된다. 요식업, 공연, 미용, 여행 등 지역밀착형 서비스가 주요 상품이며, 보통 지역별로 하루에 하나의 딜이 공개된다.
소셜커머스의 역사
소셜커머스라는 용어는 2005년 야후(Yahoo!)가 처음 제안했다. 야후는 소셜커머스가 소비자들이 상품에 별점을 매기거나 장바구니(pick lists) 및 관련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쇼핑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개념은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SNS가 인기를 끌면서 보다 발전했는데, 소비자들은 칭찬 일색의 홍보성 댓글보다 SNS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의 상품평을 더 신뢰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는 상품평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과 더불어 주요 SNS와의 연동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그루폰(Groupon)은 소셜커머스 열풍에 불을 붙였다. 그루폰의 설립자 앤드류 메이슨(Andrew Mason)은 구매량이 일정 수 충족되지 않으면 거래가 취소되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판매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만일 거래가 취소되면 판매자는 그루폰에게 단 1센트의 비용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마침내 그루폰은 입주 건물 1층의 피자가게와 ‘피자 2판을 1판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첫 번째 딜을 성사시켰고, 20여 명의 사람들이 이 상품을 구입했다. 이후 그루폰을 찾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줄을 잇게 되면서 그루폰은 무섭게 성장했다. 서비스 시작 2년만에 전세계 44개국, 500여 개 도시에 진출했고, 매출액은 매년 수십 배씩 껑충 뛰어올랐다. 2010년에는 구글이 60억 달러를 제시하며 인수에 나섰지만 그루폰이 이를 거절하면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는 2010년부터 소셜커머스 시대가 열렸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그루폰코리아가 대표적이며, 2011년을 기준으로 중소업체까지 포함하면 약 500개의 소셜커머스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그루폰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하나의 딜을 올리되 일정 수에 미치지 않으면 거래가 취소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정 수가 모여야 거래가 성사되는 소셜커머스의 판매방식은 과거 공동구매 사이트들이 사용하던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하루에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는 쇼핑몰도 2004년 우트닷컴(Woot.com)이 먼저 사용했다. 원어데이몰(one-a-day mall), 원딜어데이(one- deal-a-day), 반짝세일(flash sale) 등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국내에서도 일찍이 인기를 끈 바 있다. 사실 현재 상당수의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은 기존의 원어데이몰 업체들이 소셜커머스로 이름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기존의 공동구매 사이트와 원어데이몰이 공산품을 주로 판매한 반면,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은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야 하는 음식점, 공연 등의 서비스 상품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서비스 상품은 공산품과 달리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품질을 가늠할 수 없고, 매장 분위기나 친절도와 같은 부수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소셜커머스를 통해 발생하는 입소문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이 소셜커머스를 ‘소셜’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다.
다만 한국의 소셜커머스가 진정한 소셜커머스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소셜커머스 사용자 비율을 보면, 직접 방문자는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SNS로 유입되는 방문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SNS 사용자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을 제치고 미국 웹사이트 방문자 수 1위로 올라선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으며, 트위터 역시 단순 회원 수로 따지면 국내의 일개 소셜커머스 사이트 회원 수에 밀린다. 이 때문에 국내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은 개별적인 딜의 입소문에 의존하기보다 브랜드 자체를 강화하는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셜커머스, 남는 장사인가
소셜커머스에 올라오는 딜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할인가가 많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까지 할인을 하는데 남는 것이 있을까 싶다. 물론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우 박리다매로 이익을 얻긴 하지만, 수용인원이 제한적인 대부분의 영세업소는 밑지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판매액의 일정부분을 소셜커머스 업체에 떼어주어 생기는 손실은 전부 판매자가 떠안는다. 말 그대로 팔면 팔수록 손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커머스에 매달리는 이유는 입소문 때문이다. 영세업소들은 전단지를 제외하고는 딱히 홍보수단이 없다. 하지만 전단지의 홍보 효과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래서 전단지를 제작할 비용으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한 번 방문한 소비자가 다음 번에도 찾아주기를 기대하며 적자를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마찰이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마사지 10회 이용권을 구입한 소비자는 업소를 방문할 때마다 더 비싼 서비스를 결제할 것을 권유받는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다른 서비스를 판매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판매에 나선다. 이 과정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 중에는 마사지 10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재료비에 손을 대는 경우다. 정상적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일부 업소의 경우 소셜커머스 쿠폰 사용자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추가 서비스를 주문하지 않는다고 면박을 줘서 실랑이가 생기기도 한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무리하게 이익을 얻으려다 오히려 평판이 나빠지는 역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할인 전 가격을 부풀려 할인율을 크게 표기하거나, 유명브랜드의 위조품이 정상제품인양 버젓이 팔리는 등 소셜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만일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은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1372)에 신고하면 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