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의 ‘KYOBO eReader’, 국내 전자책 시장의 교두보 되나
지난 11월 22일, 교보문고(대표 김성룡, www.kyobobook.co.kr)는 퀄컴사(Qualcomm Incorporated, Nasdaq: QCOM)의 미라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 전자책(eBook) 단말기, ‘KYOBO eReader’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드디어 국내 전자책 시장의 가장 큰 손이라고 할 수 있는 교보문고가 전용 단말기를 들고 시장에 출시한 것. 지금까지 좌충우돌격으로 흘러왔던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이번 교보문고의 행보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전자책 리더기를 얘기하면서 전자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전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http://www.amazon.com/)의 분기 실적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아마존 제프 베조스 CEO는 “현재 종이책 100권이 팔릴 때, 전자책은 115권이 팔린다. 즉,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15% 더 판매되는 격”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시 자료 조사에서는 무료 전자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외 전자책 시장의 발자취
이와 같은 발표는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아직까지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마존처럼 강력한 전자책 제공자가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아마존이 발표한 전자책의 수는 약 81만 여종에 달한다. 지난 해 6월 63만여 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112권 중 107권이 아마존에 전자책으로 등록되어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82.7%에 달하는 67만여 종의 전자책이 9.99달러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의 성장은 전자책 유통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7년 11월, 아마존은 전용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출시하며 전자책이라는 콘텐츠와 전자책 단말기라는 기기까지 갖춘 하나의 플랫폼 서비스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동통신사와 연계해 언제 어디서든지 전자책을 구매하고 볼 수 있게 함으로써 킨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꿋꿋이 시장을 지키고 있다.
*참고기사: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많이 팔렸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http://it.donga.com/newsbookmark/4380/
이렇듯 세계 전자책 시장은 나름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은 지금도 잡음투성이다.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는 출판업계와 전자책 단말기를 생산하는 제조사, 그리고 이를 서비스하려는 이동통신사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주도권 분쟁이 치열하다.
예를 들어, A라는 제조사가 전자책 단말기를 만들어서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 내면, B라는 출판업계가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하며 또 다른 생태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C라는 기업이 있다. 이렇게 아이리버의 스토리, 삼성전자의 SNE-60, LG전자의 솔라 e북, 인터파크의 비스킷 등 약 2년여 동안 출시했던 전자책 단말기의 수는 상당히 많아졌다. 즉, 전자책 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기업들은 각자의 영역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법만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기사: 전자책 단말기는 태블릿PC라는 폭풍을 헤쳐나올 수 있을까? http://it.donga.com/newsbookmark/2936/
국내 최대 전자책을 보유한 교보문고의 야심찬 출사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교보문고다. 교보문고가 보유하고 있는 전자책의 수는 약 93,000여 종이며, 매월 1,000종 이상의 전자책이 신규 등록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던 출판업계나 전자책 유통사 또는 전자책 단말기 제조사 중 가장 많은 전자책을 확보하고 단말기를 출시한 것이 교보문고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교보문고는 전용 단말기 출시보다 다른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앱스토어에 등록한 어플 형태의 지원을 주로 해왔다. 전자책은 PC로 읽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전용 단말기의 성공에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의 가능성은 교보문고의 지난 1분기 전자책 판매량 발표에서 드러났다. 2010년 1월에는 스마트폰, 태블릿PC를 통한 판매 채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지만, 2011년 1분기에는 전체 전자책 중 59%가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판매됐다.
교보문고의 전용 전자책 단말기 KYOBO eReader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성공에 힘입어, 교보문고는 전용 단말기 ‘KTOBO eReader’를 들고 나섰다. KYOBO eReader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자책 단말기 중 최초로 컬러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본으로 탑재된 한영/영한/국어 사전을 이용해 전자책 속의 단어를 검색할 수 있으며, 한번 충전을 완료하면 하루 30분 동안 독서용으로 약 21일 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전자책을 읽는 것 외에 동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현재 KYOBO eReader는 서울 광화문점을 비롯한 전국 매장에서 소비자가 349,000원에 예약 판매 중이며, 플래티넘 회원과 전자책 구매가 높은 회원들에게는 특별 할인가를 적용해 판매할 예정이다. 정식 출시는 12월경으로 예상된다. 교보문고 김성룡 대표는 “KYOBO eReader는 디지털기기가 아니라 책”이라며 “KYOBO eReader를 통해 교보문고의 9만 여종 전자책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프리미엄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연 결과는?
하지만, 교보문고의 이번 전자책 단말기 시장 도전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먼저, 다소 비싼 제품 가격을 언급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앨런 와이너 애널리스트는 “전자책 단말기가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99달러 이하의 가격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30만 원이 넘는 KYOBO eReader는 전자책 단말기의 가격치곤 다소 높다.
이외에(가장 많은 9만여 종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교보문고 자사의 전자책만 이용할 수 있는 유통 구조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이 전자책 시장에서 연거푸 실패를 거듭했던 것도 바로 이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었다. 물론, 따로 전자책을 구매해 KYOBO eReader에 넣으면 이용할 수 있겠지만, 번거로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최대 전자책을 보유한 교보문고의 전자책 단말기 출시는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과연 KYOBO eReader가 국내 전자책 시장의 교두보 역할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