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명가의 건재한 자존심, 후지제록스 다큐프린트 CM205fw
오랜 세월 동안 한 분야에 집중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를 두고 우리는 ‘장인(匠人)’이라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해당 분야에 관해서는 장인들의 철학과 고집을 존중한다. 그들도 일반인들과는 다른 혜안과 식견으로 삶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산업 분야에서도 특정 제품군과 관련되어 장인이라 부를 만한 업체들이 존재한다. 오래 전 해당 제품군을 최초로 선보이며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 사무용 복사기 부분에서는 ‘제록스(Xerox)’를 그러한 ‘장인’적 업체로 꼽을 수 있다.
아마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제록스는 1906년 창립 이후로 복사기·프린터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평가된다. 그들이 세계 최초의 평판 문서 복사기인 ‘제록스 914’를 출시한 때가 1959년이다. 그 후로 100여 년 동안 제록스는 이 분야에서 수 많은 행적을 남기며 전설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62년 일본 후지필름 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후지제록스(Fuji Xerox)라는 통합 브랜드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상반기 기준 A3 문서 출력용 디지털 복합기(프린터+복사기+스캐너)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복사기 시장에서는 신도리코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는 단순히 복사기·복합기를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에 필요한 차별화된 문서 관리 솔루션으로 사무 환경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록스(이하 후지제록스)는 그 동안 기업용 중대형 복사기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 사용자에게 비즈니스 사무기기 전문 브랜드로 인식됐다. 최근 들어 후지제록스는 중소기업이나 소호(SOHO) 사용자들을 겨냥한 소형 복합기를 선보이고 있다. 후지제록스가 만든 복합기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본 리뷰에서는 컬러 레이저 복합기인 ‘다큐프린트(DocuPrint) CM205 fw(이하 CM205)’을 통해 그들의 장인 정신이 얼마나 묻어 있는지 평가하기로 한다.
몸집으로 보아 중소 사무실용 복합기
결코 작지 않다. 가볍지도 않다. 한 눈에 봐서도 가정보다는 사무실이 적합하다. 다만 초대형 복합기처럼 부담스럽진 않다. 일반적인 사무용 복합기 수준이다. 전반적인 구성과 디자인은 유사 복합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면 조작부나 원고를 올려 놓은 평판, 용지 공급대(약 150매 장착 가능) 등을 비롯해, 뒷면에는 전원, 유선 랜 포트, 팩스용 전화 포트, USB 2.0 포트 등이 있다. 즉 CM205는 유선 랜이나 USB로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 무선 랜(802.11b/g 규격)도 지원하니 무선 랜 환경이라면 랜 케이블을 없앨 수 있다.
사무용 기기라면 으레 투박하고 밋밋한 디자인을 채택하지만, CM205는 그래도 도시적인 사무실 이미지에 무난하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인쇄물이 나오는 부분은 상판을 위로 약간 올릴 수 있어 많은 양의 문서를 복사/인쇄하는 경우 취급이 용이하도록 했다.
아울러 전면 좌측 하단에는 일반 USB 포트가 하나 있는데, 이는 문서나 사진 스캔 시 스캔 결과(파일 형태)를 USB 메모리 등에 바로 저장하기 위한 것이다(USB 메모리 외 네트워크 공유 폴더나 이메일 주소 등으로도 보낼 수 있다). 또한 USB 메모리에 들어 있는 문서나 사진을 곧바로 인쇄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한편 오른쪽 측면에는 잉크 토너를 장착하는 공간이 있는데, 통상적으로 토너와 드럼이 하나로 합쳐 있는 일반 레이저 프린터와 달리, CM205는 색상 별로 4개의 토너(노랑, 청록, 자홍, 검정)만을 장착, 분리할 수 있도록 하여 유지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색상 별로 잉크 카트리지를 분리해 잉크 유지비를 줄이는 잉크젯 복합기 방식을 레이저 복합기에 적용한 것이다.
토너는 누구라도 쉽게 분리, 장착할 수 있도록 원터치 레버를 마련해 뒀다. 분홍색 레버를 위로 올리면 가볍게 분리되고 다시 밀어 넣으면 ‘톡’ 장착된다. 어찌 보면 잉크젯 제품보다 훨씬 간편하다. 참고로 검정색 토너가 크기가 가장 큰 데, 최대 약 2,000장 정도, 나머지 3개 토너는 최대 약 1,400장 정도 인쇄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전면 조작부의 LCD 창을 통해 기기 설정, 토너 잔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린터나 복합기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설명서 없이도 웬만한 설정, 조작이 가능하리라 판단된다(본 리뷰어도 그랬다). LCD 창은 당연히 한글로 표시된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준수한 수준의 레이저 복합기라 평가할 수 있다. 유사 복합기와 비교해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은 딱히 없다. 토너가 4개로 구분되어 부족한 것만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으로 지적할 만하다.
인쇄·복사·스캔 속도 및 품질도 이 정도면 '제록스!'
다큐프린트 CM205 fw는 2011년 11월 현재 40만원 대 중반의 레이저 복합기다. USB/유선 랜/무선 랜 연결을 모두 지원하는 인쇄+복사+스캔+팩스 겸용 레이저 복합기로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대다(결국 대중적 인지도가 관건이다).
인쇄 속도나 품질도 그 가격대에 맞게 준수하고 무난한 수준을 보여준다. 제록스가 만든 복합기니 터무니 없는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으리라. 우선 레이저 복합기의 특성 상 잉크젯 제품 보다는 인쇄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A4 용지 기준 흑백 인쇄는 초당 15장(PPM), 컬러 인쇄는 12장을 뽑아낸다고 한다. 실제로 테스트 하니 오차 범위 ±1~2장 내외로 기준치에 근접한 속도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인쇄 내용이나 분량 등에 따라 극복될 수 있으니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사무용 레이저 프린터로 이만하면 속도로 인한 불편함은 거의 없을 테다.
복사와 스캔의 경우 속도보다는 저소음 이슈가 눈에 띈다. 복사이든 스캔이든 원문을 읽어 들이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CM205는 본 리뷰어가 그 동안 접해 본 여러 복합기에 비해 확실히 복사/스캔 소음은 낮은 듯하다. 이에 대해 후지제록스 측은 스캔에 필요한 칩(S-LED)과 부품을 최소화하여 작동 소음과 소비 전력을 낮췄다고 한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육안 확인은 안 되지만, 일단 소음은 확실히 적긴 적다.
한편 인쇄·스캔 품질은 유사한 가격대의 복합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다른 제품과 직접 비교할 순 없지만, 인쇄·스캔 시 해상도 사양을 견줘보니 근소한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정도다. 사진 인화 수준의 고해상도 인쇄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주된 용도가 사무용, 업무용 문서 출력이라면 적어도 품질 때문에 불만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 사료된다.
이 밖에 CM205 역시 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어 모바일 기기의 문서나 사진 등을 무선 랜 연결을 통해 인쇄할 수 있다. 단 모바일 기기의 무선 랜 영역과 CM205의 유선 또는 무선 랜 영역이 동일해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마켓에서 ‘Fuji Xerox Print&Scan’ 어플을 내려 받아 설치하면 된다.
‘노병’은 여전히 건재하다!
잘 아는 고사성어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이 있다. 전설적인 명성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후지제록스 다큐프린트 CM205 fw는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40만 원대의 중소형 복합기로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인쇄·복사·스캔 성능과 품질 역시 다른 제품과 비교해 우수하면 우수했지 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H사 제품이나 S사 제품, C사 제품 등도 모두 충분히 쓸 만하고 우수하지만, 프린터·복합기 명가의 제품으로서 CM205는 후지제록스의 건재함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모 장군의 노병은 사라진 지 몰라도 복사기 계의 노병은 아직까지 건재하게 전장을 누비고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