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태블릿, ‘뱀부 3세대’에 대한 추가 발언
평판 태블릿 입력장치의 선두주자인 와콤에서는 최근 보급형 태블릿인 뱀부 3세대를 내놓았다. 얼마 전 필자가 리뷰(링크)로 간략하게 소개한 그 제품이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뱀부 3세대를 자세하게 소개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다소 남았다. 그래서 이 참에 2세대 뱀부와의 비교기를 토대로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일단 포장이나 기타 구성품에 대해서는 이전 리뷰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으니 바로 사용 비교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펜을 살펴보자. 한 눈에 봐서는 뱀부 2세대와 거의 비슷한 듯 하지만, 뜯어보면 상당히 달라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선 끝부분을 보면 형광색으로 처리된 지우개 부분이 2세대 모델은 네모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3세대 모델은 예전 1세대처럼 다시 동그랗게 돌아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네모난 형태의 지우개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무언가 외형적 변화를 주기 위해 그리 제작했으리라 짐작된다.
지우개 부분 외 전반적인 형태는 사실상 거의 비슷하다. 다만 실제 손으로 쥐면 앞부분 재질이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는데, 2세대 모델에는 없던 미끄럼 방지 처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2세대는 보급형과 전문가형을 구분하기 위해, 그리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있지 않았다. 또한 3세대 모델에서는 전문가형처럼 그립부를 교환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본체를 살펴보자. 이전 2세대 모델이 1세대의 이미지를 거의 탈피하듯, 3세대 역시 2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일단 익스프레스 키(단축키의 역할) 디자인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2세대 키의 경우 크기가 작업 영역부분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3세대로 넘어오면서 버튼 크기가 커지고 디자인까지 마치 보석 표면처럼 바뀌어 현저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다만 버튼을 누르는 키감은 2세대에 비해 약간 달라진 느낌이다. 이를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비교적 얇고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작업을 하다 보면 익스프레스 키보다는 키보드 단축키를 더 많이 사용하기에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라 생각된다(필자와 주변 지인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그 외에 베젤이 상당히 줄어든 것과 뱀부 제품 최초로 포인트 색이 들어갔다는 정도가 다르다. 아무래도 요즘 제품 디자인 트렌드가 베젤을 얇게 하거나 아예 없애는 추세라 2세대 디자인을 완전 버리고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제작된 듯싶다. 하지만 종이에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업 영역 부분이나 펜 홀더 같은 2세대의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단점이라 지적할 만 한 것이 딱히 없다. 오히려 세련된 디자인에 무선 연결 기능까지 갖췄으니 장족의 발전이라 보는 것이 옳겠다.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USB 부분이다. 뱀부 1세대의 경우 작은 크기 때문에 휴대성이 강조되었고, 그 과정에서 USB 케이블을 탈착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덕분에 휴대성에서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는데, 2세대에 와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케이블 일체형이 됐다. 그러다 3세대에 와서는 다시 분리형이 된 것이다.
아무래도 3세대에서는 휴대성과 무선 연결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다만 USB 케이블 규격이 바뀌는 바람에 예전부터 사용되던 미니 USB는 사용할 수 없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케이블 탈착형 제품에는 미니 USB와 일반 USB로 제작된 케이블을 사용했는데, 뱀부 3세대에 오면서 마이크로 USB와 일반 USB 형태의 케이블을 사용하게 된다. 요즘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도 이 마이크로 USB를 채택하고 있어 뱀부 3세대 역시 그런 흐름에 맞춰 USB 케이블 규격을 변경했으리라 사료된다.
3세대 모델에서는 이전 제품에서 지적됐던 단점도 개선됐다. 거의 ‘완성판 뱀부’가 된 수준이라 할까? 물론 약간 아쉬운 점도 없진 않지만 그 외 발전/개선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을 듯 하다.
본격적인 실전 활용
뱀부 3세대의 기본적인 설치법이나 기본 성능 등은 이전 리뷰에서 설명했으니, 여기서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실제로 뱀부 3세대 제품을 사용해 본 체험기를 전달한다.
제품 설치는 설치 CD를 컴퓨터에 넣고 일반적인 설치 단계를 수행하면 간단하게 완료된다. 그러면 이전 뱀부 시리즈나 인튜어스 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뱀부 독’라는 아이콘이 바탕화면에 생성된다. 이번 뱀부 3세대에 와서 새로 추가된 프로그램인데, 뱀부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뱀부의 위에서 두 번째 익스프레스 키를 누르면 뱀부 독이 자동 실행이 되며 클릭하면 여러 아이콘이 뜬다.
뱀부 독에서 ‘설정’ 버튼을 누르면 기본적인 설정 화면과 제어판에서 사용되는 태블릿의 설정 화면을 띄운다.
맨 왼쪽 위에 있는 ‘자습서’를 클릭하면, 뱀부 2세대에서는 설치 디스크에서 들어있던 사용 설명서 등이 바로 실행되어 보다 쉽고 빠르게 제품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자습 내용은 이전 뱀부 2세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기의 사용법이나 여러 가지 팁과 설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전 제품에서도 지적했던 부분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바로 성우의 육성 문제인데, 발음이 한국 본토 발음이 아닌 북한이나 연변사람이 말하는 듯한 어눌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는 좀 수정,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자습 내용이 부실하지는 않아 한번쯤 들어 볼 만은 한데, 유명 성우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고 정확한 발음의 육성으로 변경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으로 그 아래 다른 아이콘들을 하나씩 실행해 보자. 마치 애플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 실행하는 앱 같은 느낌이 풍긴다. 노트 어플(리케이션), 그림 그리기 어플, 간단한 게임 어플 등 뱀부를 활용하는 어플들이 마련돼 있다. 기본적으로는 4개가 있는데, 뱀부 독 프로그램의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다른 어플 들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번에는 번들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다.
번들 CD에는 어도비 포토샵 엘레먼츠 8버전과 잉크2 디럭스, 그리고 뱀부 스크라이브 3.0 3가지 프로그램이 들어있다. 어도비 포토샵 엘레먼츠 8은 뱀부 2세대에도 들어있던 것으로, 포토샵의 기능이 축소되고 사진 관리와 편집에 특화된 제품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7버전과 별 다른 차이 없이 이전의 버그가 수정되고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된 정도이다. 작업 시 감압 역시 정상적으로 입력되기 때문에 포토샵이 없는 사용자에게는 제법 유용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한편 잉크2 디럭스 역시 뱀부 2세대에 있던 잉크 스퀘어드 디럭스의 버전업 제품이다. 이전 버전과 큰 차이는 없으나 안전성이 좀 개선된 듯한 느낌이다. 어쨌든 프리젠테이션할 때 상당히 유용한 프로그램인 것은 여전하다.
끝으로 뱀부 3세대에 새롭게 추가된 뱀부 스크라이브 3.0이다. 이 프로그램은 특별한 기능은 없고 뱀부를 통해 키보드 입력을 보좌하는 기능을 한다. 사실 MS 윈도우 7에는 기본적으로 태블릿 지원 필기 프로그램이 들어 있는데, 그 보다는 편리하고 인식률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뱀부용으로 개발되었으니 당연하다.
무선 연결도 무난하고 편리
이전 리뷰에서 무선 연결법과 간단한 사용법에 대해 설명했으므로, 여기서는 무선 연결을 실제로 사용해 본 소감을 적으려 한다. 다만 펜으로 선을 긋는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기에 기계처럼 늘 일정한 감압이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래의 내용은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참고용 정보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사용 프로그램은 어도비 포토샵 CS5이며, 유선 연결 방식으로 선을 몇 개 그은 후 무선 연결 방식으로 전환하여 비슷하게 선을 그어 봤다.
실제로 그림 작업에 사용해 본 결과 무선 연결과 유선 연결에 따른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이전까지는 무선 연결 시 유연 연결보다 작업의 세밀함이 좀 떨어지리라 예상했는데, 데이터 전송 기술이 발전해서인지 무선 연결로도 어떠한 불편이나 문제점도 발생하지 않았다.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무선 연결 모드로 줄곧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저번 리뷰에 강조했듯, 실제로 그래픽 작업에서 활용해 보니 보급형 태블릿으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무선 연결로 인해 휴대하기도 좋고 공간 활용에도 수월하기 때문에 데스크탑은 물론 노트북에서 사용하기에도 불편 없는 제품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2세대 모델의 단점이 거의 대부분 개선되어 실제 사용자로서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했다. 따라서 그 동안 여러 이유로 태블릿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다면 이제는 최종 결정을 내릴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사실상 보급형 태블릿 제품으로 뱀부 3세대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그건 과욕에 불과하다.
글 / 류재민(bluesc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