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매운 작은 고추, 아수스 F1A75-I DELUXE
요즘 노트북이나 태블릿 컴퓨터 같은 소형 PC가 IT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다 보니 전통적인 데스크탑 PC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크탑에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특히 비슷한 구매 비용을 지불한다는 가정 하에서 데스크탑은 노트북보다 훨씬 나은 성능을 얻을 수 있으며, 큰 화면과 편한 키보드 등, 사용 편의성 면에서도 앞선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데스크탑이지만, 노트북에 비해 공간 활용성이 낮다는 ‘원죄’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데스크탑 중에서도 본체 크기를 최대한 줄인 제품이 있긴 했지만 그러자면 성능이 낮은 소형 부품을 사용하거나 일부 기능을 생략해야 하므로 데스크탑 고유의 특징인 고성능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최소한의 크기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데스크탑용 부품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 AMD에서 출시한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는 기존의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하나의 칩으로 만든 것으로,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고도 고품질의 3D 게임이나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데스크탑 PC를 꾸미는데 유용하다.
그리고 PC의 전반적인 크기를 좌우하는 메인보드(주기판) 중에서도 초소형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의 초소형 메인보드는 일반 메인보드에 비해 기능이 떨어져서 고성능 PC에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일반 메인보드 뒤지지 않는, 혹은 일부 기능 면에서는 오히려 능가하는 제품이 종종 나온다. 이런 신세대 초소형 메인보드에 AMD APU를 조합하면 성능과 기능은 물론, 공간 활용성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데스크탑을 만들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아수스(Asus)의 ‘F1A75-I 디럭스(Deluxe)’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초소형 데스크탑을 위한 미니 ITX 메인보드
아수스의 F1A75-I 디럭스는 미니 ITX 규격의 메인보드로, 일반 데스크탑에서 사용하는 ATX 규격 메인보드의 1/4 정도 크기다. 덕분에 초소형 PC 케이스에 장착이 가능하며, 그만큼 전력소모도 적기 때문에 소형의 저용량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에서도 문제 없이 작동한다.
시중에는 이런 미니 ITX 규격 전용의 PC 케이스가 다수 판매 중이다. 그 중에서는 높이 20cm, 폭 6cm 정도의 제품도 있다. 백과사전 한 권 정도 크기의 데스크탑 PC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 일반형 데스크탑의 1/8 정도의 부피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데스크탑이 공간 활용성이 나쁘다는 선입견이 무색해질 것 같다.
작은 크기에 오밀조밀, 없는 게 없네?
초소형 메인보드라 하여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입출력 포트다. DVI, HDMI, DP 등 다양한 영상 출력 포트를 갖추고 있어 PC용 모니터는 물론, TV에도 쉽게 연결이 가능하며 2개의 모니터 및 TV로 영상을 동시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총 6개에 달하는 USB 포트를 갖추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6개 중에 2개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USB 3.0 규격이다. USB 3.0은 기존의 USB 2.0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이에 대응하는 주변기기를 가진 사용자라면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무선랜 장치를 가진 점도 일반적인 메인보드와 구별되는 점이다. 초소형 PC의 경우, 책상 위가 아닌 거실의 TV 곁에 두고 영화 감상용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TV 곁에 유선랜을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가정은 거의 없다. 이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무선랜이다. 특히 F1A75-I 디럭스에 내장된 무선랜은 최대 300Mbps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802.11n 규격이라 유선랜 못지않은 원활한 인터넷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스마트폰과 데이터를 교환할 때 유용한 블루투스, 앰프와 연결해 5.1채널 입체음향의 출력이 가능한 S/PDIF 포트, 외장하드 연결 시에 요긴하게 쓰이는 eSATA 포트 등도 갖추고 있어 별도의 기능 확장 장치를 굳이 달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 정도로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가진 메인보드는 일반 규격 제품 중에도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다.
아수스 F1A75-I 디럭스의 제품 구성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마치 TV 리모컨을 쓰듯 멀리 떨어져서 편하게 PC를 조종할 수 있는 전용 무선 리모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동봉된 리모컨은 휴대폰과 비슷할 정도로 크기가 작지만, 양면으로 버튼이 붙어있어 상당히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앞쪽에는 멀티미디어 감상에 주로 쓰이는 재생, 정지, 구간 이동 등의 기능 버튼이, 그리고 뒤쪽에는 미니 키보드가 있어 유용하다. 다만, IT동아에 샘플로 들어온 제품에는 영어 키만 인쇄되어 있었다. 실제 출시된 제품에 한글 키가 인쇄될 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일반 데스크탑과 동급 성능의 초소형 데스크탑 구성 가능
내부적인 구성도 볼만하다. A4(보급형), A6(중급형), A8(고급형) 등의 다양한 A시리즈 APU를 꽂을 수 있는 FM1 규격의 소켓을 중심으로, 최대 6Gbps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하드디스크용 SATA 3.0 포트가 4개, 합계 16GB의 DDR3 규격 램(RAM: 주기억장치)를 꽂을 수 있는 메모리 슬롯 2개가 준비되어 있다. 일반 데스크탑과 완전히 동급의 성능을 발휘하는 초소형 데스크탑을 꾸밀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을 수 있는 PCI 익스프레스 2.0 x16 슬롯도 1개 있지만, 내부 공간이 좁은 초소형 PC에서 그래픽카드를 꽂을 일은 거의 없다. 그냥 덤 정도로 생각하자. 어차피 AMD APU의 내장그래픽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그래픽카드의 부재가 크게 아쉽진 않다.
게임용은 물론, 홈씨어터 PC용 솔루션으로도 가능성 높아
아수스 F1A75-I 디럭스를 기반으로 PC를 꾸며 실제로 몇 가지 작업을 해 보았다. 테스트 시스템엔 A8-3850 APU와 4GB DDR3 메모리, 그리고 씨게이트의 바라쿠다 XT 2TB 하드디스크를 꽂았으며, 윈도우 7 64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한 상태다.
A8-3850 APU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단일 코어 CPU 4개를 꽂은 것과 유사한 처리 능력을 가진 쿼드 코어 CPU, 그리고 기종의 10만 원대 그래픽카드와 동등한 성능을 발휘하는 라데온 HD 6550D GPU를 함께 갖췄다는 점이다. 이 정도 사양이라면 3D 게임 능력도 기대해 볼만하다.
실제로 요즘 온라인 게임 중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아이온’을 실행해 보았다. 아이온은 출시된지 3년이 되어가지만 지금도 상당한 고사양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이런 MMORPG는 동시에 접속한 플레이어의 수가 많을수록 프레임이 급격히 하락하므로 저 사양 PC에서는 원활한 플레이가 힘들다.
하지만 아수스 F1A75-I 디럭스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에서 아이온을 실행해보니 접속 플레이어의 수가 많은 마을(인테르디카 요새)에서는 평균 30프레임 근처를 유지하며 상당히 부드러운 진행이 가능했으며, 플레이어 수가 적은 필드에서는 평균 60프레임을 넘나들었다. 특히 이 테스트에서는 화면 해상도를 1680 x 1050, 그래픽 옵션을 ‘품질’로 맞춘 상태라 상당한 성능 저하가 예상되었지만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게임 외에 풀HD급의 고화질 동영상 재생이나 인터넷 서핑, 문서 작업 등을 해보았는데, 역시 일반 데스크탑에 전혀 뒤지지 않는 만족스런 성능을 발휘했다. 특히 무선랜과 전용 리모컨 덕분에 HTPC(홈시어터 PC: 거실 TV 곁에 두고 쓰는 멀티미디어 감상용 PC)로서의 활용성도 높았다.
색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는 데스크탑의 미래를 엿보다
아수스 F1A75-I 디럭스 이전에도 같은 크기의 미니 ITX 메인보드가 다수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작은 크기만 강조하다 보니 기능이나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미니 ITX와 짝을 맞출만한 CPU나 그래픽카드가 드물어서 활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아수스 F1A75-I 디럭스는 무선랜, 블루투스, USB 3.0, 전용 리모컨 등 기존의 미니 ITX 메인보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급 기능을 다수 갖추고 있다.
게다가 때마침 나온 AMD의 APU와의 궁합도 매우 좋아서 부품 조합에 따라서는 일반 데스크탑에 전혀 뒤지지 않는 고성능의 초소형 데스크탑 PC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데스크탑 PC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수스 F1A75-I 디럭스와 같은 매력적인 솔루션이 지속적으로 출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아수스 F1A75-I 디럭스는 색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데스크탑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