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HP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미디어 이벤트 싱가폴 2011

HP(휴렛팩커드)는 일반적으로 PC와 프린터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 HP의 전체 매출 중 PC 및 프린터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물론 그럼에도 전세계 PC 및 프린터 시장 점유율은 줄곧 1위다). 즉 과반수 이상의 매출이 ESSN 사업부, 즉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쪽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ESSN과 관련된 중대형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HP는 PC 회사가 아닌 ‘통합 IT 솔루션’ 회사로 보는 것이 맞다. 그런 HP가 근미래 IT 트렌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터 사용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특히 기업에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직접 구매해 설비를 갖추지 않고 HP에서 제공하는 대로 유연하게 선택, 구성하면 된다. 이러면 초기 투자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활용 및 관리도 대단히 편리해 진다. 좋든 싫든 쉽든 어렵든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은 이제 IT 흐름의 대세로 굳어진 상태다.

이에 HP는 지난 18일 싱가폴에서 클라우드 기술 발표 이벤트를 개최했다.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지역의 관계자와 보도매체를 초대하여 HP가 현재 제공하고 있는 클라우드 관련 최신 기술 및 솔루션, 정보 등을 소개했다.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1)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1)

HP가 유독 APJ 지역을 선정해 이러한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한 이유는 전세계 어느 지역보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고,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잠재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세계 대도시 중 7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속해 있으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 서비스도 아시아 사용자가 전체 사용자 수의 절반에 이른다.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2)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2)

이날 행사에는 HP ESSN 사업부의 담당 임직원들이 총동원되어 HP 클라우드 솔루션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 강조했다. HP 클라우드의 중심은 ‘HP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HP Converged Infrastructure)’다. 듣기에는 다소 거북한 용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려울 것 없다. 기업에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의 IT 인프라를 한 곳에(클라우드) 집중한 통합 기술이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HP 기술 컨설팅 서비스, HP 클라우드 시스템(CloudSystem), HP 가상화 기술 제품 등이 포함된다. 가상화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하여 개발한 ‘HP Virtual System for Microsoft’가 대표적이다. 가상화 기술이란 실제 물리적인 형태가 아닌 가상의 하드웨어로 시스템을 구성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HP의 현장 발표에 따르면, 최근 들어 APJ 지역의 국가들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기업용 IT 환경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이에 따라 HP는 해당 국가 실정과 환경에 맞는 클라우드 솔루션은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사가 열린 싱가폴에서는 현지 최대 통신사인 ‘싱텔(Singtel)’과 제휴하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알라툼(Alatum)’이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런칭한 바 있다.

싱텔 외에도 HP는 클라우드사이트(CloudSite)와 함께 38,000 평방미터(약 11,500평)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중국에 설립할 계획이며, 호주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업체인 호스트웍스(Hostworks)에는 HP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용하여 호스트웍스 고객이 원하는 규모의 시스템 자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3)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3)

한편 HP는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과도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대형 통신사, 금융기관 등과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지만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보안 상의 이슈 때문이라 추측된다).

이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도입, 구축하고 있는 HP는 자사의 클라우드 솔루션의 최고의 장점을 ‘민첩성’이라 강조했다. 기존의 기업 내 IT 환경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려는 경우 HP가 제공하는 체계적인 변환 단계를 거쳐 철저하게 검증, 시연하며 90일 이내에 최종 완료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비즈니스 규모에 따라 유연하게 서버, 스토리지 등의 하드웨어 가상 자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HP는 이와 관련하여,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 요청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도와주는 지원 시설도 공개했다. 싱가폴 알렉산드라 로드(Alexandra Rd)에 위치한 HP 쿨타운(Cool Town)에 매체 기자들을 초빙해, 클라우드 기획부터 컨설팅, 구축, 점검 등의 진행 단계를 약 20여 분간 시연했다. 고객사는 만 하루 동안 쿨타운에 머물면서 HP의 클라우드 전문가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하게 된다. 가상화 기술의 선두 주자답게 가상의 캐릭터를 가미한 프리젠테이션이 인상적이었다.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4)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4)

쿨타운 이외에도 고객이 클라우드 기술을 직접 시연, 검증할 수 있도록 한 ‘클라우드센터 오브 엑설런스(Cloud Center of Excellence)’를 전세계 100여 곳에서 운영 중이다.

싱가폴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HP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미디어 이벤트는 각국 매체 기자들과의 개별 인터뷰로 이어져 장장 10시간 동안 활기차게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IT동아를 비롯해 매일경제신문, 조선비즈닷컴, 지디넷코리아 등 10여 개 보도매체가 참석하여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앞서 언급했던 HP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한 싱가폴 통신사 싱텔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방문하여 클라우드 구축 실례를 소개함으로써 공식적인 행사 일정이 마무리됐다.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5)
‘HP는 PC 회사가 아니었다’ (5)

기자의 눈으로 본 미디어 이벤트

솔직히 고백하자면, 본 기자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에 대해 그다지 밝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번 HP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이벤트에 참석한 이유는 순전히 정보/지식 습득을 위해서였다. 물론 단 한번의 행사 참석으로 탄탄한 지식을 쌓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사 제목처럼, HP는 PC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음을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기업용 서버/스토리지 시스템, 네트워크 장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등은 물론, 전세계에 걸쳐 대규모 데이터센터까지 구축하여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완료한 듯했다. 다른 IT 기업이 죄다 스마트폰/태블릿 PC 같은 모바일 기기에만 집중하는 사이 HP는 클라우드 환경을 위한 벽돌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APJ 지역 매체 기자와 HP 관계자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지만,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하게 진행됐다. HP 임원진들과의 인터뷰 일정에 따라 각국 기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각국 기자들은 자국에 대한 HP의 기술 지원에 관심이 많았는데, 베트남에는 아직 지원 예정이 없다는 HP 관계자의 말에 아쉬워하는 베트남 기자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HP 클라우드 서비스 지원이 자국의 IT 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으로서 본 기자는 이러한 거국적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전세계 시장에 비하면 한국 시장은 대단히 작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제대로, 확실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국가적 IT 인프라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IT 기업도 모바일 기기 판매량 올리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IT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주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HP의 발표 내용 그대로 기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한 평 남짓한 밀폐 공간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했던 각국의 동시통역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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