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 노트북 시장의 글로벌 강자, ‘에이서(acer)’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브랜드 제품이 절찬리에 판매되는 의외의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이는 특히 IT 제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를테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3위를 다투고 있는 HTC 제품이라던가, 세계 데스크탑 판매량 1위라는 HP 제품, 그리고 세계 노트북 시장의 강자인 에이서(acer) 제품이 대표적이다.
특히 에이서는 대만을 대표하는 다국적 IT 기업으로, 노트북뿐 아니라 태블릿 컴퓨터, 모니터, 빔프로젝터, 서버, PC 주변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전세계 노트북 시장에서는 HP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글로벌 브랜드다. 에이서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게이트웨이(Gateway)나 이머신즈(e-machines)등의 자회사들도 전세계적인 영향력이 상당하며, 한때는 자회사였다가 지금은 독립시킨 에이오픈(Aopen)이나 벤큐(BenQ) 등까지 포함한다면 그야말로 글로벌 IT시장의 큰손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토종 기업들의 영향력이 워낙 압도적인데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규모(인구, 구매 능력 등)가 작아서 에이서 입장에선 공략하기 까다로운(혹은 굳이 공략할 필요가 없는) 시장 중 하나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즈음에 에이서의 PC용 부품(메인보드 등)을 중심으로 한 에이서의 일부 제품이 한국에 판매된 적은 있지만 2001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2009년, 에이서가 한국에 재진출을 선언했다. 8년 만에 돌아온 에이서는 세계 넷북(미니 노트북)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한껏 물이 오른 상태였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돌아온 탓에 한국 시장에서 에이서의 인지도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상태. 글로벌 기업이 아닌 신규 브랜드의 입장에 서서 바닥부터 다시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에이서의 주력 상품은 PC 부품이 아닌 완제품 PC, 그 중에서도 노트북이다. 에이서의 노트북은 크게 ‘아스파이어(Aspire)’와 ‘트래블메이트(TravelMate)’로 나뉘는데, 같은 아스파이어나 트래블메이트 제품이라도 뒤에 따라붙는 모델명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그리고 최근에는 태블릿 컴퓨터 브랜드인 ‘아이코니아 탭(Iconia tab)’도 발표했다.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기하고 있는 에이서의 주력 브랜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멀티미디어를 위한 가정용 노트북, ‘아스파이어(Aspire)’
아스파이어는 에이서 노트북의 대표 브랜드로, 제품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화면 크기가 큰 편으로, 15인치급이 가장 많고 17인치급 이상의 제품도 상당수다. 크기와 무게 때문에 휴대는 다소 불편하지만 넓은 화면과 키보드를 갖췄고 ODD(광 디스크 드라이브)를 내장하고 있어서 가정에 두고 게임이나 영화 감상 등 멀티미디어용으로 쓰기에 적합하다.
상당한 덩치 때문에 가격이 비쌀 것 같지만 사실은 저렴한 모델도 많다. 최근 출시된 ‘아스파이어 5560’의 경우, 가격대비 성능이 높은 ‘AMD A8’ APU(CPU + 그래픽 통합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윈도우 대신 리눅스 운영체제를 제공해 가격을 60만 원 언저리까지 낮췄다. 특히 AMD A8 APU의 라데온 HD 6620 내장 그래픽은 게임 구동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쓰는 저렴한 넷북, ‘아스파이어 원(Aspire One)’
아스파이어 원은 성능 보다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중시한 넷북(미니 노트북) 브랜드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넷북 브랜드로 유명하며, 30만 원 근처에 구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아쉬운 알뜰파 소비자들에게 잘 어울린다.
타사의 넷북은 인텔의 아톰(Atom) CPU를 탑재한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에이서의 아스파이어 원 중에는 아톰이 아닌 AMD의 C 시리즈 APU를 탑재한 제품도 다수 있다. 아톰은 배터리 유지시간, C 시리즈는 멀티미디어 성능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최근 출시된 ‘아스파이어 원 722’ 시리즈가 AMD C 시리즈를 탑재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성능과 휴대성의 조화, ‘아스파이어 타임라인 엑스(Aspire TimelineX)’
최근 에이서가 강하게 밀고 있는 라인업이다. ‘타임라인 엑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용 전력을 최소화하여 긴 배터리 유지 시간을 실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운 특성이 있어서 전반적인 휴대성이 높은 편이다. 화면 크기 13인치 급의 소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에는 15인치 급까지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휴대성이 높다고 하여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 출시된 ‘아스파이어 타임라인 엑스 3830’ 시리즈의 경우, 2세대 인텔 코어 i7 CPU, 엔비디아 지포스 GT 540M 그래픽 카드 등 고사양 부품을 다수 탑재, 풀 HD급 동영상이나 최신 3D 게임 등 고성능을 요하는 작업을 문제 없이 소화할 수 있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프리미엄 노트북, ‘트래블메이트(TravelMate)’
트래블메이트는 ‘여행의 동반자’라는 의미답게, 멀티미디어 성능보다는 내구성과 보안성, 그리고 다양한 확장 기능을 중시한 업무용 노트북이다. 휴대용은 물론 데스크탑 대용으로도 폭넓게 쓸 수 있는 14인치, 15인치 급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강도가 높고 무게가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 재질로 본체를 제조했으며, 지문 인식, 데이터 암호화 기능 등을 갖춰 외부 충격이나 해킹으로부터 내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업무용 노트북 특유의 중후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취향에 따라 트래블메이트 시리즈를 가정용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출시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트래블메이트 8481G’ 시리즈는 기존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 받은 것 외에도 SSD(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고속 저장매체)를 탑재하여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속도를 높이고 지포스 GT 520M 그래픽카드를 내장해 멀티미디어 성능도 보강했다.
노트북과 태블릿 컴퓨터의 이종교배, ‘아이코니아 탭(ICONIA TAB)’
아이코니아 탭은 최근 불고 있는 태블릿 컴퓨터 열풍을 타고 등장했다. 아이코니아 탭은 ‘A 시리즈’와 ‘W 시리즈’로 나뉜다. A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저렴한 태블릿 컴퓨터 제품으로, 인터넷 서핑 및 멀티미디어 감상 등, 일반적인 타사의 태블릿 컴퓨터와 유사한 감각으로 쓸 수 있다.
반면 W 시리즈의 경우, 안드로이드가 아닌 윈도우 운영체제를 탑재했으며, 전용 키보드를 장착하면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일반적인 태블릿 컴퓨터와 달리 생산적인 작업에도 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11년 현재, 엔비디아 테그라 CPU에 안드로이드 3.0 운영체제를 탑재한 ‘아이코니아 탭 A500’과 AMD C 시리즈 APU와 윈도우 7 운영체제를 탑재한 ‘아이코니아 탭 W500’이 판매 중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