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으로 즐기는 풀HD 캠코더, 벤큐 M22
없으면 가지고 싶은데 정작 구매하면 그다지 활용하지 않게 되는 물건이 몇 가지 있다. 운동기구나 영양제, 혹은 캠코더가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캠코더의 경우 결혼식이라던가 돌잔치, 여행 등을 제외하고 평소에는 좀처럼 쓸 일이 없어서 대부분 서랍이나 창고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요즘엔 굳이 캠코더가 아니더라도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은 물론, 태블릿 PC 등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기들이 너무 많다. 물론 일반적으로 캠코더가 동영상 화질이나 촬영 기능이 이들 기기에 비해 우수하긴 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캠코더는 고가의 물건이라 어지간해서는 구매 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시중에 매우 저렴한 캠코더도 있긴 하지만, 이런 제품 중에는 오히려 고급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만도 화질이 못한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풀HD급 고화질 동영상을 담을 수 있고, 디자인도 준수하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캠코더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다만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라는 점을 감수한다면 말이다. 인터넷 최저가 199,000원(2011년 9월 기준)으로 살 수 있는 풀HD 캠코더, 벤큐(BenQ) ‘M22’의 면모를 살펴보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함
벤큐 M22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소니나 삼성전자와 같은 주류 캠코더 업체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다소 개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적응하기 쉽고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무게는 310g 정도로 부담 없고, 손목 밴드를 이용해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그림감)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LCD 부분을 열면 자동으로 전원이 들어오고 엄지 부분의 녹화 버튼을 누르면 촬영이 시작되며, LCD 부분을 닫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진다. 간단히 손에 쥐고 LCD를 펴고, 버튼을 누르는 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M22은 제품을 쥐었을 때 엄지와 검지 손가락만으로 기본적인 조작을 거의 다 할 수 있다. 엄지 손가락으로 동영상 촬영 버튼 및 모드 선택 버튼을 조작할 수 있으며, 검지 손가락으로 줌 레버 및 정지 화상 촬영 버튼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터치 스크린 방식의 LCD 화면을 직접 누르며 조작할 수도 있다. 다만 M22의 터치 스크린은 요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주로 쓰이는 정전식이 아닌 감압식이라, 화면을 누를 때 반응이 다소 둔하고 민감도도 약간 떨어진다. 다만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있는 조작 버튼으로도 대부분 무난하게 조작할 수 있으니 M22의 터치 스크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조작방법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자.
풀HD 촬영 가능, 500만화소라고 무시하지마!
M22의 렌즈는 광학 5배, 디지털 4배 줌을 지원한다. 디지털 줌을 하면 화질이 크게 저하되므로 촬영 시에는 광학 줌만을 쓰게 되는데, 비슷한 모양의 타사 캠코더가 수십 배에 달하는 광학 줌을 지원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소형 캠코더 중에는 전원 On/Off에 따라 자동으로 렌즈 보호막이 열리고 닫히는 것이 많지만, M22는 별도의 렌즈 캡을 달고 다녀야 하는 점이 약간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199,000원이다. 타사 제품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해 줄 수 있다.
M22는 500만 화소의 CMOS 이미지 센서를 갖추고 있다. 1,000만 화소를 넘나드는 캠코더도 많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M22의 화소 수가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1920 x 1080 해상도의 풀 HD급 동영상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최소 화소수는 210만 화소 정도다. 5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로도 고화질 동영상을 찍는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사실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의 화소수 경쟁은 실제적인 화질보다는 마케팅적인 성격이 강하다.
한편 동영상이 아닌 정지 영상을 찍을 때는 5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의 한계를 넘은 1,200만 화소(4000 x 3000 해상도)의 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다. 500만 화소 이상의 정지 영상은 캠코더 내부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확장시킨 것이라, 실제 1,2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찍은 결과물에 비하면 화질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이런 기능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글 메뉴, 32GB 메모리카드 지원, HDMI 출력 등 기본기 충실
벤큐는 대만의 대표적인 IT기업 중 한 곳으로, TV,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휴대폰, 태블릿 컴퓨터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모니터와 빔프로젝터만 판매하고 있어서 해외에 비하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22의 조작 메뉴를 완전히 한글화 한 것에는 칭찬을 아끼고 않고 싶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어차피 자동 모드에 놓고 이 제품을 사용하겠지만, 화이트밸런스 조절, 초점 조절, 야간 모드 등의 세부 조절 기능까지 사용하려 한다면 한글화 메뉴가 참으로 고맙고 반갑다.
몇몇 고가의 캠코더는 하드디스크나 SSD 등의 저장 장치를 내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벤큐 M22는 별도의 메모리카드를 꽂아 동영상과 정지 영상을 저장한다. SD와 SDHC 규격의 메모리카드가 호환되며, 최대 32GB 용량까지 지원한다. 16GB 용량의 메모리 카드를 꽂아 촬영해 보니 풀HD급(1920 x 1080) 동영상의 경우 4시간 20분, HD급(1280 x 720) 동영상의 경우 6시간 40분 정도까지 저장 가능했다. 참고로 요즘 16GB SDHC 카드가 2~3만원, 32GB SDHC 카드는 5 ~ 6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으니 사용 용도에 맞는 용량을 선택하도록 하자.
그리고 후면의 커버를 열면 충전 및 데이터 전송용 USB 포트가 눈에 띈다. 이 USB 포트를 이용, AC 어댑터뿐 아니라 PC와 연결된 USB 케이블로도 충전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그리고 USB 포트 밑에는 미니 HDMI 포트가 있는데, 캠코더와 함께 제공되는 미니 HDMI - HDMI 케이블을 이용해 HD TV와 연결해 영상과 음성을 출력할 수 있다. 만약 HD TV가 없다면 USB와 미니 HDMI 포트 중간에 있는 아날로그 출력 포트를 사용하면 된다. 함께 동봉된 컴포지트 AV 케이블을 꽂아 일반 TV와 연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촬영해 보니
실제로 벤큐 M22로 동영상 촬영해 보았다. 고가 제품에 비해 화소가 낮다고는 하지만 풀HD급 영상의 품질은 상당히 우수했으며, 정지 영상 화질 역시 웬만한 휴대폰 카메라 보다는 확실히 낫고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다른 보급형 캠코더와 달리 플래시(정지 영상 촬영용)까지 달려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정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동영상 및 정지 영상의 화질 자체는 깔끔했지만 움직이면서 촬영할 때 흔들림이 자주 발생하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벤큐 M22는 내부적으로 손떨림 보정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소니, 삼성전자, 파나소닉 등의 선발 업체들의 캠코더에 비해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주변 조명의 밝기나 색상이 달라지거나 실내와 실외를 번갈아 이동할 때, 자동 화이트밸런스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종종 왜곡된 색감의 영상이 찍히는 것도 다음 제품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다.
가격 대비 성능으로 승부한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벤큐 M22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기능이 부실한 건 아니다. 풀HD급 고화질 영상, 손쉬운 사용법, 터치스크린 등 매력적인 요소를 다수 갖추고 있으며, 디자인도 독창성은 없을지언정 적어도 값싸 보이진 않는다.
물론 자동으로 렌즈를 덮는 기능이 없어 렌즈 캡을 따로 부착해야 한다거나, 불완전한 손떨림 보정 기능, 다소 민감하지 못한 자동 화이트밸런스 조절 기능 등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벤큐’라는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에겐 이 제품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동영상의 화질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캠코더 구매 비용이 부담스러워 망설이고 있다면 사실상 이만한 제품은 없으리라 판단된다. 가격대비 성능은 확실히 우수하고, 투자하는 비용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으니 구입 후 활용할 기회가 적다고 해도 큰 낭비로 인식되진 않을 것이다. 한국 시장에 캠코더를 처음 내놓고 조심스럽게 소비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을 벤큐의 관계자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