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만 익숙했던 도쿄게임쇼2011의 열기
올해로 21회를 맞은 ‘도쿄게임쇼 2011(이하 TGS 2011)’의 열기는 ‘뜨거웠다’. 식상한 표현이라 하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도쿄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해 도쿄 전역에 걸쳐 15% 이상 절전 캠페인이 실시됐고, TGS 2011 행사장 역시 여느 때보다 냉방시설 가동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부채 없이는 관람이 힘들 정도로 더웠지만 관람객들의 관심은 예전 못지 않았다. 그 뜨거운 열기는 단지 에어컨이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관람객들의 열정적인 관심 때문인가.
사실 대지진 때문에 TGS 2011의 개막 자체가 불투명했다. 또 일부 업체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전시회 규모와 관람객 수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모두 기우였다. 참가 업체와 게임 수는 지난 해와 비슷했고 관람객 수도 평년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3대 게임쇼인 TGS는 아직 건재함을 확인했다.
소니, PS비타로 TGS를 휘어잡다
TGS 2011의 최대 이슈는 소니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인 ‘PS Vita(이하 PS비타)’였다. 사실 PS비타 이외에는 크게 주목을 끌만한 것이 없기도 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키넥트 관련 새 게임 타이틀을 소개하는 데 그쳤고, 게임 개발사들도 이전 인기작들을 재탕 삼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니는 지난 해 별다른 깜짝쇼를 보여주지 못하고 실망을 안겼지만, 올해는 PS비타로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데 성공했다.
TGS 2011 행사장에서 제일 큰 공간을 차지했던 소니 부스는 온통 PS비타 일색이었다. 물론 동작인식게임기 ‘무브’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지만 PS비타에 비하면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소니가 PS비타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관람객과 취재진 또한 PS비타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소니 부스는 다른 어떤 부스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댄스 센트럴2’ 등의 최신 게임 타이틀이 구비돼 신나는 동작인식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대부분 예전 E3나 게임스컴 행사에서 공개됐던 것들이라 지난 해만큼의 신선함은 느낄 수 없었다.
비주류 게임, 많이 컸네
TGS 2011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부분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용 게임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참가작이 대폭 늘면서 행사장 중앙에 스마트폰 게임만을 위한 전용 부스가 제법 큰 규모로 들어섰다. 지난 해에도 관련 부스가 있긴 했지만 행사장 변두리에 있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이제 일본에서도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가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부스에 비해 관람객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한게임의 ‘테라’를 비롯해 몇몇 온라인 게임도 눈에 띄었다. 국내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게임들이지만 TGS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콘솔 게임 위주의 일본 시장에서는 PC 온라인 게임이 아직까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 열성 팬들이 찾아와 부스에 파리가 날리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행사장을 돌아보다가 눈을 의심했다. LG전자의 부스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LG전자는 ‘시네마 3D TV’와 ‘옵티머스 3D’ 등 자사의 3D 기기를 대거 진열하고 편광안경방식 3D 입체영상의 우수성을 알렸다. 국내에서 전개했던 ‘시네마 3D 게임 페스티벌’의 연장선인 셈이다. 폭발적인 관심은 없었지만 방문객들이 끊이지는 않았다.
이 외에 레이저나 델 등 PC 관련 업체들도 부스를 마련했다. 하지만 부스 안에는 스탭들만 분주히 돌아다닐 뿐 이들에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들은 많지 않았다. TGS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게임 이외 볼거리 여전해
TGS의 꽃, 부스걸들은 올해도 변함없는 미모를 자랑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눈빛’만으로도 그녀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일부 부스걸들은 포즈를 취하는 대신 자신이 할당 받은 유인물을 건네주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누이좋고 매부좋고’ 아닐까.
특이한 복장을 한 ‘부스맨’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하지만 부스걸에 비해 카메라 세례는 많이 받지 못했다. 부스맨들, 내년 TGS 2012에서는 조금 더 분발하길 바란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