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모든 것, 일본 긴자 소니 스토어 직접 가보니…
일본 도쿄의 긴자(銀座) 거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라면 한 번씩 들르는 곳이 있다. 1966년부터 긴자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소니 빌딩이다. 이 곳에는 소니 제품 체험관인 ‘소니 스토어’가 위치해 있는데, 소니의 신제품이 제일 먼저 전시됨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등 소니의 다양한 기기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긴자 소니 스토어는 소니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보여준다. 또한 현재 일본인들이 어떤 IT 기기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소니를 알고 싶다면, 또 현재 일본 IT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긴자 소니 스토어를 꼭 한번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IT동아가 이 곳을 찾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소니는 태블릿 PC에 ‘꽂혔다’
긴자 소니 스토어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소니의 태블릿 PC인 ‘태블릿S’와 ‘태블릿P’다. 1층에는 소니의 따끈따끈한 태블릿 PC 2종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특별 전시대가 놓여 있었다. ‘또 태블릿 PC야? 이젠 신기하지도 않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동안 수많은 태블릿 PC가 쏟아졌지만, ‘원조’ 격인 애플 아이패드만큼 신선한 충격을 준 제품은 없었다. 아이패드의 인기에 편승해보려는 이유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아이패드와 비슷한 생김새에 비슷한 사용법을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차이가 없다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소니의 태블릿 PC는 다르다. 신중을 기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만큼 차별화에 유독 신경을 쓴 모습이다. 지난 16일 출시된 태블릿S의 경우 전자책 용도에 제일 적합하다. 9.4인치 디스플레이에 잡지책을 접어놓은 듯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천편일률적인 네모 모양 태블릿 PC에 염증을 느낀 사람이라면 태블릿S에 매력을 느낄 만 하다.
한편 태블릿P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에 최적화됐다. 모양부터 범상치 않다. 5.5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연결되어 있는데,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2개의 화면을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 접은 모양은 여성용 파우치처럼 생겼고, 펼친 모양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를 빼닮았다. 기존의 어떤 태블릿 PC보다도 뛰어난 휴대성이 특징이다. 다만 2개의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사용시, 가운데 베젤이 화면을 일정 부분 침해하는 현상은 불가피하다.
관람객들은 3D에 열광
3층에는 3D 입체영상 기기들이 다수 전시됐다. 특이했던 것은 계단부터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의 행렬이었다. 머리에 쓰는 개인용 3D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제품인 ‘소니 퍼스널 3D 뷰어’를 체험하고자 줄을 선 것이다. 직원에게 손짓발짓 등 ‘바디랭기쥐’를 동원해 물어보니 고작 2~3분 사용하는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약 1시간. 일정이 촉박해 아쉽게도 직접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평일 오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말 대기 시간은 더 길 것으로 보인다.
직접 체험해본 사람들에 의하면, 750인치 스크린을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서 3D 영상을 시청한 것과 같다고 한다. 개인용 영화관인 셈이다. 5.1채널 가상 서라운드 기술을 채용해 음향 몰입도도 뛰어난 편이다. 또한 양쪽 눈에 제각기 다른 영상을 독립적으로 출력하기 때문에 기존의 3D 방식에서 논란이 됐던 피로감이나 화질 저하 문제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가격이 6만엔(한화 약 87만원)으로 다소 비싸다는 점이 아쉽다.
기다릴 필요 없는 음악 감상
CD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던 소니답게 2층 한 켠에는 수많은 오디오 기기들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바로 청음 코너로 가서 음악을 들어 봤다. 벽면에는 당대 가수들의 음반 CD가 진열돼 있고, 그 아래 놓인 MP3 플레이어와 소니 헤드폰으로 해당 CD에 담긴 곡을 들을 수 있었다.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곳에 굳이 CD를 진열할 이유가 없을 터인데, 과거 찬란했던 소니의 CD 플레이어 시대에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물론 MP3로 듣는 음악도 CD만큼 훌륭하긴 했다.
소니 스토어를 둘러보다가 문득 부러움을 느꼈다. 한 기업의 제품 체험관이 이렇게 한 도시의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바쁜 일본인들이 일개 IT 기기를 사용해보기 위해 1시간 가량의 기다림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곳이 없을까? 삼성전자의 ‘딜라이트 샵’이 조금 더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