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명품 이어폰 나온다
오디오의 명가 소니가 하이엔드 이어폰을 직접 생산한다.
소니는 ‘BA(Balanced Armature) 드라이버’ 유닛을 탑재한 이어폰 ‘XBA’ 시리즈 11종을 출시한다고 15일 밝혔다. BA 드라이버는 하이엔드 이어폰과 보청기에 주로 쓰이는 고급 부품으로, 기존의 다이나믹 드라이버에 비해 크기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같은 수준의 음질을 제공한다. 소니가 BA 방식 이어폰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BA 방식 이어폰은 미국의 놀스테크놀로지사를 비롯한 2개 회사가 생산한 드라이버 유닛을 이어폰 제조사가 납품 받아 생산하는 형태였다. 이 때문에 기존의 BA 방식 이어폰들은 음질 면에서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제한된 공급량 탓에 가격대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소니는 BA 드라이버 유닛을 자체 설계 생산해 차별화를 꾀했다. 소니 관계자는 “소니의 전문 기술을 결집해 소니만의 소리를 만들어냈다”며 “현재로서는 다른 제조사에 이 유닛을 공급하거나 기술을 공유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BA 방식 이어폰들에 대항할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또한 소니가 BA 드라이버 유닛을 대량 생산하게 되면 하이엔드 이어폰 시장에 가격경쟁이 불가피하다. 머지 않아 BA 드라이버 유닛을 탑재한 보급형 이어폰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출고가는 미정이지만 기존 BA 방식 이어폰에 비교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이버 유닛이란?
드라이버 유닛은 디지털 신호를 받아 아날로그 소리로 재생하는 역할을 하는 이어폰의 핵심 부품이다. 일반적인 이어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이나믹 드라이버 유닛이 탑재되며, 하이엔드 이어폰에는 BA 드라이버 유닛이 탑재된다. 하지만 다이나믹 방식이라고 무조건 저렴하지는 않다. 소니의 모니터링용 이어폰인 ‘MDR-EX1000’처럼 70만원대를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다이나믹 방식과 BA 방식 모두 진동판을 떨리게 하여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다이나믹 방식은 외부의 공기를 이용해 진동판을 움직이고, BA 방식은 얇은 금속핀을 통해 진동판을 움직인다. BA 방식에는 공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그만큼 유닛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진동판의 재질도 다르다. 다이나믹 방식에는 필름 재질의 얇은 진동판이, BA 방식에는 금속 진동판이 사용된다. 필름 재질의 진동판은 갈수록 노화되어 이어폰의 음질을 변질시키지만, 금속 진동판은 시간이 지나도 동일한 음질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BA 방식 이어폰은 에이징(소리 길들이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크기나 내구도에서는 BA 방식이 월등하지만 음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공기의 진동을 이용하는 다이나믹 방식이 쿵쿵거리는 저음의 베이스 소리를 더 잘 살린다는 의견도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BA 드라이버 유닛을 다수 탑재한 이어폰도 등장했다. 기본 BA 드라이버 유닛은 전음역대를 담당하고, 추가된 BA 드라이버 유닛이 우퍼(저음용 스피커) 역할을 맡는 식이다. 이는 BA 드라이버 유닛이 다이나믹 드라이버에 비해 4분의 1 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BA 드라이버 유닛이 많이 탑재될수록 가격도 비싸다.
소니의 XBA 시리즈는 5개 제품군으로 다시 나뉜다. 일반적인 음악 감상용이 4종(XBA-1, XBA-2, XBA-3, XBA-4), 스마트폰용이 4종(XBA-1iP, XBA-2iP, XBA-3iP, XBA-4iP), 여행용 1종(XBA-NC85D), 운동용 1종(XBA-S65), 블루투스 헤드셋 1종(XBA-BT75)이다.
용도에 따른 소니 이어폰 제품군
음악 장르에 따라 취향대로 - 음악 감상용 제품군
음악 감상용 제품명 뒤에 붙는 숫자는 BA 드라이버 유닛의 수를 의미한다. 드라이버 유닛 하나가 전음역대를 소화하는 XBA-1은 보컬 중심의 음악을 들을 때 적합하고, 우퍼(저음 강화)가 추가된 XBA-2는 록이나 팝에 적합하다. 전음역대, 우퍼, 트위터(고음 강화)로 이루어진 XBA-3은 클래식이나 뉴에이지에 어울리고 전음역대, 우퍼, 트위터, 수퍼 우퍼(초저음역대 강화)로 이루어진 XBA-4는 힙합과 재즈를 들을 때 좋다.
스마트폰용이라 쓰고 아이폰용이라 읽는다 - 스마트폰용 제품군
아이폰에 최적화된 제품군도 있다. 아이폰을 상징하는 꼬리말인 ‘iP’가 붙은 제품들이다. 기본적으로 음악 감상용과 동일하지만 아이폰용 마이크로폰과 리모컨이 추가됐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음악 감상뿐 아니라 전화 통화 기능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기능은 아이폰 이외의 스마트폰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폰 이외의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일반 음악 감상용을 택하는 게 현명하다.
외부 소음을 완벽 차단 - 여행용 제품군
XBA-NC85D는 작고 가벼운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이어폰이다. 이어폰에 작은 마이크가 달려 있어 외부 소음과 반대되는 음파를 생성해 상쇄시킨다. 모든 소음을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지하철이나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의 소음은 거의 완벽하게 줄여준다. 배터리는 USB방식으로 충전 가능하며, 최대 20시간 사용할 수 있다.
닦지 말고 씻자 - 운동용 제품군
XBA-S65는 물로 세척할 수 있는 제품이다. 비 오는 날 조깅을 하거나 야외 수영장에서 음악을 들을 때 유용하다. 1m 깊이의 물에 30분간 담근 후에도 작동한다. 소니가 개발한 방수 필터를 탑재해 음질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이동성이 뛰어난 블루투스 헤드셋
XBA-BT75는 기존 블루투스 제품의 배터리와 컨트롤 박스 등을 제거해 크기를 줄인 헤드셋이다. 휴대용 케이스가 제공돼 이동 중에도 충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이 역시 최대 관건
XBA 시리즈는 2011년 11월 정식 출시된다. 구입 후 음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2012년 1월 말까지 전액 환불할 수 있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가격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가다. 기존 하이엔드 이어폰들을 누르고 시장을 선도하려면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야 한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되어 BA 방식 이어폰이 대중화되길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