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맹’이 사용해 본 애플 맥북 에어 - part 1
본 리뷰어는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macintosh, 이하 맥)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누가 사용하는 걸 몇 번 본 게, 스치듯이 마우스 몇 번 클릭해 본 게 전부다. 그 흔한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 등도 최근에 들어서야 기사 집필을 위해 잠깐 사용해 봤을 뿐이다. 노트북 제품인 ‘맥북(macbook)’은 아예 커버조차 열어 본 적 없었다.
그럼에도 본 리뷰어가 대뜸 애플의 ‘맥북 에어’ 신제품을 리뷰하겠노라 나선 건 순전히 막연한 호기심 때문이다. 맥북 에어 자체의 기능과 성능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철저히 윈도우 편향적인 우리나라 컴퓨터 환경(바람직하지 않다)에서 도대체 맥북 에어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다.
솔직히 그 동안 맥북 사용자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었음을 시인한다. 일반 (윈도우) 노트북에 비해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기에 순전히 보여주기 위한 ‘겉멋’으로 맥북을 사용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맥북 사용자에게 맥북의 단점을 지적해보라 하면 하나 같이 장점을 먼저 늘어 놓는다. 이에 본 리뷰어는 작품성이 없는 형편 없는 영화를 두고, 끝내 주는 영화니까 반드시 극장가서 보라고 종용하는 것과 같다고 짐작했다.
결국 직접 사용해 보기로 했다. 도대체 뭐가 얼마나 좋아 그리들 칭송하고 감싸는지 체험하고 싶었다. 따라서 본 리뷰는 기존의 맥북 사용자가 아닌 일반 노트북 사용자에게 포커스를 둔 체험형 리뷰다. 그들도 맥북 에어를 살까 한번쯤 고민한 적이 있을 터, 일반 노트북 사용자로서 맥북 에어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본 리뷰를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노파심에 다시 언급하지만, 본 리뷰어는 애플 제품을 사용해 본 적 없는 ‘애플맹’이다.)
얇긴 정말 얇다
이건 말 그대로 진짜 공책(노트북)같다. 이토록 얇은 공간에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의 주요 부품이 다 들어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앞 쪽에서 뒤 쪽으로 갈수록 두툼해 지는데, 가장 얇은 부분은 5mm 내외에 불과하다. 또한 본체와 커버를 통 알루미늄으로 뽑아 제작해 이음새 없이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인 듯하다. 요즘 출시되는 일반 노트북은 하나 같이 투명 하이그로시 재질을 입혀 독창적인 느낌이 없는데, 맥북 에어는 ‘디자인’에 있어 역시 ‘애플’다운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두께가 얇다 보니 일반 노트북과 달리 입출력 포트가 몇 개 없다. 본체 좌우측에 1개씩 있는 USB 2.0 포트, 이어폰 단자, 선더볼트(Thunderbolt) 포트(아래 설명 참고)가 전부다. 그 흔한 메모리 리더도, D-Sub/HDMI 출력 단자도, 결정적으로 유선 랜 포트도 없다. 이름이 ‘에어(air)’이기에 케이블에 묶일 수 있는 건 최대한 제거했나 보다. 일반 노트북에서 늘 애용하던 기능이 없으니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적당히 인정하고 타협하려는 자신을 발견했다.
인텔 선더볼트 연결 기술
선더볼트는 인텔과 애플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연결 인터페이스다. USB와 비슷하게 생긴 이 인터페이스는 각종 주변기기와 컴퓨터를 케이블 하나로 연결하여, 현재의 USB 2.0 포트보다 최대 약 20배, USB 3.0보다 약 2배 빠른 탁월한 전송속도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외장형 그래픽 카드는 물론 외장 하드디스크, 기가비트(1Gbps) 네트워크 연결까지 활용할 수 있어 대단히 유용하다.
USB 포트를 개발한 인텔과 파이어와이어(FireWire, IEEE1394)를 개발한 애플이 두 연결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USB와는 달리 허브가 없어도 선더볼트 기기끼리 꼬리를 물어 연결하는 방식(데이지 체인)을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선더볼트를 지원하는 주변기기가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선더볼드 기술이 대중화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형태의 컴퓨터 사용 환경이 조성되리라 예측된다.
맥북 에어를 처음 접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키보드다. 일반 노트북의 익숙한 키 배열, 키 배치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한글/영어 전환 방법이 가장 궁금했다. 맥북을 사용하는 지인을 통해 커맨드(command) 키와 스페이스 바를 동시에 누르면 한글/영어 전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할 때 시프트 키 + 스페이스 바로 한글/영어 전환을 하던 본 리뷰어에게는 이런 키 조합이 그다지 낯설진 않았다.
각 키의 배열은 일반 노트북과 거의 유사하며, 일반 노트북의 알트(alt) 키, 윈도우 키 등 대신에 옵션(option) 키, 커맨드 키 등이 배치돼 있다. 용도는 일반 노트북의 그것과 유사하다. 다른 키와 연동하여 창을 닫거나 축소하는 역할이다. 다만 한 달 동안 맥북을 사용하면서 이들 키를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이들 특수 키는 다른 키와 조합하여 단축 키 기능으로 주로 활용된다).
한편, 키보드 아래로 은은한 불빛(백라이트)이 나니 어두운 곳에서도 무리 없이 타이핑할 수 있고(폼 난다), 키 배열도 좁지 않아 고속 타이핑에도 오타 발생이 적다. 이와 함께 부드러우면서 명확한 키감이 인상적이다. 키캡 표면은 손가락 끝 굴곡에 맞게 약간 움푹 들어가 있다. 키캡의 문자 인쇄 상태나 배열 등 전반적으로 고급 노트북에서나 볼 수 있는 구성이라 역시 폼 난다.
맥북 에어는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다. 사용자에게 배터리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인지, 제조 단가를 절감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본체 밑판도 커버와 동일하게 매끈하게 디자인됐다. 또한 바닥의 나사를 임의로 풀고 죌 수 없으니 메모리나 하드디스크 등을 교체할 수도 없다. 이 역시 사양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됨을 의미하는 것인지, 함부로 자사 제품 사양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전원 어댑터에 대해 말하려 한다. 다른 노트북 제조사는 하찮게 여기는 전원 어댑터지만, 역시 ‘애플답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디테일에 신경 쓴 모습이다. 일반 노트북처럼 전원 어댑터를 본체에 끼우는 식이 아니라, 본체와 어댑터에 자석을 대어 서로 찰싹 붙도록 해 놨다. 처음에는 이 역시 단순히 ‘폼’으로 그랬으리라 생각했다. 맥북 사용자들의 변을 들으니, 전원 케이블이 사용자의 발에 걸려 본체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쉽게 분리되게끔 한 것이란다. 그 동안 일반 노트북을 사용하며 종종 겪었던 상황이기에 충분히 납득이 된다. 발에 걸린 것처럼 일부러 전원 케이블을 확 당겨 보니 본체는 가만 있고 케이블만 탁 분리된다. 오호, 제법이다.
전원 어댑터마저도 일반 노트북의 그것과는 생김새나 활용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일단 크기가 작다. 본체가 ‘에어’라 전원 어댑터도 그대로 따른 듯하다. 전기 콘센트의 형태에 따라 연장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도 눈에 띈다. 아울러 뒤쪽에 있는 손잡이 같이 생긴 케이블 고리도 나름대로 괜찮은 듯하다. 적어도 일반 노트북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디테일임은 분명하다.
맥북의 백미, 터치 패드
최근 출시되는 일반 노트북은 윈도우 7을 토대로 손가락 한두 개로 기본 조작이 가능한 ‘멀티 터치’ 기능을 강조(자랑)하고 있다. 여태까지 그게 ‘정석’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맥북 에어의 터치 패드를 사용해 보니 일반 노트북은 ‘멀티’ 축에도 끼지 못할 수준이라 판단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우스 버튼이 없는 터치 패드가 대단히 낯설었고 사용에도 적잖이 불편했다. 아니, 정확히는 불편했다기 보다는 익숙하지 않아 더듬거렸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일반 노트북 터치 패드 사용에 너무도 익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터치 패드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일반 USB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했다. 그러나 터치 패드와 ‘진정한’ 멀티 터치에 적응하니 신기하게도 USB 마우스가 오히려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졌다(절대 과장이 아니다). USB 마우스를 꽂아 놓고 터치 패드만 썼다. 마우스를 사용하는 지금의 윈도우식 사용 환경을 만든 애플이 이제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터치 사용 환경을 새로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맥북의 터치 패드는 손가락 한 개부터 네 개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으며, 기능과 역할도 각각 다르다. 아이콘 선택, 드래그(끌기)와 드롭(놓기), 창 축소/최대화, 데스크탑 화면 전환 등, 파일/폴더는 물론이고 창/화면 조작까지 터치 패드로 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와 같은 패드 조작이 대단히 유연하고 부드럽게 동작해서 사용 상의 불편함이 거의 없다. 이러한 기능은 일반 노트북이, 특히 윈도우 운영체계가 본받아야 할 것이다. 철저히 사용자 지향적인 설계 말이다.
일례로, 맥북 터치 패드는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내리고 올릴 수 있다(스크롤). 이는 일반 노트북과 동일하지만 스크롤 방향이 서로 다르다. 즉 일반 노트북은 터치 패드를 위(키보드 쪽)에서 아래(사용자 쪽)로 내려야 화면이 내려가지만, 맥북은 그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야 화면이 내려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특이하게 보이려 했으리라 판단했지만, 실상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화면 스크롤과 동일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함임을 알았다. 아이폰/아이패드의 화면 스크롤도 아래→위 방향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역시 애플답다. 애플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을 모두 생산하는 국내 제조사가 이처럼 철저히 사용자를 위한 소소한 디테일에 관심을 가질 날이 과연 올까?
더불어 맥북 에어의 터치 패드는 패드 자체가 버튼 기능(패드 하단)을 한다. 아울러 USB 마우스를 연결해도 스크롤 방향은 그대로 유지되며, 좌우 버튼, 스크롤 휠 등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맥북의 유연한 화면 전환 방식을 만끽하기에는 마우스는 오히려 장애가 되는 듯하다.
화면이 어쩜 이리 부드러울까
앞서 언급한 대로 맥북 에어에는 애플의 맥OS가 설치된다. 맥북 에어 신제품에는 최신 버전인 ‘OS X 라이온(Lion)’이 내장됐다. 이전 버전은 ‘스노우레오파드(Snow Leopard)’였다. 두 맥OS 버전 간의 차이는 본 리뷰어나 일반 사용자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니 번외로 하겠다(정 궁금하면 검색하라).
그 동안 윈도우 환경에 익숙해서인지(사실 윈도우는 맥OS를 본 따 만든 운영체계다) 라이온의 화면 구성이 한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하지만 몇 번 조작해 보니 그리 어렵지도 않다. 윈도우 계열과 유사하게 창, 메뉴 구조이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 아이콘을 클릭하면 실행되고 종료 버튼(윈도우와 달리 왼쪽 구석에 위치)을 클릭하면 종료된다.
윈도우의 시작 버튼은 따로 없고 화면 하단에 주요 프로그램 아이콘만 배치돼 있다. 그 동안 본 리뷰어의 컴퓨터 사용 패턴을 생각해 보면,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건드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맥북의 라이온은 실제로 사용 빈도가 높은 프로그램 아이콘만 최상단으로 노출하고 나머지는 모두 내부에 숨겨 놨다. 윈도우의 탐색기 역할을 하는 ‘파인더(Finder)’를 통해 하드디스크에 접근하거나 시스템 설정 화면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윈도우와 달리 하드디스크에 접근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본 리뷰어가 정작 말하고 싶은 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라이온 운영체계의 유연성이다. 맥북 에어 신제품에는 애플 프로세서가 아닌 인텔 2세대 코어 i5 프로세서가 내장됐다(13인치 모델은 2세대 코어 i7). 그래픽 칩셋은 인텔 내장 그래픽(HD 3000)이며, 메모리는 4GB고 하드디스크는 SSD 128GB 제품이 내장됐다. SSD는 자기디스크가 아닌 메모리 칩을 사용하여 데이터 입출력 속도와 내구성을 강화한 드라이브로, 최근 출시되는 중급 이상의 일반 노트북에 주로 장착된다. 전반적인 사양은 일반 노트북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체감적인 작동 성능은 (‘좋다’ 혹은 ‘높다’가 아닌) 대단히 ‘부드럽다’.
손가락 멀티 터치로 프로그램 화면을 전환하거나 인터넷 페이지를 넘나 들어도, (마치 아이폰/아이패드 화면 넘어가듯) 유연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창을 축소하거나 확대할 때도 윈도우에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효과보다 훨씬 독창적이면서 자연스럽다. 이러한 인터페이스 때문에서라도 맥북을 선호하는 이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시스템 부팅 및 종료 속도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물론 SSD의 입출력 성능을 배제할 순 없지만, 운영체계의 구조적 특성도 부팅/종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맥북 에어는 전원을 끈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눌러 라이온 바탕화면이 뜨기까지 대략 10여 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종료는 3초를 넘지 않는다. 몇 번을 껐다 켜도,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흡사 일반 노트북의 최대 절전 모드를 보는 것 같다(맥북에도 이에 해당되는 ‘잠자기’ 모드가 있다).
거칠 것 없는 부팅/종료 속도도 맥북 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늘 사용하는 윈도우 운영체계에는 시스템 자원을 쓸데 없이 잠식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대단히 많은 셈이다. 물론 그로 인해 폭 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1부 리뷰에서는 얼마 전 새로 출시된 2세대 맥북 에어의 외형과 디자인, 그리고 노트북으로서 제공하는 여러 기능과 옵션에 대해 살펴 봤다. 생긴 건 일반 노트북과 거의 비슷해서 대단히 얇고 가볍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얇은 나머지 일반 노트북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입출력 포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그렇다면 맥북 사용자들이 극찬하는 ‘독창성’은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2부 리뷰에 계속 된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