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휴대폰, 찾기도 힘들어 졌다
지난 2년간 IT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건 누가 뭐래도 스마트폰이다. 이전에는 디지털카메라나 MP3 플레이어, 넷북, PMP 등이 IT 시장의 주요 관심거리였지만, 애플 ‘아이폰’이 KT를 통해 정식 출시되면서 IT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꿔놨다. 아이폰을 필두로 IT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스마트폰에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있긴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전자의 ‘옴니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 제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반 소비자에게 ‘스마트폰’이 어떤 제품인지 본격적으로 알린 비운의 주인공이다(옴니아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간헐적으로 출시된 바 있다).
이렇듯 아이폰을 시작으로 IT 시장의 관심사는 스마트폰에 집중됐고 이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몇 년까지는 이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현재는 태블릿 PC도 가세했다).
자취를 감추는 일반 휴대폰(피처폰)
스마트폰이 IT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휴대폰 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휴대폰 시장을 스마트폰이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폰(피처폰)의 출시량은 거의 비슷했다. 아니,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기 시작 했지만, 오히려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일반 휴대폰에 미치지 못했다. TV에서도 일반 휴대폰 광고는 계속 방영됐다.
그러나 지난 2010년 6월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하여, 올해 3월에는 드디어 가입자 1,000만 명을 넘어섰다(2011년 9월 현재 1,500만 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이동전화(스마트폰+일반 휴대폰) 전체 가입자 비율의 20% 가량을 불과 2년만에 달성한 것이다(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5,0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이 때문에 현재 일반 휴대폰을 주변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다. 간간이 나오던 일반 휴대폰 광고도 거의 사라졌고,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도 소수 모델만 판매되고 있을 뿐 그 자리를 대부분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다. 일반 휴대폰은 IT 기기와 거리가 먼 노년층을 위한 ‘효도폰’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올해 출시된 제품은 단 9종 뿐
자체 조사결과로도 올해 출시된 일반 휴대폰은 단 9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단종 모델 제외). 스마트폰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 지는데, 온라인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일반 휴대폰은 채 10개가 넘지 않는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도 마찬가지다. 매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온라인 가입용 휴대폰과 비슷하거나 더 적다. 게다가 매장 직원도 일반 휴대폰보다는 스마트폰 가입을 의도적으로 유도한다. 수익 면에 있어 일반 휴대폰 보다 스마트폰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된 일반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미니멀 폴더’와 ‘노리 F2’, ‘WiFi 풀터치’, '와이즈모던', ‘클래식’을 비롯해, LG전자의 ‘아이스크림폰3’, '롤리팝T', ‘아크터치’, ‘와이폰 4’, KT 테크의 ‘브릭스’ 등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4종, KT 테크가 1종으로 총 9종이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일반 휴대폰의 전부다(물론 매장에 따라 일부 구형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긴 하다). 다른 제조사는 아예 신제품을 출시하지도 않았고, 지난해 모델만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을 뿐이었다.
요금은 ‘스마트’하지 않은...
이처럼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 가정 내 통신비도 그만큼 증가한다. 불과 9종이라도 현재는 일반 휴대폰을 구매할 순 있으니 다행이지만, 이마저 아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 통신비는 일반 휴대폰 사용 때보다 몇 곱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은 일반적으로 최저 35,000원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고 기기 할부금, 부가 서비스 이용 요금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 요금제에 반드시 가입할 의무는 없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 사용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일반 휴대폰처럼) 일반 요금제를 선택하면 스마트폰 구매 지원금이 줄어들어 기기 할부금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3G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다 보면 데이터 사용 한계치를 초과해 자칫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35,000원 요금제가 비용적으로 낮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달 평균 20,000원 내외의 통신비를 지불하던 일반 휴대폰 사용자라면 스마트폰 때문에 과도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접하고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있다면 비용적 가치는 있겠지만, 현재까지 일반 휴대폰을 고집한 사용자라면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전보다 통신비가 줄어들었다 말하는 사용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매월 통신비 고지서를 꼼꼼히 따져 보면 결코 그렇지 만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잊혀질 뿐
일반 휴대폰이 당장 오늘내일 안에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머지 않아 저가형 스마트폰, 보급형 요금제 등에 밀려 자연스레 사용자로부터 잊혀지게 될 것은 확실하다. 신제품이 나오면 구제품은 도태되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니.
물론 이를 두고 휴대폰 제조사(통신사 포함)를 탓할 순 없다. 제조사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100% 보장해 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잘 팔리는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수익을 올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수익에만 연연하여 장기 가입자를 외면하거나 특정 제품에 편향된 서비스만을 제공한다면 기업 윤리에 대한 소비자의 비난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밖에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정부기관 역시 스마트폰 사용자 급증으로 인한 통신비 상승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글 / IT동아 천상구 기자 (cheonsg@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