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8GHz 주파수 포기, 2G 사용자는 쫓겨날 판
‘과열경쟁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참여 중단키로’
KT(대표 이석채, www.kt.com)가 4세대(4G) 이동통신망 1.8GHz 주파수 경매에 대한 추가적인 입찰 참여를 결국 중단했다. 지난 8월 29일,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의 과열 경쟁 탓에 사회적 논란 및 국가적 손실을 가져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8GHz 대역에 추가적인 입찰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KT가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1.8GHz 주파수의 20MHz 대역폭을 확보했다면, 광대역화를 통해 최대 150Mbps급 고품질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다(KT는 이미 1.8GHz 주파수에서 20MHz 대역폭으로 2G 서비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같은 1.8GHz 주파수의 20MHz 대역폭을 낙찰 받아 총 1.8GHz 주파수에서 40MHz 광대역 서비스를 하려고 했다). 때문에, 소비자 편익 증진 및 국가 전파자원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했을 때, KT가 1.8GHz를 확보하고 SKT가 800MHz를 추가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KT가 1.8GHz 주파수를 포기함에 따라 이를 얻어낸 SKT는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4G 서비스를 총 30MHz 대역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SKT는 기존에 800MHz 주파수에서 10MHz 대역으로 서비스하고 있었을 뿐이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양사의 경매에 앞서 이미 보유하고 있던 800MHz 주파수의 20MHz 대역과 주파수 경매에서 단독 입찰로 받은 2.1GHz 주파수의 20MHz 대역을 합해 총 40MHz 대역으로 4G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LG유플러스가 TV CF를 통해 자사의 4G 서비스 데이터 전송 속도가 경쟁사보다 빠르다는 광고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높은 주파수와 넓은 주파수 대역폭을 확보할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처럼 각 통신사가 4G 이동통신 주파수 확보에 목을 매는 이유는 바로 통신 대역폭을 늘려 4G 이동통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4G 이동통신망은 기존 3G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지만, 원하는 주파수나 주파수 대역폭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원활한 4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이는 곧 4G 가입자 확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KT, 총 50MHz의 4G 주파수 대역폭 확보?
KT가 1.8GHz 주파수 입찰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아있던 800MHz 주파수를 추가 확보했다는 점이다. 만약 이마저 확보하지 못했다면, KT는 4G 통신망에 기존 확보하고 있던 900MHz 주파수의 20MHz 대역밖에 사용하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800MHz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함에 따라 10MHz 대역폭을 더한 30MHz 대역폭으로 4G 통신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KT가 가용할 수 있는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폭이 더 존재한다. 기존 2G(일반 휴대폰, 피처폰) 서비스로 사용하던 1.8GHz 주파수의 20MHz 대역폭을 4G 서비스로 전환해 활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얻은 800MHz 주파수의 10MHz 대역폭과 기존 900MHz 주파수의 20MHz 대역폭, 그리고 2G 서비스를 하던 1.8GHz 주파수의 20MHz 대역폭을 합쳐 총 50MHz의 대역폭을 4G 이동통신 서비스에 할당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2G 이동통신 사용자의 행보
만약 KT가 50MHz 대역폭으로 4G 서비스를 하게 되면,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고 있는 3사 중에서 가장 넓은 주파수 대역폭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기존 (1.8GHz 주파수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2G 사용자를 밀어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KT 이석채 회장은 8월 29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도 예정대로 9월 중 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2G 사용자들은 KT의 4G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폭 문제 때문에 싫든 좋든 더 이상 2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택지 재개발을 이유로 그 곳의 원주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랫동안 2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사용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통신 재개발(4G망 확보)을 이유로 이들을 다른 서비스망이나 통신사로 내모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KT는 이들 사용자를 위해 3G 서비스로 전환하면 몇 가지 혜택을 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혜택이 ‘올드’ 사용자에게 얼마큼 유용할지는 미지수다. 장기 사용자 혜택도 없어지고 오랜 시간 사용한 ‘01x’ 번호만의 감성적 추억도 사라진다. 아울러 3G 통신망 이동을 위한 요금지원도 넉넉하지 못한 상태. 이에 따라 이들 2G 휴대폰 사용자를 위한 보다 도의적이고 구체적인 보상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4G 통신망 확보. 다 좋다, 하지만…
KT 역시 9월 부로 2G 이동통신 서비스를 곧바로 종료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2G 사용자 이전문제는 최근 1~2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KT의 2G 사용자들이 언젠가는 KT를 떠나야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2G 서비스가 길어질수록 KT는 손해를 보게 될 것이 뻔한데, KT가 언제까지고 이들을 떠안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KT 입장에서는 2G 서비스를 200만 명이 사용할 때와 20만 명이 사용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같다. 결국 효율성의 문제다).
반면, SKT와 LG유플러스는 2G 서비스에 아직은 더 여유가 있다. 현재 이들의 2G 가입자 수를 고려하면 KT보다는 오랫동안 2G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고, 손해도 적기 때문이다. 즉, 2G에서 4G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KT는 2G 사용자를 하루라도 더 빨리 3G로 전환해야만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KT가 2G 사용자들의 3G 전환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800MHz와 900MHz, 그리고 1.8GHz의 주파수를 통해 총 50MHz의 4G 주파수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게 된 KT. 이는 분명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기존 2G 사용자에 대한 확실한 배려가 없다면,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천상구 (cheonsg@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