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든다는 '모바일 OS'는 어떤 것?
현재 쓰이고 있는 스마트폰의 대표 OS(운영체제)를 꼽는다면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들 수 있다. 이 두 운영체제가 아니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용 윈도우와 삼성전자의 바다 OS, 노키아의 심비안, RIM의 블랙베리 OS 등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리 친숙하지 않다. 해당 운영체제가 탑재된 제품도 적을뿐더러 제공되는 어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어플)의 수도 많지 않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비주류의 스마트폰인 셈이다(물론 몇몇 국가에 한해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는 그러하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바로 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어플 마켓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모바일용 OS인 모바일용 윈도우와 바다 OS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마켓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사용자가 적다 보니 어플 개발을 위한 개발자의 참여도 적은 탓이다.
이러한 스마트폰 시장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난 22일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지식경제부가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독자적인 모바일 OS를 만든다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것이다. 그러나 해당 소식을 접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만약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성공시키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스티브 잡스 보다 열 배는 훌륭한 분”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IT업계 관계자들 또한 정부가 갑자기 왜 독자적인 모바일 OS를 만들려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도대체 어떤 모바일 OS를 만들기에?
그렇다면 정부가 만들려는 독자적인 모바일 OS는 어떤 것일까? 정부는 안드로이드의 ‘아류’를 만드는 것이 아닌 앞으로 새롭게 바뀔 스마트폰 시장을 위한 신세대 모바일 OS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현재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과 같이 기기에 어플을 설치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담아 보는 것이 아닌, 웹을 통해 이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기기의 용량은 중요치 않게 된다. 데이터 대부분이 웹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클라우드(cloud) 환경의 운영체제라는 뜻이다.
정부의 이런 OS는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구글에서 이와 같은 방식의 크롬 OS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크롬 OS는 현재 노트북에서만 지원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준비중인 모바일 OS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과 노트북, 스마트 TV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플랫폼의 제한 없이 하나의 웹 접속을 위한 계정만 있다면, 어떤 기기에서건 자신이 작업 중이던 문서를 보거나 수정할 수 있고, 어플을 실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모바일 OS가 2014년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4년 즈음이면 3G보다 통신속도가 더 빠른 차세대 통신 규격인 4G가 보편화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또한 정부가 개발하려는 모바일 OS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방식으로 점차 변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의 iOS도 조금씩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의도는 그럴 듯하지만…
정부의 얘기만 듣는다면 매우 그럴듯한 모바일 OS로 보인다. 지금은 아이폰에서 내려받은 어플을 아이패드에서 사용하기 위해 또다시 내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준비 중인 모바일 OS라면 웹에 저장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내려받더라도 태블릿 PC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이나 동영상 등도 웹에 저장되기 때문에 어떤 기기에서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모바일 OS를 과연 채택하는 업체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스마트폰용 운영체제인 ‘바다 OS’가 이미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바다 OS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마켓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발하려는 모바일 OS 또한 비슷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러한 스마트폰 시장의 생태계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정부의 모바일 OS 개발 계획은 성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글 / IT동아 천상구(cheonsg@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