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토로라 인수, 이제는 자체 플랫폼이 있어야
아마도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큰 최대 이슈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아닐까 한다. 아직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 약 4개월 정도가 남긴 했지만, 앞으로 이보다 더 큰 깜짝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 열흘 정도가 지난 지금도 각종 매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인수 이후의 예상에 동분서주한 모습. 대부분의 관련 기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와 ‘앞으로 모토로라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이다.
먼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구글 스마트TV인 ‘구글 TV’의 경쟁력 강화와 최근 애플- 삼성전자 간에 벌어진 ‘특허 분쟁’처럼 향후 공격당할 수 있는 특허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다. 하지만, 사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는 크게 상관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모토로라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즉, 구글이 모토로라라는 칼자루를 손에 쥐고 어떻게 휘두르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안드로이드는 결국 운영체제일 뿐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시장 점유율 및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분기 안드로이드폰의 전 세계 점유율은 47.7%에 이른다. 한국을 포함한 몇몇 스마트폰 선진 시장에서는 점유율 60%도 넘었다. 전체 시장 점유율 50%를 목전에 두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의 성장세는 2008년 4분기 첫 제품이 출시된 지 약 2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달성되었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안드로이드폰이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방했기 때문. 즉,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HTC 등 여러 제조사가 하나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뭉쳐 경쟁력을 강화했기에,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였던 노키아(심비안), RIM(블랙베리), 애플(iOS), MS 진영(윈도우 모바일, 윈도우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안드로이드폰 진영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만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스마트폰 제조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HTC, 삼성과 함께 선보인 ‘구글 넥서스 원’과 ‘넥서스S’를 구글폰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지만, 이 제품들을 구글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2.2버전(프로요)과 2.3버전(진저브래드)의 레퍼런스(표준) 단말기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알아두면 좋을 팁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적인 강자 중 하나인 애플은 구글과 달리 제품도 생산한다. 애플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iOS 운영체제와 안드로이드 마켓과 같은 앱스토어 생태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MP3 플레이어에서 태블릿 PC까지 이어지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 단말기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일컬어 ‘플랫폼’이라고 한다(이 외에도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애플이 스마트 혁명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냈다고 하는 이유를 이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어 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곤 한다.
같은 기간(2011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별 판매량 1위를 살펴보면 2,030만 대를 판매한 애플(점유율 18.5%)이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은 2위 업체는 1,920만 대를 판매한 삼성전자(점유율 17.5%)이고, 3위 업체는 1,670만 대를 판매한 노키아(점유율 15.2%)이다(기타 5,380만 대).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3위 안에 들어 있는 업체 중 안드로이드폰을 주로 판매하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할 뿐이다(아래 표 참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애플처럼 운영체제와 함께 단말기 제조 라인까지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 개방성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며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던 구글이 이제는 스마트폰, 아니 모바일 시장을 주무를 수 있는 강자의 위치를 넘볼 수 있게 되었다.
구글은 걱정할 것 없다고 하지만…
이에 구글은 기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의 우려를 달래고 나섰다. 모토로라만을 위한 특혜는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선 것. 특히 구글 래리 페이지 CEO는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체제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MS나 애플, 그리고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인수 초점을 자사의 플랫폼 시장 진출이 아닌 ‘특허 확보’에 맞추고 있다(모토로라가 보유한 관련 특허는 약 22,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글은 애초에 모토로라를 별도의 사업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 앤디 루빈 부사장은 “모토로라는 초기 안드로이드 라이선스 업체 중 하나이다. 인수가 완료되어도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이번 인수는 모바일 생태계 보호와 확대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구글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전략도 지금과 같이 유지할 것이다. 각 제품이 나올 때마다 여러 제조사의 경쟁을 통해 파트너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모토로라도 이 과정에 참여하며, 다른 제조사와 비교해 별다른 혜택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아무리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이후에도 안드로이드를 계속 개방한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반 안드로이드 진영에 속한 노키아, MS, 블랙베리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안드로이드폰 제조사가 윈도우폰이나 심비안 등을 대체 운영체제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단순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대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국내 업계의 반응은?
구글 모토로라 인수 사건 이후, 국내 업계는 일단 ‘관망’ 추세이다. 당장은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계열이 안드로이드 이외에 선택할 길은 기껏해야 MS 윈도우폰 정도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국내에는 잘 소개된 바가 없지만, 자체 운영체제인 ‘바다(bada) OS’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5월 24일, 삼성전자는 독자 모바일 운영체제인 바다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Wave, GT-S8500)’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했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바다 OS의 특징으로 내세웠던 장점은 기존 스마트폰(아이폰, 안드로이드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폰(피처폰)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소셜 네트워크(SNS)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소셜 허브(Social Hub)’ 기능을 탑재해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했었다.
그 이후에도 바다 운영체제의 저변 확보라는 측면에서 총 270만 달러 수준의 ‘바다 개발자 챌린지’ 등을 지속적으로 열어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강화에 힘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잠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구글 모토로라 인수 이후, 삼성전자는 바다 OS의 경쟁력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라고 하지만, 자체 운영체제의 강화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위기 의식 때문일까. 정부에서도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강화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식경제부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휴대폰 제조사와 협력해 개방형 운영체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 업계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현실성이 없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다는 의견, 그리고 이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제는 자체 경쟁력 강화, 플랫폼 개발에 힘써야
본 기자는 과거 삼성전자가 바다 OS를 개발, 실제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출시했을 때에도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 즉, 장기적으로 볼 때 자체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제 아래 지지를 보냈었다(설령 그게 삼성전자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플랫폼 경쟁 속에서 자체 경쟁력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플랫폼은 한번 구축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것, 변화에 대처할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쁜 것은 아닐까. 야구의 3할 타자는 3번의 성공을 위해 7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