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한국형 소셜커머스로 미국 증시 문 두드린다
지난 8월 18일,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대표 김범석, www.coupang.com)이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이룬 성과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쿠팡은 한국 및 미국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한 이커머스(E-commerce) 기업”이라며,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선두업체를 제치고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1등 브랜드가 됐다”라고 밝혔다. 쿠팡은 이 기세를 몰아 2년 뒤인 2013년까지 미국 증시 직접 상장,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서는 티켓몬스터와 쿠팡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치열한 1위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초의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는 2010년 5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 때 시장점유율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선발주자로서의 특혜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하지만 얼마 전 북미 2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리빙소셜에 매각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쿠팡은 티켓몬스터보다 국내에 3달 늦게 출범했지만 차근차근 회원 및 방문자 수를 늘리며 티켓몬스터를 따라잡았다. 7월말 기준 쿠팡의 회원 수는 약 518만 명. 한국 국민 10명 중 1명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또한, 거래 액수에서도 평균 63%에 달하는 월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 8월 거래 액수(1억 9,000만 원)와 올해 7월 거래 액수(300억 원)를 비교하면 1년 만에 20,000%라는 성장률을 보인 셈이다.
쿠팡은 올해 봄을 기점으로 트래픽에서 티켓몬스터를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닐슨코리안클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의 페이지뷰(PV)는 5월 넷째 주부터, 순 방문자 수(UV)는 6월 둘째 주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7월의 경우 네이버 검색 쿼리(질의어)에서 옥션, 11번가 등 대형 인터넷쇼핑 업체를 제쳤다”라며, “타 소셜커머스 업체보다 훨씬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장 추세를 봤을 때, 올해 총 거래액 3,000억 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한국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년 내 미국 증시에 상장, 전세계 1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쿠팡은 한국형 소셜커머스를 추구한다
이 날 김 대표가 줄곧 강조한 것은 쿠팡이 ‘한국형’ 소셜커머스 업체라는 점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에 큰 뿌리를 두고 있는 미국식 소셜커머스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SNS 대신 포털 검색이나 URL을 직접 입력해 들어오는 방문자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쿠팡을 소셜커머스보다는 ‘디스커버리 쇼핑 플랫폼(한국형 소셜커머스 쇼핑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가져왔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지 않느냐”라며, “한국 업체는 한국의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아직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입소문 마케팅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시장 안착에 성공한 트위터조차 쿠팡의 회원 수에 밀린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쿠팡 회원 수가 트위터 회원 수보다 많은 상황에서 트위터 마케팅에 의존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은 전략”이라며 “페이스북, 트위터를 이용하는 미국식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 강요하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대신 쿠팡 자체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일회성 상품으로 화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쿠팡의 존재감을 높여 적극적으로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소비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쿠팡은 마케팅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했다. 쿠팡이 김현중 등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TV광고를 진행한 것은 네이버가 적절한 시기에 톱 모델 전지현을 활용해 인지도를 올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쿠팡이 ‘소셜’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어떤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분명히 입소문 효과는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예로 쿠팡의 딜(deal) 중 맥도날드 아이스커피는 총 140만 건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렸는데, 이 숫자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없다면 불가능한 수치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SNS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소셜커머스는 소셜하지 않다”라는 지적은 한국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간담회를 열 때마다 매번 언급하는 말이다. 이런 질문이 나오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으레 “우리도 그 점을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는 SNS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라고 답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쿠팡은 “우리는 소셜커머스가 아닌 것 같다”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무리해서 SNS를 접목하느니 소셜커머스라는 명칭을 포기하겠다는 것. 한 술 더 떠 “우린 처음부터 소셜커머스라고 부르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사실 SNS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SNS를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할 이유는 없다. 브랜드 인지도를 올려 한국형 소셜커머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쿠팡의 전략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형 소셜커머스로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쿠팡이 진짜 1위 맞나
업계 1위라는 간판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쿠팡은 자사가 국내 1위 소셜커머스 업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하지만 쿠팡과 티켓몬스터의 재무제표와 같은 구체적인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1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1위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거래 액수에서 티켓몬스터를 앞서야 한다. 지난 6월 기준 티켓몬스터의 거래 액수는 260억 원, 쿠팡은 230억 원이다. 7월 들어 쿠팡이 거래 액수 300억 원을 돌파하며 큰 폭의 성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티켓몬스터는 리빙소셜에 매각된 이후로 거래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티켓몬스터가 거래 액수를 밝히지 않는 이상 쿠팡이 1위라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대한 티켓몬스터의 입장은 의미심장하다. 티켓몬스터 관계자는 “쿠팡이 열심히 하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티켓몬스터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업계 진짜 1위는 쿠팡이 아닌 티켓몬스터가 알고 있는 셈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