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테크라’ - ‘데스크탑’을 탈취하라 - 도시바 테크라 R850 노트북
데스크탑은 지난 십 수년간 책상 위에 군림하며 사용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반면 노트북은 ‘사치품’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데스크탑의 대용품 내지는 보완품 정도로 여겨졌다. 예전보다 가격차가 다소 좁혀졌지만 사실 데스크탑에 비해 지금도 여전히 비싸긴 하다. 하지만 지위는 예전보다 한층 격상됐다. 컴퓨터가 완전히 대중화됨에 따라 노트북도 비싼 만큼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기 때문이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던 성능에 대한 아쉬움도 최근에는 상당히 불식됐다. 높은 사양 · 성능을 필요로 하는 전문 작업이나 게임 등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요즘 노트북으로도 큰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소개하는 도시바 15인치 노트북 ‘테크라’ R850(이하 R850)도 ‘타도! 데스크탑’을 목적으로 양산된 전략적 제품이다. 물론 180만원 대의 가격은 좀 비싸다. 이 가격으로 데스크탑을 사면 초호화 사양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데스크탑에는 노트북이 부여하는 고유의 ‘유연함’이 없다. 성능 하나 때문에 크고 무겁고 번거로운 데스크탑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노트북이 데스크탑을 밀어내고 ‘데스크탑’에 오를 수 있는 이유를 R850를 통해 확인코자 한다.
데스크탑 공략법 하나 - 데스크탑 버금가는 성능
R850은 웬만한 데스크탑 못지 않은 사양을 내장했다. 15인치 크기에 맞게, 그리고 다목적 노트북에 어울리게 사양도 제법 높다. 우선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 중 노트북용 i7-2620M(듀얼 코어) 모델을 내장했다. 위로는 바라 볼 프로세서가 몇 개 없을 만큼 상위급 모델이다. 평소에는 2.7GHz로 작동하다 작업 부하가 많으면 최대 3.4GHz(단일 코어 작동)로 성능이 자동 상승한다(인텔 터보 부스트 기술). 프로세서 성능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메모리는 4GB로 부족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64비트 윈도우가 설치돼 있다. 윈도우 7 프로페셔널이다(홈 에디션 아니다). 프로페셔널 에디션은 홈 에디션에 비해 업무적/사무적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R850을 비즈니스 노트북으로 구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그래픽칩셋은 AMD 라데온 HD 6450M(비디오 메모리 1GB)이 내장됐다. CPU처럼 최상위급 제품은 아니지만 노트북에서 이 정도면 웬만한 게임은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하드디스크는 640GB다.
DVD-슈퍼멀티 ODD가 달려 있고, USB 3.0 포트(1개인 것이 아쉽다. 2.0은 3개), 블루투스 V3.0, 메모리카드리더(7-in-1), 일반모니터(RGB) 포트/HDMI 포트 등도 내장했다. 모니터 화면만 작을 뿐 전반적인 사양은 데스크탑에 그리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노트북은 외부 모니터를 연결할 수 있으니 20인치 이상 모니터를 RGB 포트나 HDMI 포트로 연결하여 확장 모니터 기능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간단하게 R850의 성능을 체험해 본다. IT동아 공식 성능측정 프로그램인 ‘퍼포먼스테스트 7.0’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2’를 각각 실행, 수치적/체감적 성능을 확인했다.
우선 퍼포먼스테스트다. 그 동안 유사한 사양의 노트북을 측정한 바 약 1,200점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역시 1,240점 대. 퍼포먼스테스트는 주요 부품의 성능 측정 결과를 합산하여 보여주기에, 무엇보다 부품 간의 균형이 잘 맞아야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 그런 면에서 R850은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성능적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는 듯하다. 결론은 유사 사양의 다른 노트북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노트북은 게임을 위한 게 아니지만 게임도 잘 돌아간다면 나쁠 거 없다. ‘스타크래프트2’는 전작보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가 대거 가미되어 중급 이상의 사양을 필요로 한다. 인텔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메모리 4GB, AMD 라데온 HD6450M 정도면 ‘최상’은 아니더라도 ‘최적’의 플레이는 가능하리라 본다.
우선 게임 내 성능 옵션은 ‘높음’(해상도 1,600 * 900)으로 설정해 봤다. 아울러 초당 화면 출력(프레임) 정도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인 ‘FRAPS(프랩스)’를 실행하고 스타크래프트2의 캠페인 모드를 플레이했다.
유닛이 많지 않은 초반에는 30 프레임 내외를 기록하여 순조로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즉 유닛이 많이 나올수록 15프레임까지 떨어지며 군기 바짝 든 군인처럼 절도 있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여의치 않다. 이에 성능 옵션을 ‘중간’(해상도 동일)으로 맞추니 한결 수월하다. 사실 본 리뷰어의 눈으로는 ‘높음’이나 ‘중간’이나 그다지 큰 차이를 체감할 순 없었다. 스타크래프트2를 진정으로 즐기는 사용자라면 큰 불만 없으리라 판단된다. 다만 게임을 불러오는 시간은 좀 더뎠다(아무래도 로딩하는 데이터가 많다 보니 그렇다. 일반 HDD가 아닌 SSD를 달면 로딩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그 동안 스타크래프트2를 제대로 해본 적 없었는데, R850을 리뷰하며 캠페인을 하나하나 진행해 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움을 깨달았다.
이외에 현재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 몇 종(서든어택, 프리스타일, 아바 등)을 더 플레이했는데 이들 모두 데스크탑 못지 않은 성능과 품질을 보여줬다. 다분히 예상했던 수준이고 예상했던 성능이다.
데스크탑 공략법 둘 - 익숙한 키보드, 편안한 타이핑
R850이 책상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는 성능이 아닌 익숙함 덕분이다. 바로 키보드의 익숙함이다. 15인치 크기라 데스크탑 키보드처럼 좌측부에 숫자패드(키패드)를 제공한다. 타사의 15인치 노트북에도 물론 대부분 숫자패드는 달려 있지만 R850의 경우 터치패드의 위치가 남다르다. 편안한 타이핑과 터치패드 사용을 위해 좌측으로 약간 치우쳐 배치된 것이다. 특히 숫자 입력이 잦은 업무 환경에서 사용해도 데스크탑 키보드와 거의 흡사한 느낌을 준다.
키도 노트북답지 않게 크고 키간 간격도 좁지 않다. 터치패드 바로 위에는 터치패드 사용을 활성/비활성하는 버튼이 달려 있어 좋다. 키감은 다른 노트북과 거의 비슷한 느낌인 듯하다. 약간 가볍기도 하지만 고속 타이핑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치 데스크탑용 펜타그래프(노트북에 적용되는 키보드 형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 같은 익숙함이 R850의 특징이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USB 포트가 좌우면 하단 쪽에만 위치해 있어 USB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때 거치적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우스 이동 반경에서 먼 쪽에 USB 포트를 하나 배치해 뒀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데스크탑 공략법 셋 - 멀티미디어 포트의 활용
어찌 보면 데스크탑보다 노트북이 포트 활용도에 있어 훨씬 유연하다. 모든 입출력 포트가 양손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자주 사용하는 USB 포트나 메모리카드 리더, 이어폰/헤드폰 단자, ODD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좋다. 특히 R850처럼 USB 3.0 포트가 있는 노트북이라면 이를 지원하는 외장 하드디스크 사용이 대단히 용이하다. USB 2.0에 비해 이론적으로 10배 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파일 등을 복사해 보면 10배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2.0보다는 빠르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다만 USB 3.0 포트가 한 개 밖에 없는 게 아쉬울 뿐).
USB 3.0 포트 외에 eSATA 포트도 제공된다. 이는 USB 3.0과 거의 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 약간 나은 입출력 성능을 보여준다. 다만 eSATA를 지원하는 외장 하드디스크가 그리 많진 않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아울러 R850의 eSATA 포트는 USB 포트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노트북이 꺼진 상태에서도 USB 연결 기기(스마트폰, MP3 플레이어 등)를 충전할 수 있다.
노트북 멀티미디어 포트의 장점은 또 있다. 바로 HDMI 출력이다. 노트북의 HDMI 포트로 디지털 TV에 연결하면 케이블 하나로 고품질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출력할 수 있다. 물론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에도 HDMI 포트는 있지만 주로 모니터를 연결하는데 사용하며, 사실상 TV와 연결하기는 대단히 번거롭다. R850에는 ODD도 달려 있으니 DVD 타이틀도 HDMI 포트를 통해 디지털 TV로 볼 수 있다.
데스크탑 공략법 넷 - 이동 사용의 자유로움
데스크탑과 노트북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동성’이다. 아무리 작은 데스크탑이라도 이리저리 옮겨가며 사용하기 곤란하다.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데스크탑 사용 환경을 노트북 사용 환경으로 바꾸면 여러 가지 이점을 얻는다.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를 마련하면 이 방 저 방, 거실, 주방, 화장실 등으로 오가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R850은 15인치급이라 무게가 약 2.5kg 정도라 늘 휴대하기는 어렵지만, 집이나 회사에서 이리저리 이동하며 사용할 순 있다.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안정성은 취약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R850에는 본체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충격이나 진동으로부터 하드디스크를 보호하는 ‘하드 프로텍션(HDD Protection)’ 기능이 내장됐다. 즉 본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하드디스크 동작을 멈춰 디스크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다(물론 하드 보호 기능은 다른 일부 고급 노트북에도 적용돼 있긴 하다).
하드 보호 기술 외에 본체 케이스를 마그네슘 합금에 6각 벌집(honeycomb) 구조로 제작하여 케이스 뒤틀림 현상을 예방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신빙성 있어 보인다. 육각 모양의 벌집 구조가 건축 구조적으로도 튼튼하다는 걸 얼핏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이는 도시바 다른 노트북 군에도 적용돼 있다).
이 밖에 R850은 15.6인치 화면에 최대 해상도 1,600 x 900을 지원하니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서핑, 게임 실행에 그다지 불편은 없다. 정 불편하다면 외부 모니터를 연결해 사용해도 좋다. 그렇다 해도 데스크탑 사용할 때보다 책상이 한결 깔끔해 진다. 한 자리씩 차지하는 키보드도, 스피커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 케이블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문어발식으로 꽂혀 있던 전원 케이블도 줄어드니 전기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데스크탑을 바꾸면 컴퓨터 생활도 바뀐다
시중에는 물론 R850과 같은 데스크탑 지향형 노트북이 많이 출시돼 있다. 사양이나 성능이 컴퓨터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요즘의 멀티미디어 환경에는, 내 방(내 책상)에 박혀 있는 데스크탑보다 이곳 저곳 옮겨가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적합하다. 아직까지는 (비슷한 사양의) 데스크탑보다는 비싸지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그만큼 많다. 도시바 테크라 R850은 그 동안 노트북에 묶여 있던 고정관념, 이를 테면 데스크탑의 보조 컴퓨터 · 부르주아의 사치품 · 단순 업무용 기기라는 점을 불식시키는 좋은 표본이라 판단된다. 거추장스럽고 복잡한 데스크탑이 아닌, R850을 올려 놓으면 말 그대로 ‘데스크탑’이 확 달라질 것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