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고 좋아했다간 큰 코 다친다' P2P 다운로드 쿠폰의 두 얼굴

요즘 PC방이나 음식점에 가면 P2P 사이트의 무료 다운로드 쿠폰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쿠폰은 각 P2P 사이트에서 사용 가능한 다운로드 포인트를 무료 제공하는 일종의 상품권이다. 한 번 등록하면 해당 P2P 사이트에서 고화질 영화 수십 편은 족히 내려 받을 수 있는 다운로드 포인트를 주는데다가 여러 장을 가져가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무료라고 마냥 좋아했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PC나 인터넷 속도를 저하시키는 프로그램이 자동 설치되기 때문이다. 무심결에 지나쳤던 약관을 찬찬히 뜯어보면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성도 다분하다. 정작 P2P 사이트를 둘러봐도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 PC 속에 기생하는 그리드 프로그램

P2P 사이트에서 파일을 내려 받으려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된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PC 속도나 인터넷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일명 그리드 딜리버리 프로그램(이하 그리드 프로그램)이다.

그리드 프로그램은 간단하게 분산 프로그램으로 이해하면 쉽다. 예를 들어 P2P 본 서버 컴퓨터에만 최신 영화 파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영화 파일을 내려 받는 사용자가 많으면 다운로드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 때 여러 대의 PC에서 동일한 영화 파일을 나눠 전송한다면 위와 같은 문제는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이처럼 대용량 작업 시 여러 대의 PC에게 서버 역할을 분산시키는 것이 그리드 프로그램이다. 실제 그리드 프로그램은 온라인 게임 설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 내장될 정도로 효율적인 기술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그리드 프로그램이 네티즌의 질타를 받는 이유는 일부 P2P 사이트 때문이다. P2P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그리드 프로그램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늘 사용자 PC에 상주한다. 그래야만 동일한 파일을 다른 사용자에게 계속 전송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드 프로그램이 설치된 PC는 인터넷 속도나 작업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P2P 사이트는 사용자에게 그리드 프로그램의 종료 또는 삭제 방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보안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PC는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인터넷 포트와 사용자가 설치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개방되는 포트로 구분된다. 그리드 프로그램은 후자인 사용자 임의 포트를 개방해 신호를 주고 받는다. 다만, P2P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통해 설치되는 그리드 프로그램은 사용자도 모르게 설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철저한 검수나 보안 단계를 거치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입이나 해킹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보안 문제는 개인 PC보다 기업 등에서 더 민감하다. 데이터는 한 순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 PC 지키기 위해서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P2P 회사에서 사용하는 그리드 프로그램은 'QuickDownload Agent', 'QuickDownload Service', 'QuickDownload Update','ExpressService', 'xOcean', 'xOceanUpdate', 'QBrid_Service' 등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PC에 그리드 프로그램이 실행 중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윈도우의 작업관리자(Ctrl+Alt+Del)의 실행 중인 프로세스 목록을 확인하면 된다. 이 목록에서 그리드 프로그램을 강제 종료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매번 윈도우를 실행할 때마다 그리드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P2P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삭제해도 그리드 프로그램은 그대로인 경우도 있다.

그리드 프로그램만 찾아내 삭제하는 '그리드 딜리버리 제거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그리드 딜리버리만 입력해도 제거 프로그램이 자동 맞춤 될 정도로 관심도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 블로그 또는 카페에 올라온 그리드 제거 프로그램을 100% 신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왕 그리드 삭제 프로그램을 내려 받는다면, 어느 정도의 검수 단계를 거친 포털 사이트의 자료실 자료가 안전하다.

내 신상정보와 맞바꾸는 고화질 영화 한 편

또 P2P 무료 다운로드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P2P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이 때 주민등록번호, 핸드폰번호, 집주소 등을 기입하는데, 특히 쿠폰을 등록하는 절차에서 더 세부 사항을 요구하거나 애초에 월 정액 결제를 해야 쿠폰 등록이 가능한 곳도 있다.

문제는 P2P 사이트 가입 시 제공한 개인신상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많다는 것이다. 간혹 P2P 사이트 중에서는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되파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쿠폰을 제공한 업주는 "쿠폰을 등록하면 보험회사나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수 차례 전화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무료 쿠폰이지만 한 순간에 유료로 둔갑하는 일도 있다. 다운로드 쿠폰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월정액 회원으로 바뀌는 경우다. 해당 쿠폰에는 유료전환 글귀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P2P 사이트의 약관을 자세히 살펴봐야 깨알 같은 글씨로 유료 서비스라는 것을 알 수 있어 피해를 입는 사용자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조 씨(22)는 핸드폰요금 고지서에 약 3만 원 가량의 P2P 사이트 사용요금이 찍힌 것을 본 적 있다. 무료쿠폰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유료 정액회원으로 전환된 것. 조 씨는 무료 다운로드 쿠폰이라는 말에 속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업체에게 환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처음에는 환불 불가 입장을 고수하다가 나중에는 다운로드 쿠폰으로 돌려주겠다는 등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조 씨는 실랑이 끝에 환불에 성공했고 해당 P2P 사이트를 탈퇴했다.

P2P는 양날의 칼이다. 다양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리드 프로그램이 설치되거나 개인신상정보가 외부로 팔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신상정보 유출이 신경 쓰인다면 P2P를 최대한 이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P2P를 이용해야 한다면, 사용 직후 그리드 제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자신의 PC 관리에는 좋은 방법이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