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무실에는 보통 복합기 - 브라더 7860DN
최근 들어 브라더 사무용 기기를 종종 소개하는 이유는 제품의 우수함도 우수함이지만, 그보다는 프린터/복합기 시장에서 브라더 브랜드의 공신력을 알리기 위함이다. 지난 30년 간 전세계 시장에 양질의 프린터/복합기를 생산, 공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재봉틀(미싱)’ 전문 브랜드로 부분적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쓸 만한 제품이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양지로 끌어 올리는 것도 리뷰어의 역할일 터, 여기서는 규모가 크든 작든 사무실이라면 요긴하게 활용할 경제적인 복합기, 브라더 7860DN에 대해 살펴 본다.
한 눈에 봐도 ‘복합기’
프린터 혹은 복합기라는 게 거의 대부분 그렇듯이, 기본적인 형태나 생김새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다. 사무용 기기이니 디자인을 크게 고려할 것도 없다(물론 예쁘면 나쁠 거 없지만). 누가 봐도 프린터, 복합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크기도 무게도 적당해서 남자 직원이라면 누구나, 여자 직원이라도 웬만해서는 번쩍 들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다(가끔 교체하는 생수통보다 훨씬 가볍다).
얼마 전 살펴 본 브라더 MFC-7360과 거의 똑 같은 디자인과 구성이다. 전면 상단에는 스캔/복사를 위한 평판과 커버, 중단에는 용지 배출구, 하단에는 용지 급지대 등이 있고, 후면에는 FAX 연결용 전화 포트, 유선 랜 연결용 네트워크 포트, USB 연결용 USB 포트, 전원 포트, 그리고 후면 급지대 등이 각각 배치돼 있다.
전면 조작부에는 수 많은 버튼이 있지만 팩스, 복사, 스캔, 인쇄를 위한 기본 버튼이라 그 동안 팩스, 복사기 등을 사용해 본적 있다면 그 용도와 사용법을 한 눈에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LCD 창에 한글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어려운 영단어도 아니지만). 아울러 급지는 전면 하단, 후면 하단 급지대 외에 평판 커버의 윗면 트레이를 통해서도 낱장 팩스 발송, 복사, 스캔이 가능하다(자동 급지).
설치도 다른 복합기와 다를 바 없다. USB 포트로 연결하려면 USB 케이블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면 유선 랜 케이블을 해당 포트에 꽂고 전원 코드 연결 후 전원 스위치를 켜면 된다. 인쇄, 복사, 팩스 설정 등은 조작부에서 버튼을 이용하거나, 관리 프로그램(설치 CD) 설치 후 특정 컴퓨터에서 원격으로도 가능하다.
사무용에 적합한 인쇄 속도, 스캔 품질
사무용 프린터의 생명은 인쇄 속도다. 주로 문서를 인쇄할 것이기에 품질은 크게 중요치 않다. 깔끔하게 출력되면 그만이다. 브라더 MFC-7860DN의 액면 인쇄속도는 분당 26매(26 PPM)다. 유사 가격, 유사 사양의 다른 복합기가 대게 20PPM 내외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빠른 속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지 테스트했다. 텍스트로 꽉 채운 A4 크기 문서를 기본 설정으로 인쇄하여 1분 동안 26장을 뽑아 내는지 확인했다(자원 절약을 위해 이면지를 활용했다).
두 번에 걸쳐 1분간 최대 몇 장을 인쇄하는지, 26장을 몇 초에 인쇄 완료하는지 각각 테스트했다. 결과는 두 테스트가 비슷했다. 1분간 26 1/3장을 인쇄했고, 26장을 인쇄하는 데는 1분 45/100초 정도를 기록했다. 이는 컴퓨터에서 인쇄 버튼을 누른 후 실제로 복합기가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걸린 시간이다. 일단 분당 26장 남짓 인쇄하는 빠른 속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 했다. 사무용 문서 인쇄하는 데 이만한 속도면 결코 부족/불편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복사도 인쇄 속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양면 인쇄/복사도 가능하다.
한가지 우려되는 건 전면의 용지 배출구가 좁아 많은 양의 문서를 인쇄/복사할 경우 인쇄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원고 지지대가 있긴 하지만 인쇄량이 많을 경우엔 중간중간에 결과물을 빼내야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캔 기능은 본체에서 ‘스캔’ 버튼을 누르거나,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 어느 방법이든 이미지, 파일, 이메일 첨부, OCR(광학문자판독기) 등의 형태로 저장되며, 스캔된 파일은 컴퓨터 내 ‘내 사진’ 폴더의 ‘ControlCenter4/Scan’ 폴더에 일괄 저장된다. 그런데 스캔 품질이 제법 만족스럽다. 기본 해상도인 300dpi * 300dpi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쓸 만한 품질의 이미지를 가져온다. MFC-7860DN은 최대 1,200dpi 해상도까지 지원하니 더 나은 품질의 스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 업무용도는 물론이고 설계도면 등과 같은 섬세한 인쇄물도 무난히 스캔할 수 있으니 활용도가 높다 하겠다. 아울러 평판 커버는 위로 약 3cm 정도 들어 올릴 수 있어 책 같은 두꺼운 원고도 올려 놓을 수 있다.
스캔 기능 중 또 하나의 특징은 스캔한 파일을 FTP 서버로 즉시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업무용 FTP 폴더가 있다면 스캔한 파일을 직원들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어 편리하다.
팩스 기능은 전화 라인을 연결할 수 없는 환경이라 정확하게 테스트하지 못했다. 물론 문제 없이 잘 작동하리라 믿는다. MFC-7860DN은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 등을 팩스를 보내거나, 팩스로 들어오는 문서를 컴퓨터로 바로 저장할 수 있다. 관리 프로그램 중 ‘페이지 매니저(Page Manager)’를 이용하면 된다.
약 한달 간 MFC-7860DN을 실제로 업무 환경에서 사용해 보니 그 동안 함께 했던 소형 레이저 복합기가 처량하게 보였다. 그 역시 별탈 없이 만족스러운 인쇄 성능을 보여 왔지만, 역시 사람은 ‘더 좋은 것’을 앞에 두고는 뒤를 돌아볼 순 없는가 보다.
참고로 브라더 MFC-7860DN 역시 최근의 모바일 트렌드에 따라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PC용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brother iPrint & Scan’ 어플(무료)을 내려 받아 설치하면 되며, 이를 통해 스마트폰 등에 있는 사진이나 문서를 무선으로 인쇄할 수 있다. 단 해당 모바일 기기와 복합기는 같은 네트워크 구역에 존재해야 한다(즉 같은 공유기, 스위치에 물려 있어야 한다).
미흡한 한글화가 걸림돌
본 리뷰어를 비롯해 많은 사용자들이 영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외국계 브랜드라도 우리나라에 발을 들인 이상 제품이든 설명서든 한글화에 신경 써야 선택 받을 수 있다. 재봉틀은 어떨지 몰라도 IT 기기, 사무기기는 상황이 다르다. 2011년 7월 현재, MFC-7860DN에는 한글화되지 않은 부분이 딱 두 군데다. 앞서 언급한 조작 LCD 창과 관리/설정 웹 페이지다. LCD 창은 주로 쉬운 영단어로 구성되어 있어 그나마 나은데, 관리/설정 웹 페이지는 유용한 기능이 많음에도 온통 영문이라 접근이 쉽지 않다.
하나 더 있다. 브라더코리아 공식 한글 웹 사이트(welcome.brother.com/kr- ko.html)는 제공되지만, 드라이버나 유틸리티 등을 내려 받는 페이지는 영문 사이트다. 물론 웹 사이트에 와서 드라이버를 내려 받을 정도면 무난히 이해할 정도지만, 대중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한글화에 있어 미흡한 부분을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형제’ 같은 사무기기 브랜드로 거듭나길 바라며
사실 프린터나 복합기는 다른 컴퓨터 주변기기보다 고장/장애 발생율이 높다.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후 기술지원이 원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브라더는 삼성, HP, 캐논 등의 유력 브랜드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쓸 만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기에 개선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판단된다. 브라더 MFC-7860DN은 26PPM의 인쇄속도, 1,200dpi급의 스캔 품질, 32MB 메모리, 양면 인쇄 기능 등을 갖춘 40만원 대 사무용 흑백 레이저 복합기다. 사무실 한 켠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사무기기다. 말마따나 ‘형제(brother)’처럼 친근하고 든든한 존재다. 브라더의 재봉틀이 우리네 어머니들의 형제가 된 것처럼, 이제는 사무기기 분야에서도 그와 같은 브랜드로 사용자 곁에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