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전략 - RTS(Real-time strategy)
RTS(Real-time strategy)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략 게임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자원을 채취하고, 그 자원으로 건물을 짓거나 병력을 생산하고, 문명을 발전시키거나 전쟁에서 승리하면 끝나는 전략 게임의 형태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빠른 손놀림과 판단력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따라 다른 게임에 비해 클릭이나 드래그와 같은 마우스 조작이 많이 사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는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eal-time strategy simulation)이라고 부르며, ‘스타크래프트’가 범국민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RTS의 정의
RTS는 기본적으로 다른 경쟁자와 승부를 겨루는 모의전쟁게임(war game)이다. 단순히 자신의 진영만 성장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에게 피해를 입혀 발전을 늦추고 상대적인 이익을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심 시티(SimCity)’, ‘롤러코스터타이쿤(RollerCoaster Tycoon)’과 같은 게임은 모의전쟁게임도 아닐 뿐더러 경쟁적인 요소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RTS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런 게임은 건설 매니지먼트 게임 또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 속한다.
‘시드마이어의 문명(Sid Meier’s Civilization)’은 경쟁 요소를 갖춘 전략 게임이지만, 결정적으로 실시간이 아니라 상대방과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전통적인 턴(turn) 방식이다. 턴 방식에서는 자신의 차례에 상대방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심사숙고하며 전략 전술을 짤 수 있지만, 그만큼 게임의 속도감은 반감된다.
전략은 없고 전술만 있는 모의전쟁게임도 배제된다. 전략은 전쟁 전반의 흐름을 결정하는 술책을 뜻하며, 전술은 이 전략에 따라 병력을 운영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RTS 게임에서는 전반적인 판을 짜는 운영, 즉 얼마나 자원을 채취하는지, 어떤 건물을 건설하는지, 어떤 병력을 중점적으로 생산하는지가 전략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병력으로 효율적인 전투를 이끌어내는 것, 예를 들어 좁은 길목에서 학익진을 펼친다거나 유리한 상성 싸움을 하는 것(기마병은 보병을 상대하고 공성 병기로는 건물을 부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을 전술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모의전쟁게임 중에는 자원 관리, 건물 건설, 병력 생산 등의 전략적 요소를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게임들도 있다. 대신 이 게임들은 전투 자체의 재미에 주력한다. 이를 RTS와 구별하기 위해 RTT, 즉 실시간 전술(Real-time tactics) 게임이라 부른다.
이와는 별도로, RTS 역시 전략 게임이라기보다는 전술 게임에 가깝다는 비난에 시달려 왔다. 전체적인 판을 잘 짰다고 해도, 국지전에서 일어난 몇 번의 사소한 실수가 패전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RTS의 역사
RTS는 턴 방식 전략 게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턴 방식 전략 게임을 이야기하자면 장기, 체스와 같은 고전 보드게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고, 턴 방식 전략 게임 자체도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만큼 길고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전략 게임에 실시간이 도입된 시점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1983년 등장한 ‘스톤커스(Stonkers)’는 RTS의 시초가 된 게임 중 하나다. 스톤커스는 보병, 대포, 탱크, 보급 트럭 4종의 병력을 실시간으로 움직여 전투를 벌이는 모의전쟁게임이다. 병력들은 이동할 때마다 연료를 소비하는데, 보급 트럭과 근접하면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또한 보급 트럭은 주기적으로 항구에 도착하는 전함에게 연료를 공급받는다. 이 게임은 많은 버그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의전쟁게임 이용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병력 생산이나 자원 관리와 같은 요소가 없어 현재의 RTS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989년 일본에서 등장한 ‘허족 쯔바이(Herzog Zwei)’는 현재의 RTS에 근접한 게임이다. 사용자는 한 기의 기체를 조종할 수 있는데, 이 기체는 상황에 따라 전투를 벌이고, 병력을 구입하고, 구입한 병력에 명령을 내리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연료와 탄환에는 제한이 있어 기지에서 충전을 해야 하며, 만일 기체가 파괴되면 자신의 핵심 기지에서 재생성이 가능하다. 최종 목표는 상대방의 핵심 기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전략적인 요소와 전술적인 요소를 모두 갖췄으며, 2인이 대전을 벌일 수도 있었다.
본격적인 RTS 시대는 1992년 ‘듄 2(Dune II: The Building of a Dynasty)’가 열었다. 듄 2는 현재 RTS에서 두루 통용되는 병력 이동이나 자원 채취 방식 등 여러 부분에서 기틀을 잡은 게임이다. 특히 마우스를 주요 입력 장치로 택하면서 전략과 함께 콘트롤이 중요한 승부 요소로 떠올랐다. 듄 2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이후 등장한RTS 게임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5년 발매된 ‘워크래프트2(Warcraft II: Tides of Darkness)’와 1996년 발매된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Command and Conquer: Red Alert)’은 RTS 게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광개토대왕’, ‘충무공전’, ‘쥬라기원시전’ 등 토종 RTS 게임이 속속 등장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1998년 ‘스타크래프트(Starcraft)’가 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어났다.
스타크래프트는 PC방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다. 워낙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에, 이후 등장한 RTS 게임들이향상된 3D 그래픽과 더 나은 사용자 환경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2010년 발매된 ‘스타크래프트2’ 조차도 인기도에서는 전작을 뛰어넘지 못했고, FPS와 MMORPG 등의 다른 온라인게임 장르들이 득세하게 되면서 국내 RTS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하는 것만큼 보는 것도 즐거운 게임
RTS 게임은 치열한 두뇌 싸움과 화려한 콘트롤이 펼쳐지는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뿐 아니라 게임을 관전하는 사람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다. 이에 국내에서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인 프로게이머가 탄생하고, e스포츠, 게임 전문 방송 등 관련 산업이 발달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재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히며, e스포츠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RTS는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온라인 게임보다는 패키지 게임에 가까운 게임 특성상 초기 게임 구매 시 벌어들이는 수익을 제외하고는 뾰족한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의 인기가 수년간 지속되면 게임 개발사의 적자는 늘어나게 된다. 이에 게임 개발사들은 정액요금제를 실시하거나 다른 게임과 묶어 가격을 내리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