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 그래픽으로도 게임 쌩쌩~! AMD A8-3850 APU - 1부
2006년, PC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CPU(중앙처리장치) 제조사인 AMD가 GPU(그래픽처리장치) 제조사인 ATi를 인수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때를 즈음하여 AMD는 양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CPU와 GPU가 융합한 새로운 프로세서의 개발 계획, 이른바 ‘퓨전(Fusion)’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CPU와 GPU가 합체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가격적인 면이다. CPU와 그래픽카드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소비 전력 면에서의 이점이다. PC 내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던 두 개의 칩을 하나로 합치니 전력 소모 역시 줄어든다. 이는 특히 노트북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AMD의 CPU와 ATi의 GPU가 하나가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전에도 인텔에서 통합 칩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인텔 내장 GPU의 성능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ATi는 고성능 GPU로 유명한 ‘라데온’ 시리즈를 개발한 회사다. 때문에 이러한 통합 칩 환경에서도 외장 그래픽카드 못지않은 성능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CPU와 GPU의 통합, 그 이름은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
그리고 2011년 6월, 5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AMD는 퓨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CPU와 GPU의 완전한 결합을 표방하는 이름하여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를 출시한 것이다. AMD의 APU는 별도의 그래픽카드(GPU)를 꽂지 않아도 고품질의 3D 게임을 구동할 수 있으며, CPU로서의 성능도 높은 수준이라고 있다고 AMD는 강조하고 있다.
또한, APU를 탑재한 PC에 별도의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함께 꽂으면 ‘듀얼 그래픽’ 모드가 되어 양쪽의 GPU가 협력하여 구동하며, 일반 CPU를 탑재한 PC에 그래픽카드를 꽂는 것에 비해 추가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작업의 종류에 따라 고성능이 필요한 상황이면 CPU와 GPU의 클럭 속도를 높여 작업 효율을 높이고, 고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면 클럭 속도를 낮춰 전력을 아끼는 ‘AMD 터보 코어’ 기술도 갖췄다.
예전에 나온 AMD의 CPU는 ‘애슬론’, ‘페넘’과 같은 브랜드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에 나온 APU 시리즈, 즉 코드명 라노(Llano)는 이를 ‘A’로 통합시켰다. 이는 CPU를 코어 i3(보급형), 코어 i5(중급형), 코어 i7(상급형)으로 나누는 인텔의 전략과 유사한 것으로, AMD의 경우는 A4(보급형), A6(중급형), A8(상급형)으로 나뉘어 경쟁을 하게 된다. 경쟁사의 제품명에 들어가는 숫자에 비해 1이 더 높은 것은 마치 자동차 브랜드 중에 BMW(3/5/7 브랜드)와 경쟁하는 아우디(4/6/8 브랜드)의 전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하여 AMD A8가 인텔 코어 i7과 동급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인텔의 코어 i7과 경쟁할 제품은 2011년 3분기 정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AMD FX’ 시리즈다. ‘불도저(Bulldozer)’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중인 이 제품은, APU가 아닌 순수한 고성능 CPU를 지향한다고 한다. 하지만 FX 시리즈나 코어 i7 같은 최상위 제품의 수요는 많지 않으니 일반 대중 입장에서 앞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될 AMD의 제품은 아무래도 A4 / A6 / A8 시리즈가 될 것이다.
AMD APU의 대표선수, ‘A8-3850’
이번에 살펴볼 제품은 APU 중에서 상급형에 속하는 ‘A8-3850’ 모델이다. 4개의 코어와 4MB의 2차캐시, 2.9GHz의 클럭 속도를 갖췄으며, ‘라데온 HD 6550D’ GPU를 내장하고 있어 그래픽 성능에 대한 기대도 크다. A8을 비롯한 A 시리즈 APU는 외형만 언 듯 봐서는 기존의 AMD CPU와 유사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차이가 소켓(메인보드에 장착하는 규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의 AMD CPU는 총 941개의 후면 핀을 갖춘 ‘AM3’ 규격의 소켓에 장착했지만, A시리즈 APU는 905핀으로 이루어진 ‘FM1’ 규격의 소켓에 장착한다. 기존의 AM3 규격 AMD 메인보드에 APU는 호환이 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AMD FX 시리즈는 AM3 소켓과 호환성이 있다고 하니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언제나 그러하듯, 적어도 AMD는 기존 제품 사용자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
A시리즈 APU와 짝을 맞추는 메인보드는 FM1 소켓에 A75, 혹은 A55 칩셋(메인보드의 핵심칩)을 갖춘 제품이다. A55 칩셋 메인보드가 좀 더 저렴하지만 A75 칩셋 메인보드는 USB 3.0 포트같은 부가 기능 면에서 한 수 위다. 비용을 아끼려면 A55, 신세대 PC의 모든 성능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A75 칩셋 메인보드를 선택하도록 하자.
내장 GPU와 외장 GPU의 합체, ‘듀얼 그래픽’ 모드
그리고 AMD APU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 특징이라면, APU 기반의 PC에 또 다른 외장 그래픽카드를 추가하면 추가적인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는 듀얼 그래픽 기능이다. 기존의 PC에서는 내장 GPU와 외장 GPU를 같이 꽂으면 둘 중 쪽만 동작하고 나머지 한쪽은 비활성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AMD APU 기반 시스템에서는 양쪽의 GPU가 함께 작동하면서 그래픽 처리 작업을 나누어 하므로, 마치 GPU를 2개 갖춘 그래픽카드를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무 그래픽카드나 듀얼 그래픽기능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며, 현재로서는 라데온 HD 6450 / HD 6570 / HD 6670이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2008년 즈음에 AMD에서 700 시리즈 메인보드 칩셋을 출시하면서 발표한 ‘하이브리드 크로스파이어’와 유사한 것이다. 700 시리즈 메인보드 칩셋의 내장 GPU와 외장 그래픽카드의 GPU가 함께 동작하면서 성능을 높인다는 개념이었는데, 이를 지원하는 외장 그래픽카드가 모두 성능이 낮은 보급형 제품이었고, 하이브리드 크로스파이어 자체의 성능 향상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그다지 많이 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AMD APU의 내장 GPU는 성능이 만만치 않고, 듀얼 그래픽을 지원하는 외장 그래픽카드 역시 라데온 HD 6670과 같은 중급형 제품도 있기 때문에 상당한 성능 향상을 기대해 볼만하다. 특히 AMD APU는 내장 GPU 중 최초로 다이렉트X 11 그래픽 기술을 지원하므로 최신 게임에 포함된 여러 가지 그래픽 효과를 손색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그래픽 성능 테스트
그렇다면 A8-3850의 실제 그래픽 성능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직접 테스트해보며 알아보자. 테스트에 사용한 시스템은 A75 칩셋 기반 메인보드인 기가바이트 ‘A75M-UD2H’를 사용했으며, 여기에 4GB의 DDR3 메모리와 씨게이트의 ‘바라쿠다 XT’를 꽂았다. 그리고 운영체제는 윈도우 7 얼티밋(64비트)다. 그리고 여기에 듀얼 그래픽 구성 시의 성능도 알아보기 위해 라데온 HD 6670 외장 그래픽카드를 꽂았다.
객관적인 성능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AMD의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중상급형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S 450을 준비, 같은 시스템에 그래픽카드를 교체해가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AMD APU 처럼 CPU 내에 GPU 기능(인텔 HD 그래픽스 3000)을 함께 갖춘 인텔의 코어 i5-2500K 프로세서 기반의 PC를 준비해 내장 GPU간의 성능 비교를 하고자 했다.
(1)3D마크 밴티지 테스트
첫 번째 테스트는 PC의 전반적인 그래픽 성능을 측정하여 점수를 매기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마크 밴티지(3DMark Vantage)’를 이용했다. 3D마크 밴티지는 다이렉트X 10 기술 기반의 구형 프로그램이라 최신 하드웨어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존 게임들을 얼마나 원활히 플레이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는데 좋은 참고가 된다. 테스트 옵션은 초기값인 ‘퍼포먼스’ 모드로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A8-3850의 내장 GPU인 라데온 HD 6550D의 단독 성능은 중급형 외장 그래픽카드에 비하면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코어 i5 2500K에 내장된 인텔 HD 그래픽스 3000과 같은 기존의 내장 GPU에 비하면 월등한 성능을 냈다. 이 정도면 10만원 이하의 보급형 그래픽카드에 육박할 정도다. 그리고 라데온 HD 6550D 내장 GPU에 라데온 HD 6670 외장 그래픽카드를 조합한 듀얼 그래픽 모드에서는 지포스 GTS 450에 근접하는 고성능을 발휘했다.
(2)3D마크 11 테스트
두 번째 테스트는 3D마크 밴티지의 후속 버전인 ‘3D마크 11’이다. 3D마크 11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이렉트X 11 기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최신 하드웨어의 성능, 그리고 최신 그래픽 기법이 사용된 신작 게임들의 구동능력을 테스트하는데 알맞다. 테스트 옵션은 초기값인 ‘베이직’으로 맞췄다.
테스트 결과, 3D마크 밴티지 테스트에 비해 A8-3850 APU의 성능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듀얼 그래픽 모드에서는 라데온 HD 6670 외장 GPU만으로 구동할 때에 비해 35% 정도 성능이 향상되어 지포스 GTS 450의 성능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8-3850 APU는 최신 하드웨어답게 다이렉트X 11환경과 궁합이 좋은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코어 i5 2500K에 내장된 인텔 HD 그래픽스 3000은 다이렉트X 11 기술을 지원하지 못해 테스트가 불가능했다.
실속파 소비자들을 노린 A시리즈 APU
이번에 테스트한 A8-3850 APU의 미국 가격은 135달러로, 국내에 출시되면 15만 원 남짓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쓸만한 내장 GPU까지 함께 들어있는 쿼드코어급 CPU가 이 정도 가격이라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그리고 보다 높은 그래픽성능을 위해 별도의 외장 그래픽을 꽂았을 때도 내장 GPU가 함께 동작하며 플러스 알파의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전의 AMD 제품들이 그러하듯, A시리즈 APU 역시 가격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사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다만,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측정한 수치적인 성능과 실제로 사용하며 느낄 수 있는 체감적인 성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최신 하드웨어는 기존의 소프트웨어와 호환성을 검증해 볼 필요도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여러 가지 게임을 구동해보며 A8-3850 APU의 체감적인 성능 및 호환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