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준비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PC의 성능은 탑재되는 프로세서(CPU)에 의해 결정된다. 흔히 말하는 그래픽 카드와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도 중요하긴 하지만 무게추는 프로세서에 쏠려 있다. 이는 PC에서 프로세서가 차지하는 중요도 때문인데,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엔진’이 가장 중요한 것과 같다. 특히, 노트북은 어떤 프로세서가 탑재되느냐에 따라 제품군이 결정되기에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톰 프로세서가 탑재되면 넷북, 저전력 또는 초저전력 프로세서가 탑재되면 울트라씬 노트북으로 나뉘고 일반 프로세서가 탑재되면 일반 노트북 등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PC도 마찬가지다. 어떤 프로세서가 탑재되느냐에 따라 성능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얼마 전부터 ‘1GHz 프로세서 탑재!’, ‘듀얼 코어 프로세서 탑재!’ 등으로 스마트폰 홍보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기기에 대해잘 모르는 일반인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데스크탑 PC, 노트북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인텔, 모바일용 프로세서를 선보이다.
현재 PC용 프로세서에서 전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도 스마트폰, 태블릿 PC용 프로세서를 선보이고 있다. 바로 넷북 또는 넷탑에 탑재되고 있는 아톰 프로세서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텔도 이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기기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과 맞설 전략을 세웠었다. 불과 1, 2년 전 세상에 선보였던 MID(Mobile Internet Device)가 그것. 실제 국내에서도 TG삼보에서 ‘루온 모빗’이라는 MID를 출시해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기 때문일까. 당시 MID의 성적표는 썩 좋지 못했다.
문제는 간단했다. 초기 아톰 프로세서는 모바일 기기용 사용하기에 전력 소모가 높았기 때문이다. 전력 소모가 높았던 만큼 발열이 높았고, 사용 시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더구나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MID는 PC용 윈도우 운영체제를 그대로 설치해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성능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찌보면 안일한 생각이었다. 소형 모바일 기기용에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과 비교해 PC용 윈도우를 그대로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기엔 불편할 수밖에 없는 법. 결국 넷북과 스마트폰의 중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원했던 MID는 이도저도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랬던 인텔이 다시 한번 칼을 갈고 나섰다. 프로세서의 제조공정을 줄여가는 인텔만의 틱-톡(Tick-Tock) 전략으로 전력 소모량을 줄여나가 향후 모바일 시장도 본격 공략하겠다고 천명한 것(관련기사: http://it.donga.com/coverage/6022/). 특히, 인텔은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노트북 또는 데스크탑 PC 등과 연동해 사용하는 멀티 디바이스 시대에 맞춰, 다양한 컴퓨팅 장치들의 상호 호환 및 보안성을 향상시킨 새로운 기기 출현의 가능성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위한 기술로 노트북의 화면을 외부 디스플레이로 무선 전송해 표시하는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 와이다이(Wi-Di, Wireless Displsy) 기술, 기존 터보부스트(Turbo Boost) 보다 전력 관리 기능을 한단계 더 향상시킨 터보부스트 2.0 기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 도난 당한 노트북의 위치를 추적하고 무단 사용을 막는 안티테프트(Anti-theft) 기술 등도 보급 중이다.
새로운 아톰 프로세서의 출현, 과연?
인텔이 밝힌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용 아톰 프로세서를 실제 보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인텔 측에 따르면 오는 2012년에 32nm 공정 아톰 프로세서(코드명 솔트웰)가 판매될 예정이고, 2013년에 새로운 아키텍처를 적용한 22nm 공정 아톰 프로세서(코드명 실버몬트), 2014년에 14nm 공정의 아톰 프로세서(코드명 에어몬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프로세서의 제조공정이 점점 미세해지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어, 더 얇고 가볍고 작은 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텔은 향후 선보일 프로세서에 그래픽, 칩셋 등의 기능을 모두 포함하고, 이를 PC뿐만 아니라 다른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시간이 흐르면 지금보다 성능이 향상된 인텔표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소형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이 출현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는 기존 노트북, 데스크탑 PC와의 상호 연동 등에 강점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전세계 일반 PC에는 인텔 프로세서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탑재되어 있다. 같은 회사의 제품인 만큼 그 호환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물론, 모바일 기기의 호환성은 탑재되는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어떤 운영체제가 탑재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아무리 기본 하드웨어 제품간 호환성이 높다고 해도, 운영체제가 지원하지 않으면 문제다(애플의 모바일용 운영체제 iO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PC용 운영체제 윈도우의 호환성이 좋다고 할 수 없듯이).
향후 인텔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운영체제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만 아픈 것이 현실. 인텔도 이 부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한 예로, 노키아와 함께 개발 중이었던 모바일용 운영체제 미고(MeeGo)를 최근 선보였다. 며칠 전 출시한 노키아 ‘N9’에 미고 운영체제를 탑재해 출시한 것. 아직은 정식 출시된 것이 아니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실제 시장에 선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참고로 N9은 출시 이전에 아톰 프로세서 + 미고 조합으로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아톰 프로세서가 아닌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오맵(OMAP) 3630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다양한 멀티 디바이스 지원이 강점
앞으로 출시될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는 멀티 디바이스 지원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것이 강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탑재될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 TV 또는 HTPC(Home Therter PC) 등에도 탑재될 수 있다. 이렇듯 인텔은 다양한 제품에 탑재되는 것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어쩌면 스마트폰, 태블릿 PC보다 다른 멀티미디어 기기에 먼저 탑재되어 첫 선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PC용 프로세서의 강자 인텔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