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없는 노트북에서 온라인 게임을?
컴퓨터의 마이크로 프로세서(이하 CPU)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요 부품이다. CPU는 컴퓨터의 전반적인 성능을 좌우하며, 일반적으로 CPU가 좋으면 그 컴퓨터의 성능은 대체로 좋다고 여겨도 무방하다(물론 CPU 하나만으로 컴퓨터의 모든 성능을 평가할 순 없다).
예전에는 CPU 성능만으로도 컴퓨터의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높은 연산과 정교한 그래픽 품질을 요구하는 작업이 늘어감에 따라 CPU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그래픽 프로세서(이하 GPU)가 등장했다.
2011년 6월 초 CPU 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인텔과 함께 전 세계 컴퓨터용 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AMD가 그 동안 벼르고 별렀던 A시리즈를 발표하며 그 후의 행보를 밝힌 것. CPU와 GPU를 융합시킨 퓨전 가속처리장치(이하 APU)를 더욱 발전 시킨 형태로 내놓은 것이다. '라노(Llano)'라는 코드명의 이 APU는 성능과 기능을 대폭 향상되었다는 소문과 벤치마크 테스트 점수 유출 등으로 수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라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단연 내장 GPU의 성능이다. 라노는 CPU와 GPU를 일체화하여 3D 성능을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AMD에 따르면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도 HD영상을 무난히 재생할 뿐 아니라 중급 그래픽 수준의 게임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라노에 대한 AMD의 자신감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여기서는 라노 APU의 그래픽 구현/처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테스트를 수행했다. 테스트용 시스템 환경은 AMD 노트북 시제품(시제품이기에 일반 판매 제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으로, A시리즈 중 상급에 해당하는 A8시리즈 A8-3500M APU를 내장하고 있으며, 메모리는 DDR3 2GB2개(4GB), 히타치 250GB 7200RPM 하드디스크 등이 장착되어 있다.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7 홈 프리미엄 64비트 버전을 사용했다.
APU 그래픽 테스트의 기준은 게임 플레이 시 화면 프레임 수치로 정했다. 프레임 수치는 게임 화면을 1초당 몇 번 출력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단위로, 흔히 그래픽 성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사용된다. 프레임 측정 프로그램은 공개 자료실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프랩스(FRAPS) v.3.4.5'를 선택했다. 초당 60프레임 이상이면 아주 원활한 상태이며, 40~60프레임 정도면 양호하게 끊기지 않을 정도, 20-30프레임은 가끔 끊기기도 하는 정도, 20프레임 미만은 게임을 거의 즐길 수 없는 수준이라 판단할 수 있다. 참고로 극장의 영화가 초당 평균 24프레임 정도다.
테스트 대상으로는 온라인 게임을 선택했다. 최신 고사양 온라인 게임들은 화려한 그래픽 효과나 3D 구현에 집중한 작품이 많아 웬만한 사양의 컴퓨터가 아니면 게임 플레이는 물론 실행 자체도 불가능하다.
테스트 게임은 2011년 6월 현재 인기 순으로 선정했다. 일단 온라인 게임 순위 사이트인, 게임메카, 게임노트, 게임트릭스 등의 순위 정보를 종합하여 1위부터 10위까지에 들어있는 게임을 선정했으며, 이들을 사양별로 나누어 실행했다.
캐주얼/스포츠 게임(저사양)
요즘은 캐주얼 게임이라도 3D 영상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기본 사양 이하의 컴퓨터에서는 실행되지 않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 순위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피파온라인2'와 '카트라이더' 게임을 구동해 보았다.
피파온라인2(스포츠)
피파온라인2는 축구 경기장을 보는 시각으로 11명의 선수를 조종해 게임을 이끌어나간다. 구동해 본 결과, 기본 플레이부터 골 세레모니까지 끊기지 않고 무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전반적인 게임을 할 때는 50~60 프레임으로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골을 넣은 후 나오는 세레모니 장면에서도 40프레임 이상으로 부드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카트라이더(3D 레이싱)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는 단순한 속도 경쟁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템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방해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여러 명이 한 화면에 동시에 나타나거나 아이템 효과가 많이 사용되면 게임 플레이 시 지연(랙)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테스트 노트북으로 직접 플레이 해 본 결과, 카트라이더 역시 시종일관 50~60 프레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여러 명이 동시에 나타나더라도 게임 흐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실 카트라이드 정도가 버거웠다면 AMD가 그러한 자신감을 보였을 리 없다.
1인칭 슈팅 게임(중사양)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순위에는 MMORPG류와 1인칭 슈팅 게임(FirstPerson Shooter, 이하 FPS)류가 대부분이다. 게임 자체 특성상 최신 3D 그래픽 기술을 적용하며, 보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위해 고급 그래픽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바(A.V.A)
아바는FPS 게임 중 국민 FPS 게임인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에 비해 그래픽 품질이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이에 여기서는 아바에서 제공하는 모든 성능 옵션을 선택하고 그래픽 설정도 최고 수준으로 맞춘 환경에서 게임을 실행했다. FPS 역시 사용자가 동시에 많이 등장하거나 수류탄, 섬광탄 등 특수효과가 많아지면 게임이 원활히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AMD 라노는 전혀 이상 없이 50~60프레임을 유지하며 매끄러운 성능을 보여줬다.
다중접속역할게임(고사양)
다중접속역할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이하 MMORPG)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롤플레잉 게임으로, 가상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화려하고 복잡한 3D 그래픽 기술을 많이 사용한다.
MMORPG는 게임의 특성상 접속 시간대나 게임상 접속해 있는 지역에 따라 프레임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본 테스트는 사용자들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와 장소(도시, 사냥터 등)를 토대로 게임을 진행하며 프레임 수치를 기록했다.
테라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MMORPG '테라'다. 그래픽 최저 요구 사양 조차도 꽤 높기에 여기서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여러 사용자가 팀을 짜서 많은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던전'은 아쉽게도 레벨 제한으로 플레이 할 수 없었다. 대신 낮은 레벨의 이용자들이 갈 수 있는 마을 앞 사냥터와 그나마 사용자가 많이 모이는 마을에서 프레임을 측정해 보았다. 그 결과 30~60 프레임을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플레이하는데 큰 지장은 없는 듯했다. 이에 그래픽 옵션을 최고 설정으로 높여 보았는데, 끊김 현상이 일어났다. 따라서 최고 옵션이 아닌 평범한 수준으로 즐기려 한다면 외장 그래픽 카드 없이 라노 하나면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일명 '와우(WOW)'로 불리는 MMORPG이다. 테라와는 달리 필드에서는 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날아다니는 탈 것을 타고 돌아다녀 보니 전쟁터나 대도시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
여기에서도 그래픽 옵션을 '아주 높음'으로 두고 플레이 했는데, 테라 때와 마찬가지로 프레임이 20-40 정도로 떨어지면서 끊김 현상이 나타났다. 이대로는 플레이 하기 조금 어려웠기에 그 아래 단계인 '높음' 수준으로 변경했더니 다시 부드러운 성능을 보였다. 이 때 측정된 프레임 수치는 약 40~50 정도였다.
퓨전 APU, 내장그래픽만으로도 실력 발휘
위의 게임 테스트 결과 AMD 라노의퓨전 APU 내장 그래픽은 그래픽 카드가 없어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울 만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물론 몇몇 고사양의 3D 표현에서는 조금씩 멈칫거리긴 했지만, 사실 외장 그래픽 카드 없이 이 정도의 그래픽 성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각 게임의 다이렉트X 11의 지원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다이렉트X 11이 지원되는 게임에서 더 디테일한 3D 표현과 부드러운 장면 표현이 가능했다. 다이렉트X 9, 10과 11을 비교해봤을 때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지붕이라도 좀 더 볼륨감 있게 표현 되는 것이다.
노트북용 부품은 크기를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일반 데스크탑용 부품보다 성능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AMD의 노트북용 A시리즈가 이 정도 성능을 낸다면, AMD의 데스크탑용 APU는 이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 해서 그래픽 카드 시장이 사장길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고급 그래픽 기능이 딱히 필요치 않은 가정용, 사무용 데스크탑/노트북은 머지 않아 AMD 라노 등의 퓨전 APU가 주를 이루게 될지도 모르겠다.
글 / IT동아 김민환(kimmh82@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