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라면 전문 노트북을 - 도시바 포테제 R830
본 리뷰어는 디지털 카메라와 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진 기자재에도 눈이 간다. 사진작가들은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하는지 늘 궁금하다. 물론 그들의 ‘작품’은 기자재의 성능보다는 촬영기술이나 앵글을 잡는 감각 등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사진 ‘전문가’인 그들이 선택한 카메라와 렌즈라면 충분히 믿을 만한 제품이라 여길 수 있다. 게임 ‘전문가(프로게이머)’의 키보드, 마우스가 무엇인지, 낚시 ‘전문가’의 낚시대가 어느 것인지, 증권 ‘전문가’는 증시 분석 도구로 무얼 사용하는지, 미용 ‘전문가’의 가위는 어디 제품인지 관심이 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그럼 컴퓨터 ‘전문가’는 어떤 컴퓨터를 사용할까? 카메라도 그렇듯, 컴퓨터 전문가가 선택한 제품이라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그들은 데스크탑보다는 노트북을 선호할 텐데, 그에 따라 시중에는 ‘전문가용 노트북임’을 표방하는 프리미엄 제품이 더러 출시돼 있다. 가격이 일반 노트북보다 최소 2배 이상인 그런 제품을 그들은 선호하고 있다.
도시바에서 최근 출시한 포테제(Portege) R830 노트북 역시 전문가용 노트북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한 구성을 갖췄다. 가격은 2011년 6월 현재 약 200만원 선. 그렇다. 비싸다. 하지만 터무니 없이 비싼 게 아니라 비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비싸다. 비싼 가격에도 그들의 지갑을 선뜻 열게 하는 도시바 포테제 R830 노트북, 무엇이 ‘전문가’다운지 하나씩 살펴 보자.
모든 걸 다 갖고도 1.4kg
10인치 넷북이 1kg~1.5kg 정도다. 넷북은 성능도 낮고 구성 옵션도 약하다. 포테제 R830은 13.3인치 크기에 인텔 최상위 프로세서인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2620M, 2.7GHz)에 메모리 8GB, SSD 256GB(도시바 제품), DVD-콤보 드라이브(ODD)까지 갖추고도 1.4kg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의 환경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작업/업무 조건도 커버할 수 있도록 옵션이란 옵션은 죄다 내장 했다. 고속의 대용량 외장 디스크를 연결할 수 있는 e-SATA 포트와최신USB 3.0 포트도 물론 달려 있다. 영상 전문가를 위한 HDMI 포트도 당연히 있다. 빔프로젝터를 연결할 일이 잦을 것이기에 VGA(15핀) 포트도 빼놓지 않았다. SD 메모리 카드 리더도 있어 사진 전문가들이 사용하기도 좋다. 다만 SD 메모리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SD메모리와 유사한 모양의 MMC 카드도 지원).
1.4kg이면 여성 사용자들이 하루 종일 가방에 들고 다닌다 해도 근육통을 호소할 정도는 아니리라 예상한다. 더구나 전문가 집단은 주로 승용차를 이용하니 무게로 인한 부담은 더욱 줄어 든다. 실제로 포테제 R830은 전원 어댑터(약 200g)를 포함, 약 1.7kg 정도이다. 본체내외부를 두르고 있는 마그네슘 합금이 전체 무게를 줄이는데 한 몫 한다.
두께 역시 어림 잡아 2cm(가장 두꺼운 부분이 약 2.5cm) 정도라 노트북용 백팩이 아닌 웬만한 서류 가방 등에도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다. 크기와 두께, 무게 등의 물리적 형태에서 크게 흠 잡을 만한 구석이 없다. 애당초 휴대성을 강조한 노트북이기에 당연하다.
참고로 바닥에는 도킹 스테이션을 연결하는 듯한 포트가 마련되어 있는데, 한국 도시바 홈페이지에는 R830 전용제품은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구매를 원하면 도시바 측에 문의해야 하겠다.
인텔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인텔 vPro 기술 내장
올해 초 발표된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광고에서 말하듯 ‘스마트’한 성능과 꽤 쓸 만한 ‘빌트-인(내장)’비주얼 성능을 제공하며 단숨에 데스크탑/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을 평정했다. 특히 노트북용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은 이전보다 한결 개선된 성능으로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바 있다.
도시바 포테제 R830에는인텔 노트북용 2세대 코어 프로세서 중 최상위 등급인 코어 i7 제품 2620M 모델이 장착됐다. 듀얼 코어 프로세서로 평소에는 2.7GHz 속도로 작동하다가 작업 부하가 심하면 최대 3.2GHz(단일 코어 작동 시)까지 속도가 자동 향상된다(인텔 터보 부스트 모드). 2세대 코어 i7 2620M 프로세서의 특징은 내장 그래픽 사양이다. 2620M보다 하위 모델인 2649M, 2629M, 2657M, 2617M 등은 그래픽 처리 속도가 500MHz/350MHz인데(터보 부스트 모드 발동 시 1100MHz/1000MHz 이하), 2620M은 기본 속도 650MHz에 터보 부스트 모드 시 1300MHz까지 성능이 향상된다. 이는 2620M보다 상위 모델인 쿼드 코어 i7 프로세서와 동일한 사양이다.
단순한 수치만 비교해 보더라도 2620M이 유사 제품군 중에서 제법 높은 등급의 모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 성능 측정 프로그램으로 확인하겠지만, 사진 전문가나 프로그래머, 그래픽 에디터 등의 전문 작업도 큰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을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
포테제 R830은 다른 노트북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인텔 vPro 기술까지 내장됐다. 인텔 vPro 기술은 일반적으로 기업 공급용 데스크탑/노트북에 적용되는데, 컴퓨터 관리 및 모니터링 기능(인텔 AMT, Active Management Technology), 보안 기능, 원격 접근 기능, 도난 시 시스템 잠금 기능(인텔 AT, Anti-Theft) 등 업무에 필요한 고급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인텔 AT 기능이 특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의 노트북이라면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는 비용적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중요한데,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노트북을 훔쳐간다 해도 인텔 AT 기능을 미리 적용한 상태라면 노트북 부팅 조차 불가능하도록 잠글 수 있어 중요 데이터의 외부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여담으로 전세계 인텔 직원들이 vPro기술이 적용된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인텔 vPro에 대한 추가 정보는 ‘현장취재-2세대 인텔 코어 vPro 프로세서 발표(http://it.donga.com/coverage/5528/)’를 참고한다.
역시 SSD의 막강한 위력
프로세서도 나름 의미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포테제 R830의 백미는 SSD다. 일반 하드디스크(HDD)에 비해 월등한 성능과 내구성을 자랑하는 SSD는 컴퓨터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드라이브다. 반도체 메모리를 사용하기에 디스크 회전을 통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가 대단히 빠르며, 외부 충격에도 강해 데이터 손실 우려가 낮다. 뿐만 아니라 소음도 거의 없고 발열도 낮아 안정적인 작업에도 유리하다. 전문가의 노트북이라면 응당 SSD가 달려 있을 만하다.
포테제 R830에는 256GB SSD가 장착돼 있다. 도시바 노트북이니 도시바 SSD다. 도시바는 컴퓨터뿐 아니라 하드디스크, SSD 등도 생산한다.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 등의 부품을 함께 개발, 생산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삼성전자도 그 중 하나다). SSD의 기본 성능은 기대했던 대로 만족스럽다. 부팅부터 작업 처리, 윈도우 종료까지, 폭포수 떨어지듯 막힘 없이 시원하다.
수치적인 성능 지표는 어떨지 ‘퍼포먼스테스트 7.0’ 프로그램을 통해 평균 성능을 측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칩셋), 하드디스크 등의 컴퓨터 주요 부품의 성능을 측정, 총합 점수를 보여준다. 3번의 테스트 결과는 각각 1451, 1427, 1555점을 기록했다. 13인치급 크기에 무게 1.5kg 내외의 노트북 중 이만한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반형 노트북(2세대 코어 i5 프로세서, 메모리 4GB 이상, 외장 그래픽칩셋, HDD 등)이 평균적으로 1,000~1,200점을 기록하는데 비해, 포테제 R830은 외장 그래픽칩셋 없이도 1500점대를 기록했으니,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도시바 SSD의 성능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다.
SSD는 이러한 막강한 데이터 입출력 성능 이외에 일반 HDD는 범접할 수 없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노트북에 저장된 데이터가 외장 충격 등으로 인해 손상된다면, 전문가들에게는 치명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다. SSD는 내부에 기계적으로 동작하는 부품이 없어 내구성이 우수하다. 얼마 전 IT동아 SSD 리뷰(http://it.donga.com/review/5846/)에서 다뤘듯, 2m 정도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저장된 데이터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노트북이라면 성능도 성능이지만 데이터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 옵션이 가미되어야 할 것이다. 노트북 자체는 부서질지언정 그 안에 들어있는 데이터는 살아남아야 할 테니까. 서두에 언급했듯 미용 전문가는 일반 가위가 아닌 고가의 고급 미용 가위를 사용하듯, 전문가의 노트북이라면 일반 HDD보다는 SSD를 선택하는 게 곧 자신과 일, 회사를 위한 길이다.
전문가의 분위기에 딱 맞는 모던 디자인
한 눈에 봐도 디자인이나 외형이 튀거나 가볍지 않다. 검은색 마그네슘 합금으로 본체를 두른 것이 전문가 노트북이라는 느낌을 자아낸다. 노트북 사용이 잦은 패턴을 감안하여 지문이나 손자국이 잘 묻어 나지 않는 불투명 재질로 표면을 처리했다. 지극히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어느 한구석 빠지는 데도 없다.
13.3인치 크기에 맞게 키보드 배열도 다소 여유롭고 고속 타이핑도 별다른 어려움 없다. 키감은 약간 멍한 듯하나 크게 신경 쓰일 수준은 아는 듯하며, 좌우측 시프트(shift) 키 길이도 길어서 문서 작업 시 불편하지 않다. 키보드 외 불필요한 버튼은 최대한 제거하고 키보드 상단에 전원 버튼과 에코(eco) 버튼(전원 관리 설정), 비디오 출력 버튼(빔 프로젝터 등 연결 시 출력 설정)만 배치했다.
터치패드 사용을 활성/비활성할 수 있는 버튼도 마련되어 USB 마우스 연결 사용 시 터치패드를 잠글 수 있다. 터치패드 버튼 중간에는 작은 지문인식 센서가 있는데, 보안을 강화할 생각이라면 R830에 설치된 지문인식 프로그램에 자신의 손가락 지문을 등록하는 게 좋다. 그럼 윈도우 로그인 시 지문입력만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인텔 vPro 보안 기능과 함께 사용하면 철통 같은 보안 설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노트북 사용 시간의 종결자?
‘9시간 10분(95%)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뭔가 잘못 측정됐으리라 생각했다. 노트북의 평균 연속 사용 시간이 기껏해야 3~4시간이라 여겼는데 9시간이라니... 물론 정말 9시간을 버티리라 예상하진 않는다. 제 아무리 ‘슈퍼 울트라하이퍼’ 배터리를 달았다 해도 노트북 연속 사용 9시간은, 무선 랜을 끈다 해도 디스플레이 밝기를 낮춰도 ODD 전원을 차단한다 해도 불가능에 가깝다(아니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9시간 연속 사용은 불가능 해도 완전충전 후 9시간 이상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도시바 eco 유틸리티 덕이다. 도시바 eco 유틸리티는 노트북 사용 여부에 따라 소비 전력을 제어하는 역할로, 대기 모드나 절전 모드 등에서 전력 소비를 최소화한다. 키보드 우측 상단의 eco 버튼을 누르면 eco 기능을 활성/비활성할 수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 상단에 달려 있는 웹캠이나 인텔 터보 부스트 모드 등을 사용하지 않게 설정하여 노트북 사용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다.
본 리뷰어는 앞서 실행한 성능 테스트 외 일반적인 사용 패턴으로 포테제 R830을 사용했다. 하루 평균 2시간 정도 걸리는 부서 회의(문서 작업), 약 2시간 정도의 외근 활동(이메일, 인터넷 검색), 외근 후 1시간 정도의 문서 정리(문서 작업) 등을 처리하면서(블루투스 off/무선랜 on), 대략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원 어댑터를 한번도 연결하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을 땐 전원을 끄지 않고 커버만 닫아 뒀는데, eco 유틸리티 때문인지 전력 소비는 대단히 낮은 듯했다. 여기에는 SSD의 역할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된다.
일주일 동안 ‘잘 때 충전, 하루 종일 사용’ 패턴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사용 시간 부족으로 불안한 경우는 없었다. 물론 외근 시 전원 어댑터를 함께 가지고 다니긴 했다(사용할 기회는 없었지만). 하루 24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순 없지만 한번 완충 후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분명 R830의 장점 중 하나로 꼽을 만 하다.
게임 전문가에게는 부적합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온갖 좋은 기술은 다 갖다 놓은 프리미엄 노트북으로서 외장 그래픽칩셋이 빠졌다는 것이다. 게임 전문가/마니아가 아닌 이상 고급 3D 그래픽 성능이 필요 없을 수 있지만, ‘프리미엄 노트북’이라면 달아 둘만 하다(물론 외장 그래픽칩셋을 달면 전력 소비가 심해 진다). 노트북 사용자라면 그래픽 품질보다 배터리 사용 시간을 더욱 중요하게 여길 거라 판단해서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앞서 설명했던 인텔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에는 (나름대로) 쓸 만한 내장 그래픽칩셋이 들어가 있다. 이에 온라인 게임 몇 종을 설치해 그래픽 품질을 확인했다. 중급 사양을 요하는 게임인데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게임 화면이 작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농구게임인 프리스타일의 경우) 그러려니 했다.
게임에 관심 없다면 당연히 아쉬울 거 없다. 단단한 외형에 모던한 디자인, 만족스러운 성능과 든든한 안정성만 챙길 수 있으니 그렇다. 그만큼 가격이 비싼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이 노트북은 일반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이 아니다. 일반 용도라면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중저가 노트북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적어도 전문가적 입장에서 전문가적인 포스로 전문가적인 작업을 원한다면 포테제 R830을 선택해 봄직하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