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즐기는 RPG - MMORPG
MMORPG는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의 줄임말이다. 게임 속 등장인물의 역할을 수행하는 형식의 게임인 RPG(롤플레잉 게임)의 일종으로,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수의 사용자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MMORPG의 역사
MMORPG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근간인 RPG에 대해 알아야 한다. 초창기 RPG는 여러 명의 사용자가 테이블에 둘러 앉아 펜, 종이, 주사위를 가지고 즐기던 보드게임이었다. GM(게임 마스터)이 게임의 규칙을 결정하고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놓으면, 사용자들은 진행자가 만들어놓은 세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성장해 나간다. 일반적인 보드 게임과 달리, 사용자들 간 승패를 가리기 보다는 서로 협동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이야기를 순조롭게 이어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테이블 위에서 대사를 주고 받으며 즐긴다고 해서 일본 및 한국에서는 TRPG(Table talk Role playing Game)라고 부르며, 서양에서는 PnP RPG(Pen-and-Paper RPG)라고 부른다.
비디오 게임이 대중화된 이후에도 TRPG는 멸종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았다. 비디오 게임이 시각적인 효과는 뛰어났지만 혼자서 즐겨야 하는 반면, TRPG는 사용자의 상상에 의존해야 하지만 다수가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머드게임(Multi-User Dungeon)으로 이어지게 된다. 머드게임이란 TRPG를 온라인으로 옮긴 게임으로, GM의 역할은 서버가 맡고 사용자간 음성 대화는 자판으로 입력하는 텍스트가 대신했다. 또한 온라인의 특성상 TRPG보다 훨씬 더 많은 사용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머드게임은 1990년대 후반까지 PC통신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머드게임에 그래픽 효과를 추가한 그래픽 머드게임(graphical MUD, 혹은 머그게임)이 등장했다. 이 그래픽 머드게임이 바로 초창기 MMORPG에 해당한다. 국산게임 ‘바람의 나라’를 비롯해 ‘에버퀘스트’, ‘다크 에이지 카멜롯’, ‘울티마 온라인’ 등 현재 1세대 MMORPG로 꼽히는 게임들도 초기에는 모두 그래픽 머드게임으로 불렸다. 이 중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 리차드 개리엇(Richard Garriott)이 MMORPG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울티마 온라인’의 인기에 힘입어 MMORPG라는 용어도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국내에서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MMORPG가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MMORPG는 FPS게임, RTS게임과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온라인 게임 장르로 자리잡았다.
최초의 MMORPG는 무엇인가
이처럼 MMORPG는 그래픽 머드게임과 딱히 구분짓기 어렵다. 따라서 최초의 MMORPG가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Island of Kesmai)’가 최초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네버윈터 나이츠(Neverwinter Nights)’나 ‘울티마 온라인’이 최초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또한 넥슨도 ‘바람의 나라’가 최초의 MMORPG라고 주장하고 있다.
1985년 등장한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는 아스키 그래픽을 적용한 최초의 게임이다. 기존 문자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각 문자마다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와 ‘I’를 여러 개 이으면 벽이 되고 ‘@’는 사용자 자신을, ‘+’는 문을 뜻한다. 그래픽보다는 문자에 가깝기 때문에 그래픽 머드게임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1991년 등장한 ‘네버윈터 나이츠’는 최초로 ‘진짜’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시간당 6달러에 달하는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1997년 서비스를 종료할 때까지 누적사용자가 11만50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3D 게임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1996년에는 국내 최초의 그래픽 머드게임 ‘바람의 나라’가 등장했다. 이 게임은 텍스트 기반의 머드게임에 아쉬움을 느끼던 국내 사용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후 등장한 수많은 국내 MMORPG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05년에 무료 게임으로 전환했으며,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람의 나라’보다 조금 늦은 1997년, ‘울티마 온라인’이 정식 서비스를 실시했다. MMORPG라는 용어가 이 때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울티마 온라인’을 기준으로 이전 게임은 그래픽 머드게임, 이후 게임은 MMORPG로 구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MMORPG의 주요 특징
캐릭터의 성장
MMORPG는 RPG의 일종이기 때문에, RPG의 기본 특징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RPG의 목적이기도 한 ‘캐릭터 성장’이다. 사용자가 임무를 수행하거나 몬스터를 잡으면 경험치 포인트(experience points)를 획득하게 되고, 이 경험치 포인트가 일정 수 모이면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게 된다. 어려운 임무를 맡거나 강한 몬스터를 잡을 경우 그에 합당한 보상(예를 들면 방어구)이 따라오는데, 이 보상을 통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리기도 한다.
역할 수행
RPG의 기본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직업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마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면 게임 안에서 해당 직업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마법사에 어울리는 방어구를 착용해야 하며, 마법사만이 쓸 수 있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
상호 작용
MMORPG의 배경은 일종의 가상 세계다. 따라서 현실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으면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기본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채팅 시스템을 지원하며,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커뮤니티 시스템인 ‘길드’ 또는 ‘클랜’을 구성할 수 있다. 전투를 벌일 때도 각자 역할을 분담해 수행하게 되며, 사용자간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거나 사고 팔 수도 있다.
시간의 연속성
혼자서 즐기는 게임은 게임 속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접속을 종료하면 게임 속 시간은 멈추고, 게임을 재개하면 다시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MMORPG의 시간은 실제 시간과 똑같다. 심지어 서버에 아무도 접속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게임 세계의 시간은 계속 흐른다. 사용자의 모든 정보는 기본적으로 저장되지만, 혼자서 즐기는 게임처럼 특정 과거 시점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한다.
MORPG와의 차이
MMORPG와 MORPG를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MORPG는 MMORPG에서 대규모를 뜻하는 ‘Massive’를 뺀 게임이다. 따라서 접속자의 수에 따라 MMORPG와 MORPG의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방’을 만들어 그 방에 접속한 사람들끼리만 전투 및 사냥을 한다면 MORPG, 모든 사용자들의 왕래가 가능한 공개 지역에서 전투 및 사냥을 한다면 MMORPG로 구분짓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로의 특징을 흡수한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MORPG와 MMORPG의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