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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자동차 사고의 경위를 정확히 분석한다 - 블랙박스

김영우

추락을 막기 위한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Minimum Safe Altitude Warning System), 급히 제동하는 자동차의 쏠림을 방지하는 ABS(Anti-lock Brake System) 등 교통수단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는 점차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재지변이나 갑작스러운 기계 고장, 사용자의 실수 등으로 말미암은 사고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항공기, 자동차 사고의 경위를 정확히 분석한다 - 블랙박스 (4)

물론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조사, 분석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릴 수 있으며, 나중에 같은 상황에 부닥칠 때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목격자나 CCTV가 없는 경우라면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데 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기체의 파편이나 타이어 자국, 그리고 주변 정황 등을 조합해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Black Box)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장치다. 블랙 박스는 본래 항공기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해당 항공기의 상태(고도, 항로, 속도, 엔진 상황 등) 및 교신 내용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사고 후 이를 회수하여 분석하면 해당 항공기의 사고 경위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블랙 박스의 아버지, ‘데이비드 워런’

블랙박스의 개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호주의 항공 과학자인 ‘데이비드 워런(David Warren)’이다. 데이비드 워런은 어린 시절에 항공기 추락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경험이 있어 항공 사고 예방 기술의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호주의 항공과학기술연구소에 근무하던 1953년 당시,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인 코멧(comet)이 원인 불명(후에 기체 결함으로 밝혀짐)의 추락 사고를 연달아 일으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데이비드 워런은 이를 보면서 항공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되고, 1956년에 현재 사용하는 블랙박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FDR: Flight Data Recorder)’를 발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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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워런의 첫 번째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는 항공기의 고도 및 속도 등을 분석해 이를 금속 테이프에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교신 내용 및 조종석 내부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장치인 콕핏 보이스 레코더(CVR: Cockpit Voice Recorder)가 더해지면서 오늘날 사용하는 블랙박스의 일반적인 형태(FDR + CVR)가 확립되었다. 초기의 아날로그 방식 블랙박스는 4시간 분량 정도의 데이터만 기록할 수 있었으나, 1980년대를 전후하여 디지털 기술이 더해진 결과, 현재의 항공기에 탑재되는 블랙박스는 400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블랙박스는 검은(black)색이 아니다?

블랙박스라는 명칭은 본래 공학 용어로서, 사용법이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만 내부의 구조나 작동 원리가 숨겨진 장치를 일컫는 말이다(실제로 항공기용 블랙박스는 소수의 국가 기관이나 전문 기업에서만 내용 해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있다). 때문에 ‘블랙’ 박스라고 하더라도 장치 외관은 검정색이 아닌 오렌지색이나 노란색, 혹은 빨간색을 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기가 산지나 바다에 추락한 경우에도 블랙박스만은 최대한 눈에 잘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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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용 블랙박스는 추락에 의한 충격이나, 침수, 화재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도 및 밀폐성이 높은 특수 합금으로 제조된다. 또한, 내부에 위치 발신기가 내장되어 있어 사고 후에 탐지기를 사용해 블랙박스를 수색하기도 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충격이 너무 심해 블랙박스 자체가 파손되는 경우도 있으며, 블랙박스 내부의 위치 발신기는 배터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추락 후 시간을 너무 오래 끌면 위치 발신기의 작동이 멈춰버려 수색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오늘날에는 항공기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블랙박스가 설치되곤 한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EDR(Event Data Recorder)’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주로 카메라 형식의 제품이 많다. 차량 내부의 룸미러 근처나 대시 보드 위에 주로 설치하며, 차량 전방의 영상을 촬영하여 동영상으로 기록, 교통 사고 발생 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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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따라서는 2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하며 전면뿐 아니라 후면, 측면도 동시에 촬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택시나 버스 같은 차량의 경우에는 음성을 녹음하면서 차량 내부까지 촬영하는 블랙박스를 설치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충돌에 관계없이 주행 중에 상시 촬영을 하는 제품, 차량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감지하여 충돌 순간만을 촬영하는 제품, 혹은 주차 시에만 작동하는 제품 등이 있으며 위와 같은 기능 중 여러 가지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내비게이션이나 하이패스와 기능을 함께 가진 일체형 블랙박스도 있다.

운전자가 별도로 장착하는 경우 외에 자동차 제조사에서 최초부터 블랙박스를 장착하기도 한다. 이때는 페달(액셀레이터, 브레이크)이나 스티어링 휠(핸들)의 조작 여부, 차량의 속도, 안전벨트의 상태 등이 기록되므로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사고 경위 조사가 가능하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보급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러한 형식의 블랙박스가 많이 쓰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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