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무서운 그림이 있다? 프로그래머의 재미있는 장난, 이스터에그
이스터에그(Easter Egg)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의 프로그램 속에 몰래 숨겨놓는 기능을 말한다. 프로그래머가 고의로 숨긴 것으로, 프로그램 기능과 성능에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 재미를 주는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간혹 프로그래머 중에는 '이 프로그램은 내가 만들었다'라는 징표로 이스터에그를 내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스터에그(Easter Egg)는 부활절 달걀을 뜻하는 말로, 기독교에서 부활절이 되면 사람들에게 삶은 달걀을 나눠주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 때 몇몇 기독교인은 삶은 달걀 대신 생 달걀을 주는 장난을 주고 받았는데, 이를 삶은 달걀인줄 알고 먹다가 놀라는 모습에 재미와 웃음을 나눴다고 한다.
최초의 이스터에그는 1978년에 발매된 아타리 2600(Atari 2600)용 비디오 게임 '어드벤쳐(Adventure)'에서 발견됐다. 당시는 프로그래머들이 타사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안에 크레디트를 넣지 않았다. 그러나 어드벤쳐의 프로그래머 워렌 로비넷(Warren Robinett)은 자신의 이름을 프로그램 속에 남기고 싶어했고, 결국 게임 속에 비밀의 방을 만들어 이름을 그려 넣었다. 이것이 이스터에그의 시초가 됐다.
곳곳에 숨어있는 이스터에그
1. 스마트폰 속 '진저브레드 좀비'
얼마 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3버전(진저브레드)으로 업그레이드를 실시한 ‘갤럭시S’에서 이스터에그가 발견됐다. 환경설정→휴대폰 정보에서 펌웨어 정보를 계속 누르면 'Zombie art by Jack Larson'라는 메시지와 함께 괴기스러운 그림이 나타난다. 그림 속에는 사람 형상의 좀비들이 핸드폰을 들고 있고, 가운데 진저브레드를 형상화한 생강빵 과자가 날카로운 이를 들어내고 있어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두운 그림 속에 밝은 녹색의 안드로이드 로봇은 잘못 끼어든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느낌마저 준다.
그림을 보고 취소 버튼을 누르면 다시 휴대폰 정보 메뉴로 돌아온다. 여타 이스터에그처럼 그림을 보더라도 제품 기능과 성능에는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이 그림은 진저브레드를 탑재한 모든 스마트폰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이 이스터에그를 발견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핸드폰 노예에 비유한 것',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야망이 담긴 그림' 등의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지만, 구글 코리아는 '좀비가 될 때까지 열심히 개발한 프로그래머들의 노고를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2. 동영상 로딩이 길 땐 스네이크 게임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http://www.youtube.com)에서 동영상을 볼 때 로딩이 길다고 포기하지 말자. 유튜브는 스네이크 게임을 이스터에그로 내장해 동영상을 기다리는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스네이크 게임은 유튜브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볼 때 실행할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을 실행하면 작은 원들이 동그라미 모양으로 움직인다. 이 때 키보드의 화살표 키를 누르면 스네이크 게임 모드로 바뀐다. 게임 방법은 동영상 화면 안에 있는 다른 점들을 먹으면 되고 먹을수록 일렬로 늘어선 점들이 길어진다. 화면 밖으로 점들이 이탈하면 게임은 종료된다.
3. 세계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는 비행 시뮬레이션
위성 위치 정보 사이트 구글 어스는 이스터에그로 비행 시뮬레이션을 내장했다. 구글 어스 홈페이지(http://www.google.com/earth/index.html)에서 구글 어스 6를 내려 받은 후 설치를 완료하면 바탕화면에 구글 어스 단축 아이콘이 생성된다. 구글 어스를 실행한 뒤 Ctrl+Alt+A키를 동시에 누르면 비행 시뮬레이션 메뉴를 볼 수 있다. F-16과 SR22의 2개의 항공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현재 보고 있는 장소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항(아쉽게도 우리나라 공항은 없다) 중에 시작 위치를 선택한 후 비행 시작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 비행 시뮬레이션은 방향키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고, 조이스틱 연동도 가능하다.
4. 멀티미디어 재생기는 비행기 게임을 좋아해
국산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인 곰플레이어는 슈팅 게임을 이스터에그로 삽입했다. 곰플레이어의 프로그램 정보창을 연 뒤 가운데에 보이는 주황색의 곰 발바닥 부분을 더블 클릭하면 '닷지 1.9'라는 슈팅 게임이 실행된다. 닷지 1.9는 사용자가 방향키로 비행기를 조종해 사방에서 중앙으로 몰려오는 점들을 피하는 게임이다. 사용자가 버틴 만큼 시간 기록을 측정해 저장할 수 있고 나중에 재생도 가능하다. 곰플레이어와 같은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인 'KMPlayer'에도 '라이덴X'라는 슈팅 게임이 들어있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