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살? ‘트친’은 살인자가 아니야

故 송지선 아나운서의 투신 자살과 관련해 언론들의 억측성 기사가 도를 넘고 있다.

송 아나운서의 비보가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사고의 원흉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SNS 타살’, ‘SNS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았나’, ‘죽음으로 몬 SNS’ 등 제목만 보면 송 아나운서의 직접적인 자살 원인은 SNS를 통한 소문 확대와 악플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근거 없는 추측이며,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혹자는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임태훈 선수가 스캔들을 극구 부인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아나운서는 자살 이틀 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식으로 사귄 지 1년 정도 됐다”고 밝혔지만, 임 선수는 “(송 아나운서와의 열애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에 비관한 송 아나운서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우울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 아나운서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그녀가 오래 전부터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보여 왔음을 알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송 아나운서는 지난 5월 7일 트위터에 “하느님 저 좀 도와주세요, 뛰어내리려니 너무 무섭고 목을 매니 너무 아파요”라고 적었다. 또한 4월 27일에는 “피해망상…지쳐…”라는 글을, 4월 25일에는 “미래가 있을까? 없는 것 같다는 결론이 자꾸 모아지네”라는 글을 남겼다. 자살충동, 피해망상, 비관 등은 우울증과 함께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거취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건 며칠 전부터 송 아나운서가 재직했던 MBC플러스 미디어가 임원회의를 열고 송 아나운서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측은 “징계나 해고를 통지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평소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애착을 보였던 송 아나운서에게는 큰 압박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떠오른 가설이 바로 ‘SNS 타살설’이다. 송 아나운서의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무책임한 말을 쏟아냈고, 이에 송 아나운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SNS 전문가를 동원해가며 악플이 자살을 낳았다는 가설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고인은 말이 없고, 유가족은 입을 닫았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벼랑 끝에 선 송 아나운서를 결정적으로 밀었는지 알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런데 왜 수많은 언론들은 사건의 주범으로 SNS를 지목하고 있는 것일까.

고인은 트친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사고가 있기 전 송 아나운서는 수많은 트위터 친구(이하 트친)들과 매일 트위터로 이야기를 나눴다. 미니홈피에 스캔들 관련 글이 올라온 이후에도 송 아나운서의 트위터는 멈추지 않았지만(많은 부분을 스스로 삭제한 적은 있다) 이 중 악플이나 소문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글은 없었다. 오히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 그래서 트위터가 참 좋았었는데”, “허전한 마음 위로 받아 감사했어요” 등 트친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글이 많았다.

5월 7일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을 때는 트친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송 아나운서의 글을 본 트친들이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리트윗을 했고, 이를 본 김지선 아나운서가 119에 신고를 해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이다. 이후 송 아나운서의 모친이 상경해 1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옆을 지켰지만, 잠시 전화가 온 틈을 타 송 아나운서는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물론 SNS를 통해 소문이 일정부분 생산 및 확대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NS가 송 아나운서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테면, 총기난사 김일병이 평소 게임을 좋아했다고 해서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몰고 가거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원룸에서 아이스크림 포장지 수십 개가 발견됐다고 범죄의 원인으로 아이스크림을 지목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더구나 소문 확대에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선 쪽은 트친들보다 언론들이었다. 송 아나운서가 트위터에 남긴 글은 일일이 기사화됐고, 온갖 자극적인 제목의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다. 만일 송 아나운서가 소문과 악플에 상처를 입었다면, 그 책임은 SNS가 아닌 언론이 져야 할 것이다.

현재 SNS 세상은 고인에 대한 추모글로 넘치고 있다. 송 아나운서 생전에 서로 위로를 주고받았던 트친들도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이들이 왜 살인자인가. 함부로 ‘SNS 타살’ 운운하는 것은 유가족과 트친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자극적이고 추측 일색인 책임론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