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 터진 내 PC, 버릴까? 아니면 업그레이드?
“PC 부팅 속도가 너무 느려서 부팅하는 동안에 컵라면 한 그릇을 다 먹어요”
“게임 한번 돌리면 화면이 뚝뚝 끊겨서 ‘슬라이드’가 되어버립니다”
구형 PC 사용자들이 자주 하는 하소연이다. 누구는 PC 내부의 먼지를 제거해 보라, 혹은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정체불명의 ‘성능 향상 패치’를 해보라곤 하지만, 이런 조치를 한다고 하여 PC의 성능이 향상될 리가 없다. 때문에 결국은 하드웨어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아예 새 PC를 장만 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PC의 일부 부품을 교체하여 성능을 높이는 업그레이드를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금전적인 부담을 생각한다면 새 PC 장만 보다는 업그레이드를 하는 쪽이 수월하다. 하지만 PC 부품 규격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할 수도 있고, 무리해서 구형 PC를 업그레이드 하다가 거의 새 PC를 장만하는 수준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PC의 전반적인 성능 및 등급은 탑재된 CPU(중앙처리장치)를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현재,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신형 PC는 대부분 인텔 2세대 코어 i3 / i5 / i7 CPU 시리즈를 탑재한 제품이며, 그 중에서도 중급형인 ‘코어 i5’급 제품이 가격과 성능의 균형이 잘 잡혔다고 평가되고 있다. 세부 부품 구성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지만, 2세대 코어 i5급 PC의 본체 가격은 조립 PC의 경우엔 약 80만원 근처, 브랜드 PC의 경우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팔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기존의 구형 PC를 2세대 코어 i5급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업그레이드 가능 여부와 발생 비용은 현재 가지고 있는 PC의 하드웨어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구매 시기에 따라 당시에 주력으로 팔리던 CPU도 다르고 그에 따라 나머지 하드웨어 구성도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① 2000년 이전 PC(펜티엄 II, 펜티엄 III 급)
-업그레이드 비용 예상: 약 80만원 이상
-결론: 웬만하면 새로 사자
이런 PC를 2세대 코어 i5급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이 경우엔 CPU, 램,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ODD(광디스크 드라이브),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 등 대부분의 내부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쉽게 말해 PC 케이스 외에는 거의 재활용할만한 부분이 없다는 의미다(PC 케이스도 새 메인보드에 딱 맞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 PC는 이젠 ‘고이 보내드릴 때’가 되었다.
② 2000 ~ 2005년 산 PC(펜티엄 4 급)
-업그레이드 예상 비용: 약 60 ~ 70만원
-결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낮다.
펜티엄 4급 PC에서 재활용 가능한 부품은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 정도이며, 내부에 SATA 포트를 가진 후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 경우에는 그나마 하드디스크와 ODD 정도 재활용 가능하다. 다만, 아무래도 5~10년 지난 부품은 내구력이 불안하며, 성능 역시 같은 규격의 최신 부품에 비해 떨어진다. 최신 부품들 사이에 끼워 넣으면 고장이나 전반적인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PC는 무리해서 업그레이드 하기보단 부모님의 ‘고스톱’용으로 제공해 효도하는 것이 좋다.
③ 2006 ~ 2008년 산 PC(코어2 듀오, 코어2 쿼드 급)
-업그레이드 예상 비용: 약 40 ~50만원
-결론: 업그레이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
코어2 급의 PC라면 케이스,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ODD, 파워서플라이 등을 재활용할 수 있으며 DDR3 규격의 램을 사용하는 후기형 코어2 급 PC의 경우엔 램도 그대로 쓸 수 있다. 투자 대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업그레이드 시 램을 추가로 구매하여 4GB 정도로 늘리는 것이 좋으며, 그래픽카드의 경우 5만원 이하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CPU 내장 그래픽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2세대 코어 시리즈에 내장된 그래픽 기능은 (이전보다는) 상당히 고성능이라 출시된 지 2~3년 된 게임이나 간단한 캐주얼 게임 정도는 문제 없이 구동할 수 있다.
④ 2009 ~ 2010년 산 PC(1세대 코어 i3 / i5 / i7 급)
- 업그레이드 예상 비용: 약 30 ~ 40만원
-결론: 지금 쓰는 PC도 나쁘지 않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다
2세대 코어 시리즈에 비해 성능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1세대 코어 시리즈 제품 역시 아직까지는 현역으로 쓰기에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발휘한다. 굳이 업그레이드를 하겠다면 CPU와 메인보드만 교체하면 된다. 메인보드의 경우, 1세대 코어 시리즈는 소켓 1366, 혹은 소켓 1156 규격 메인보드, 2세대 코어 시리즈는 소켓 1155 규격의 메인보드를 사용하므로 CPU만 교체할 순 없다. 2세대 코어 시리즈로 업그레이드 하면 물론 성능 향상은 있겠지만, 약간은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다.
현재 보유한 PC의 정확한 사양, 그리고 자신의 지식 수준 파악해야
자신이 보유한 PC의 자세한 사양을 알고자 한다면 일단은 ‘내 컴퓨터’의 오른쪽 클릭 메뉴 중에서 ‘속성’ 선택해 보자. 여기서 CPU의 종류와 속도, 그리고 램의 용량 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CPU-Z’와 같이 PC 사양 확인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PC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PC 구조 및 조립 방법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자신이 없다면 전문 업체를 이용하거나 주변에 관련 지식이 많은 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