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 성능은 어느 정도?
PC로 처리되는 모든 결과는 모니터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간단한 워드작업에서 화려한 3D 게임까지 우리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화면을 통해 ‘PC를 사용하고 있구나’ 라고 깨닫게 된다. 모니터를 통해 전달되는 화면이 없다면, 우리의 PC는 아무리 좋아도 무용지물이다.
컴퓨터의 전기신호를 모니터의 화면으로 출력해주는 부품이 바로 ‘그래픽카드(혹은 그래픽칩셋)’다. 그래픽카드는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파워 등과 함께 PC의 필수 부품 중 하나를 이룬다. 즉 위에 열거된 부품들이 하나라도 없다면 컴퓨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2011년 ‘신상’인 인텔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코드명: 샌디브릿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그래픽카드를 CPU에 내장했다. CPU가 그래픽카드(칩셋)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2006년 출시된 인텔 GMA(Graphic Media Accelerator) X3000 그래픽칩셋 내장 메인보드는 CPU 시장과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두각을 두각을 나타나겠다는 인텔의 계획과는 달리 초기에는 사용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무래도 기본 성능의 내장 그래픽 칩셋은 업무용 컴퓨터 이외에는 활용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내장 그래픽으로는 3D 게임은 고사하고 오래된 3D 게임인 ‘리니지’나 ‘디아블로’ 등도 원활하게 즐길 수 없었다. 그에 따라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사용자들은 내장 보다는 외장 그래픽카드(칩셋)을 선호했다. 그러다 인텔 코어 i3 프로세서(코드명: 클락데일)부터는 그래픽카드(칩셋)가 메인보드 대신 CPU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성능도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보다 월등하게 개선되면서 비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에 내장된 인텔 HD 2000, HD 3000 그래픽이 이전 코어 i3 프로세서보다 두 배 정도 그래픽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급 3D 그래픽 게임이 주 목적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용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텔 내장 그래픽의 장점>
CPU에 그래픽칩셋이 내장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전력소비가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외장 그래픽카드의 전력소모는 컴퓨터 전체 소비전력의 절반을 차지한다. 최근 출시되는 고급형 그래픽카드의 전력소모는 이보다 더욱 높아, 그래픽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는 3D 게임을 실행할 때는 무려 400와트(Watt)가 넘는 방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일반 냉장고에 해당되는 전력을 외장 그래픽카드 하나가 소모하는 셈이다.
하지만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는 기존 CPU와 비슷한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 (고급 그래픽 성능에는 한계가 있지만) 웬만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전력소모에 있어서는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업 업무용 PC라면 더욱 그러하다.
둘째, 외장 그래픽카드를 제거하여 데스크탑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커다란 외장 그래픽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초박형 노트북처럼 일반 데스크탑 크기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는 특히 병원이나 학교, 대형 서점 등 PC 사용환경이 협소한 경우에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셋째, 외장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으니 경제적이다. 그래픽칩셋을 내장한 메인보드가 그랬듯 그래픽칩셋을 내장한 CPU 역시 경제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보다는 성능이 뛰어나니 더욱 유용하다. 물론 고급 그래픽 성능이 필요한 사용자는 외장 그래픽카드를 구매해야겠지만, 가정용, 업무용으로 사용할 PC라면 큰 부족함 없으리라 예상된다. 외장 그래픽카드 구매 비용으로 메모리를 증설하거나 고사양 하드디스크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 성능은?>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을 예상하여,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 성능도 별반 다를 거 없을 거라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고급 그래픽 품질에는 못 미치지만 웬만한 3D 게임은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여기서는 이에 여기서는 현재 인기 있는 온라인/패키지 게임을 선정,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을 체감, 확인했다.
모든 게임은 처음 기본 설정 옵션으로 플레이했으며, 초당 화면 프레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Fraps’를 이용해서 게임 진행 시 프레임 수치를 기록했다(프레임-frame이란 1초에 모니터에서 출력되는 이미지 수다. 프레임 수치가 높을수록 화면 움직임이 부드러워진다).
1. 온라인 3D 롤플레잉 게임(RPG) NC소프트의 아이온과 올해 초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게임의 테라는 모두 고사양을 요하는 온라인 3D RPG로서, 화려한 그래픽과 특수효과로 기존 내장 그래픽으로는 실행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과연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으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아이온
평균적으로 30 프레임 정도로 측정됐다. 물론 그래픽 옵션을 높게 설정하면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뛰어난 그래픽 품질과 부드러운 프레임 전환이 인상적이었다. 반드시 우수한 그래픽 품질로 아이온을 즐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 정도로도 큰 불만 없으리라 판단된다. 외장 그래픽카드(칩셋) 없이 아이온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만하다.
테라
테라 역시 평균 프레임은 41 정도로 측정되었다. 다만 아이온처럼 화려한 그래픽 화면보다는 평범한 품질에 만족해야 한다. 대신 화면 전환은 나름대로 부드럽다. 아이온과 마찬가지로 플레이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용자라면 불편 없이 즐길 만하다.
2. 온라인 FPS 게임 ‘국민 총쏘기 게임’인 서든어택의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면 내장 그래픽 구매를 꺼려했던 사용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서든어택
화면상 프레임은 표시되지 않았지만 평균프레임은 50 정도로 측정됐다. 옵션 설정에서 ‘그림자 표시’만 비활성화 하니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림자 옵션을 켜면 끊김 현상이 심해져서 조준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서든어택을 즐기는데 ‘그림자’가 필요한지 여부는 사용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아바
총쏘기 게임 중 비교적 고사양이 필요한 아바의 경우 평균 프레임이 114 정도로 측정되었다. 물론 높은 프레임을 얻기 위해 그래픽 옵션을 낮추긴 했지만, CPU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플레이가 가능했음은 인정할 만하다.
3. 온라인 스포츠게임 대중적인 스포츠를 소재로 하여 다른 게임에 비해 남녀노소 두터운 플레이어 층을 가지고 있다. 축구, 농구,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그래픽 품질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두 개 게임을 선정했다.
피파온라인2
평균 프레임은 약 45 정도로 측정되었다. 선수 얼굴이나 잔디밭 등의 상세한 표현은 버거웠지만 게임을 즐기기에는 큰 부족함 없었다.
프리스타일
평균프레임은 133 내외로 측정되었다. 게임을 즐기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원활한 성능을 보였으며, 외장 그래픽카드와 비교해도 화면 품질과 특수효과 등은 차이가 없었다.
4. 온라인 저사양 게임 출시된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와 ‘카트라이더이’, 두 캐주얼 게임을 테스트했다. 이들 모두 기존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으로도 부족하지 않기에,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이라면 그 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던전앤파이터
평균 프레임은 240 이상으로 사실상 의미 없는 수치가 됐다. 2D 게임인 만큼 고품질 그래픽이 필요한 게임이 아니며 여러 캐릭터와 많은 마법효과가 화면에 표시될 경우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수 많은 캐릭터가 우글우글 몰려 있을 때는 그래픽칩셋보다는 CPU의 성능 영향을 더 많이 받기도 한다.
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의 경우 프레임을 60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에 평균 프레임은 60으로 고정됐다. 게임 실행 결과는 던전앤파이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저사양 PC로도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기에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이라면 요구 수준을 채우고도 남는다.
5. 번외 게임 : 스타크래프트2
스타크래프트의 후속편 스타크래프트2. 원작에 비해 화려한 특수효과와 발전된 게임 시스템으로 (전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평균 프레임은 25 정도로 측정되었으며 쾌적하지는 않아도 근근이 플레이 할 만 했다. 물론 ‘풀옵션’에 비해 비주얼적인 모습은 많이 떨어지지만, 내장그래픽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인텔 내장 그래픽의 환골탈태>
게임 테스트 결과, 2세대 코어 i7(2600K) 프로세서의 HD 3000 내장 그래픽은 일반 사용자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됐다. 저사양 게임이나 캐주얼 게임은 아주 자연스럽고 중급 사양이 필요한 3D 온라인 게임도 화려한 특수효과 등의 비주얼적 옵션을 낮춘다면 쾌적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작은 크기의 데스크탑이 필요하거나 고급 3D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일반적인 사용 환경, 또는 PC 전력소모를 줄이려는 기업체 등에서는 구매를 고려해 볼만 하다. 이전의 메인보드 내장그래픽보다는 확실히 괄목할 만한 그래픽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그 동안 ‘내장 그래픽 성능은 저질이다’라는 편견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가지 의아한 점도 있다. 2세대 코어 i5 2500, i7 2600 프로세서에는 HD 2000 내장 그래픽이, 2세대 코어 i5 2500k와 i7 2600k 프로세서에는 HD 3000 내장그래픽이 각각 탑재되어 있다. 모델명 뒤에 ‘K’가 붙으면 한 단계 높은 성능의 내장 그래픽칩셋을 내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2세대 코어 i5, i7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위한 메인보드에는 P67, H67, H61 칩셋이 장착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각 칩셋마다 오버클러킹이나, 내장그래픽 사용에 제한이 있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발생한다.
즉 P67 칩셋 메인보드를 사용하면 ‘K’ 모델 프로세서의 특징인 CPU 오버클러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내장 그래픽은 사용할 수 없다. 반면에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기 위해 H67, H61 칩셋 메인보드를 사용하면 반대로 CPU 오버클러킹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 경우에는 CPU 오버클러킹이 가능한 ‘K’ 모델 프로세서의 최대 장점을 살릴 수 없게 된다. CPU 오버클러킹에 관심이 없다면 별 문제 되지 않지만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기 위해 CPU 오버클러킹 기능을 묻어 둔다는 건 그다지 권장할 만한 구성은 아니라 판단된다. 참고로 ‘K’ 모델과 일반 모델의 가격차는 약 5만원 정도다.
글 / 박진우 (qooz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