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프로세서, 샌디브릿지 8코어 프로세서 등장
어느덧 코어가 여러 개 있는 멀티 코어 프로세서 대중화 시대에 접어 들었다. 동작 속도만 높았던 싱글 코어 프로세서(과거 펜티엄) 시대는 가고, 이제는 대다수가 코어가 2개인 듀얼 코어 프로세서 이상을 사용한다. 조금 더 높은 성능을 원하는 이들 중에는 코어가 4개인 쿼드 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 해 인텔은 자그마치 코어가 6개인 헥사 코어(코드명: 걸프타운) 인텔 코어 i7-980X를 출시했다. 하지만 아직 대중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프로세서 하나 가격이 웬만한 노트북 한 대 가격과 맞먹는 고성능 프로세서는 일부 마니아나 얼리어답터들 이외에는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렇게 최신 기술이 들어간 프로세서는 CPU 제조사가 자사의 기술을 알리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관련기사: http://it.donga.com/plan/858/).
그런데 최근 6코어 프로세서를 넘은 8코어 프로세서가 등장했다. 아직 정식으로 출시한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해외 매체에서 8개의 코어를 탑재한 옥타 코어 프로세서 소식이 흘러나온 것. 이 프로세서는 6코어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Extreme)의 후속 제품(이하 샌디브릿지-E 프로세서)으로,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릿지) 중 최상위급 제품이다.
멀티 코어 종결자 등장
샌디브릿지-E 프로세서는 올 4분기 해외에서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해외 매체를 통해 밝혀진 정보는 LGA 2011 소켓을 사용하고, 8코어에 인텔 하이퍼 쓰레딩 기술이 접목되어 윈도우 장치관리자에서는 16 쓰레드로 표시된다. 그리고 소비 전력은 현재 출시한 프로세서 중 가장 높은 150W이며, L3 캐시 메모리는 코어당 2.5MB로 총 20MB이다. 마지막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동작 속도는 3GHz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출시 가격은 999달러(한화 약 100만원)로 예상된다.
특히, 샌디브릿지-E 프로세서는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중 K모델처럼 오버클러킹을 위한 배수(multiplier) 설정이 해제되어 있다. 즉, 메인보드(BIOS 설정)에서 배수를 높게 조절하면 기본 동작 속도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리고 32nm 공정으로 제조되었기 때문에 기존 45nm 제품보다 전력 및 발열 효율이 높아 오버클러킹이 좀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프로세서는 제조 공정이 낮아질수록 제품의 전반적인 성능 및 효율이 높아진다). 다만, 소켓 방식이 기존 제품과는 달리 독자적인 규격(LGA 2011)이라 하위 제품간 호환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전용 X79 칩셋 메인보드와 같이 사용해야만 한다.
사실 이런 최상위급 프로세서는 일반인에게 많이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빠르고 높은 성능을 탑재한 프로세서’ 라는 기술과시적인 의미가 강하다(경쟁사보다 자사의 기술력이 높다는 것을 은연 중에 내비치는 것). 인텔의 자신감 표출이라고 봐도 된다. 그리고 실제 판매되는 모델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구하기도 힘들다. 많은 제품을 양산해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 고가인지라 구매 층도 그리 많지 않다.
샌디브릿지-E 프로세서의 장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제품이라지만, 그 성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컴퓨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윈도우 작업 관리자에서 확인할 수 있는 16 쓰레드 화면만으로도 뿌듯할 것이다. 그런데 간혹 멀티 코어의 성능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코어의 수보다 동작 속도가 높은 것이 더 좋다는 것. 과거 인텔 코어2 시리즈의 듀오 제품과 쿼드 제품을 비교했을 때, 코어 수는 많은데 동작 속도가 낮은 제품이 반대의 경우보다 성능이 낮을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에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제품이 3GHz 이상이고, 같은 동작 속도라도 이전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성능이 높은 제품일수록 코어의 수가 많아 이전처럼 코어 수와 동작 속도의 차이 등으로 혼동될 여지도 없다. 예를 들어 코어 i3는 듀얼 코어(하이퍼 쓰레딩 적용 4쓰레드), i5와 i7은 쿼드 코어(i7은 하이퍼 쓰레딩 적용 8쓰레드)로 아예 구분을 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openstudy/5326/).
과거 멀티 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환경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코어2 듀오/쿼드 시절, 하드웨어는 멀티 코어로 발전했지만, 이 멀티 코어를 실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는 것. 마치 엔진은 2개가 달린 자동차인데, 실제 운전할 때는 엔진이 1개만 작동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이전과 달리 멀티 코어를 지원하는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개발 환경 자체가 멀티 코어 시대로 변화했기 때문에, 애초에 프로그램이나 운영체제 등의 멀티 코어 지원이 당연한 상황이다.
꼭 필요한가?
다만, 샌디브릿지-E 프로세서가 일반인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용도로 컴퓨터를 사용하기엔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정도면 충분하다. 샌디브릿지-E 프로세서는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성능이 가장 좋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제품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성능을 100% 활용하기도 어렵다. 일반적인 용도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개발에 편자와 다름없다. 100m 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굳이 페라리 스포츠카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무조건 좋은 것보다는 각 용도에 맞춰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