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눈 뜬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 스마트
명석한 전자두뇌와 금속 팔다리를 갖춘 인간형 로봇 ‘안드로이드’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챙겨 든다. 손에 걸레를 잡아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게을러진 주인을 대신해 청소를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아무리 굽혀도 아픈 줄 모르는 강철 허리와 작은 티끌하나 놓치지 않는 정직하고도 꼼꼼한 눈매가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고된 청소에 대한 대가는 그저 ‘수고했다’는 주인의 공치사로 족하다. 20년 전 초등학생 공상과학사생대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청소하는 로봇의 모습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럽다.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사람보다 더 힘이 센 안드로이드가 하는 일이 고작 청소라니, 이러라고 사 준 안드로이드가 아닐텐데? 아니, 그것보다, 첨단 로봇이면서 구닥다리 빗자루를 사용하는 거야?
다행스럽게도, 현재 상용화에 들어간 청소 로봇은 상상만큼 비효율적이지 않다. 앞치마와 같은 과한 옷차림을 하지도 않았고, 쓸데없이 사람만큼 크지도 않다. 품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원반과 닮았을 뿐이다. 물론 비용도 안드로이드보다 훨씬 저렴할테고 성능도 빗자루보다 뛰어나다. 우리는 이를 ‘로봇청소기’라고 부른다.
초창기 로봇청소기는 일반 소비자들이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높은 가격을 자랑했다. 2001년 최초로 등장한 로봇청소기 ‘트릴로바이트(스웨덴)’의 당시 구매가는 2,500달러(한화 약 300만 원). 웬만큼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이 아니면 선뜻 지갑을 열 수 없는 액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로봇청소기의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국내 로봇 관련 기업들도 잇따라 로봇청소기를 내놓기 이르렀다.
‘아이클레보(iclebo)’는 국산 로봇 전문 기업 유진로봇(www.yujinrobot.com)이 만든 로봇청소기 브랜드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해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로봇청소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진로봇은 몰라도 아이클레보는 다 알 정도다. 아이클레보, ‘아이클레보 큐’, ‘아이클레보 리튬’, ‘아이클레보 프리’, ‘아이클레보 알파’등 제품 라인업도 꽤 탄탄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청소기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유진로봇은 최근 신제품 ‘아이클레보 스마트’와 ‘아이클레보 홈’을 발표했다. 이 중 카메라를 장착해 그야말로 ‘눈 달린 로봇청소기’로 거듭난 아이클레보 스마트를 살펴보려고 한다. 과연 기존 로봇청소기와 무엇이 다르며 어떤 성능을 보여줄 것인가.
어라, 카메라가 달렸네
아이클레보 스마트의 외형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납작한 원통형에, 무광택의 은색 빛깔을 띠고 있다. 상단에는 카메라, 조작버튼, LED 조명, 먼지통을 탈착할 때 쓰는 먼지통 덮개가 달려 있고, 측면에는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하단에는 2개의 사이드 브러쉬, 메인 브러쉬, 걸레판 고정 클립(물걸레 탈착용), 2개의 바퀴 및 1개의 보조바퀴, 바닥 감지센서가 위치해 있다. 높이는 약 10cm며, 무게는 3.9kg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천장과 벽면을 촬영하고 지도를 그려 해당 위치를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 경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의 청소 알고리즘을 ‘비전(vision) 방식’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로봇청소기에 눈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커다란 방 한 구석에서 눈을 가린 채 반대편 구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만일 방 안에 장애물이 하나도 없다면 벽을 잠깐 만지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가야 할 곳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군데군데 큰 기둥이 늘어서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턱대고 짐작한 곳으로 가로질러 갔다간 금세 장애물에 부딪혀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헤매게 될 것이다.
각종 가구가 즐비한 일반 가정에서 로봇청소기는 똑같은 일을 겪는다. 장애물이 없다면 ‘ㄹ’모양으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청소를 후딱 끝내겠지만(물론 방 모양이 사각형이어야 한다. 삼각형이나 별모양이면 곤란하다), 안타깝게도 소파, 탁자를 피해 청소하다보면 동선이 복잡해지고 헤매게 된다.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지나다녀야 하니 자연스레 청소 시간도 길어진다.
아이클레보 스마트 역시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로봇청소기보다는 청소동선이 더 효율적이고 더 꼼꼼하게 청소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이것이 눈 달린 로봇청소기가 가진 장점이다.
물론 다른 로봇청소기들이 자랑하는 감지센서도 빠짐없이 갖췄다. 20개 이상 촘촘하게 박힌 감지센서는 화분이나 탁자 다리와 같은 비교적 기름한 모양의 장애물을 피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바닥 감지센서로 인해 현관이나 계단과 같이 높낮이가 다른 곳에 간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물걸레질 하지마세요, 사람에 양보하세요’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먼지 청소만으로도 감지덕지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최근에는 물걸레질까지 로봇청소기에 떠넘기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로봇청소기들이 물걸레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고, 아이클레보 스마트에도 어김없이 물걸레 기능이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이클레보 스마트에게 물걸레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손으로 힘을 주어 닦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물걸레질을 한다기보다 물걸레를 매달고 이동하는 것에 가깝다. 육안으로는 깨끗해 보이는 바닥의 미세먼지를 처리할 때나 쓰면 모를까, 말라붙은 주스 얼룩 등을 닦는 일은 사람이 직접 문질러 닦는게 좋겠다. 이는 아이클레보 스마트만의 문제는 아니고, 대부분의 로봇청소기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이다. 로봇청소기가 제대로 된 물걸레 기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또한 아이클레보 스마트의 물걸레 기능에 대한 기대치는 다른 로봇청소기보다 더 낮추어야 할 수도 있다. 물걸레의 탈착이 다소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부 로봇청소기 중에는 본체에 물걸레만 붙이면 바로 쓸 수 있는 제품도 있는데(사실 물걸레를 별도로 장착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긴 하지만), 아이클레보 스마트는 먼지통을 분리한 후 브러쉬를 떼어내고 걸레판이라는 부품에 걸레를 달아 조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평소에는걸레판을 따로 보관해야 하는데, 이를 잃어버리면 참 골치 아파질 것이다.
7 x 22(cm) 규격의 걸레도 너무 작지 않은가 싶다. 손수건보다 작은 크기의 걸레가 방 전체를 제대로 닦을 수 있을까? 더구나 실제로 사용해보면 걸레가 미처 닿지 못하는 부분도 꽤 넓다. 방 벽면 쪽 가장자리는 사람이 다시 걸레질을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물걸레 기능은 크게 기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귀하게 자라서 정말 죽어도 손에 물을 묻히지 못하겠다 싶은 사람은 물청소 전용 로봇청소기를 별도로 구입하길 권한다.
청소 성능은 어떨까
아이클레보 스마트의 청소 모드는 총 4가지다. 일반적인 청소에 사용하는 오토(AUTO)모드를 선택하면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카펫(CARPET) 모드를 선택하면 카펫 위를 랜덤하게 돌아다닌다. 물걸레(MOPPING) 모드는 걸레를 장착해 미세먼지를 제거할 때 쓰고, 문턱(CLIMB) 모드는 최대 13mm의 문턱을 넘어가며 청소할 때 쓴다. 이 중 오토모드로 청소를 해봤다.
리모콘이나 본체의 버튼을 눌러 청소를 시작하면, 60dB(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나 혼잡한 도로에서 나는 소음 수준)의 굉음을 내며 빠르게 직진한다. 장애물이나 벽을 만나면 적외선 센서로 감지해 속도가 줄어들면서 닿기 전에 멈추고, 방향을 전환해 이동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장애물, 이를테면 사람의 발과 마주치면 부득이하게 충돌하는데, 측면부에 둘러친 고무범퍼 때문에 큰 충격을 주거나 받지는 않는다.
또한 바닥에 깔려 있는 전기선 정도는 가볍게 넘지만, 뾰족하게 튀어나온 장애물은 뛰어넘지 못하고 에러를 일으키며 멈추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전기콘센트가 바닥에 설치된 사무실과 같은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상 밑과 같은 어둡고 구석진 곳도 제법 꼼꼼하게 돌아다닌다. 하지만 전기선이 정리되지 않아 엉켜 있는 곳은 제대로 청소하지 못하니 이와 비슷한 장애물은 벽이나 바닥에 단단히 고정하는게 좋다. 로봇청소기 구조상 벽쪽 가장자리 부분 먼지는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할 것 같이 보여도, 사이드브러쉬가 회전하면서 먼지를 모아주기 때문에 의외로 청소 효과는 좋은 편이다.
2개의 사이드 브러쉬는 강하게 회전하면서 먼지를 안쪽으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이 사이드 브러쉬는 로봇청소기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청소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이렇게 모인 먼지는 하단 중앙에서 회전하는 나선형 메인 브러쉬를 만나 먼지통으로 쓸려 들어가며, 긴 머리카락이나 실은 브러쉬에 달라붙는다. 이와 함께 진공 모터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미세한 먼지를 흡입한다. 빗자루로 쓸고,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셈이다.
청소가 끝나거나,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리모콘의 충전(BASE) 버튼을 누르면 처음 출발했던 충전 스테이션으로 되돌아간다. 만일 청소하는 동안 충전 스테이션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충전 스테이션을 단단히 고정시켜 놓아야 한다.
20분 가량 청소한 후 먼지통을 열었더니 꽤 많은 양의 먼지가 모여 있었다. 또한 메인 브러쉬에도 머리카락이 엉겨 붙어 있었다. 아이클레보 시리즈의 청소 성능은 꽤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아이클레보 스마트 역시 물걸레 기능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먼지통과 메인 브러쉬는 간단하게 분리해 세탁할 수 있다. 이때 먼지통 덮개에 달려 있는 클리닝 브러쉬를 이용하면 손쉽게 필터를 청소할 수 있다. 또한 메인 브러쉬에는 일정 간격으로 홈이 있어 이 부분에 가위를 넣어 엉킨 머리카락을 제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제조사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청소만 아는 충(忠)봇, 누구한테 어울리나
결론을 말하면, 집에 들어오면 현관부터 옷을 하나하나 벗어 던지는 사람, 신문지와 과일 껍질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집에 살고 있거나 이 장애물들을 치울 생각이 추호도 없는 사람들은 로봇청소기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 최소한의 건더기(?)는 치워주어야 로봇청소기가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로봇청소기보다는 누군가의 잔소리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미세먼지를 청소할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로봇청소기가 꽤 유용할 것이다. 가구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펜션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도 좋을 것 같은데, 로봇청소기의 청소 속도가 사람보다 느리기 때문에 성질이 급한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에서는 애완동물과의 궁합이 중요하다. 털이 많이 빠지는 동물을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가끔 로봇청소기를 무서워 하는 동물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반대로 로봇청소기를 너무 좋아해도 금물이다. 친근함의 표시로 올라타거나 ‘쉬야’라도 하면 고장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이다. 로봇청소기는 사람의 움직임이 적은 상태, 즉 가족이 모두 외출하고 빈 집이 되었을 때 최고의 청소 성능을 발휘한다. 집 안에 한창 뛰어다니는 아이가 상주한다면 로봇청소기의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주말마다 온 가족이 대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가정에도 크게 유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정도 부지런함이면, 진공청소기만으로도 충분하다.
2011년 5월, 아이클레보 스마트의 인터넷 최저가는 약 56만 원이다. 20만 원대의 중국제 싸구려 로봇청소기와 비교한다면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카메라와 리튬이온 배터리가 달린 최신 로봇청소기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니켈수소 배터리를 장착한 옛날식 로봇청소기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수명이 짧고 메모리 효과(완전히 방전하지 않고 다시 충전했을 때 다음부터 전체 용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상)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본체 성능만 따지지 말고 배터리 종류까지 꼼꼼히 보는 것이 현명하다.
아직까지는 로봇청소기가 국민 필수가전은 아니다. 성능과 속도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고, 사람에 따라 진공청소기가 더 나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청소기의 단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의사가 있고, 실제로 여러 로봇청소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클레보 스마트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