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 바라쿠다 XT 3TB, 구형 PC에서도 문제 없어?
1TB(1,00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보고 감탄했던 것이 어제일 같은데 시장에는 벌써 2TB의 하드디스크도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때는 대용량 매체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DVD가 단층 디스크 기준으로 4.7GB 정도에 불과하니 하드디스크 용량의 발전에는 그저 감탄이 나올 따름이다. 그리고 2011년에 들어서면서 3TB, 즉 약 3,000BG의 용량을 갖춘 제품도 서서히 나오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3TB 제품이 나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 쓰던 PC에서 2.2TB 이상의 용량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3TB 하드디스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PC의 메인보드(주기판)을 신형으로 교체하거나, 3TB를 인식할 수 있는 추가 장비를 달아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한 상황이다. 그런데 대표적인 하드디스크 제조사인 씨게이트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러한 용량 인식 문제를 해결해 구형 PC에서도 3TB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이번에 소개할 ‘바라쿠다 XT 3TB’가 그 주인공이다.
전용 소프트웨어로 2.2TB의 한계 극복
씨게이트의 하드디스크 라인업 중에서도 바라쿠다 XT는 고급형에 속한다. 7,200RPM(분당 회전 속도)으로 회전하는 디스크로 기본적인 읽기/쓰기 속도가 빠르고, 64MB의 대용량 버퍼 메모리 덕분에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거나 대용량 데이터를 다룰 때 속도저하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또한 최대 6Gbps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는 SATA 3.0 인터페이스를 갖춰서 SATA 2.0(3Gbps) 인터페이스의 기존 하드디스크보다 한층 나은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바라쿠다 XT 3TB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구형 PC에서도 3TB의 용량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2TB 이상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PC의 바이오스(bios: 메인보드를 제어하는 기본 프로그램)에서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 기능을 지원하거나 64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해 사용해야 한다. 만약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3TB 중에 최대 2.1TB만 사용이 가능하며, 이 조차도 부팅 드라이브로(C드라이브)는 쓰지 못하고 단순 데이터 저장용 드라이브(D드라이브 이후)로만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라쿠다 XT 3TB는 UEFI 바이오스가 없고 64비트 운영체제가 아닌 상태에서도 3TB를 모두 활용할 수 있고, 부팅도 가능하도록 해주는 전용 소프트웨어인 ‘디스크위자드(DiscWizard) 버전 13’을 제공한다. 디스크위자드 소프트웨어는 씨게이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도 있다.
구형 PC 직접 설치해 본 바라쿠다 XT 3TB
실제로 UEFI 바이오스를 지원하지 않는 메인보드를 갖춘 구형 PC에 바라쿠다 XT 3TB를 장착한 뒤 구형 운영체제인 MS 윈도우 XP(32비트)를 설치해 보았다. 테스트에 사용한 메인보드는 바이오스타의 ‘TP43E Combo’이며, 인텔 코어2 듀오 E8500 CPU를 탑재했다.
테스트 PC에 윈도우 XP 디스크를 삽입한 뒤 설치를 시작했다. 설치 과정 초반의 디스크 파티션 선택 메뉴에서 인식한 하드디스크는 총 764429MB(약 750GB)였다. 총 3TB 중에 1/4 정도만 인식된 것. 하지만 일단은 계속 설치를 진행해 보았다. 용량의 일부만 인식되었지만 윈도우 XP이 설치 자체는 정상적으로 진행이 가능했다.
이렇게 윈도우 XP의 설치가 끝난 후 윈도우의 컴퓨터 관리 메뉴의 ‘디스크’ 부분을 살펴보았는데 여전히 전체 용량이 표시되지 않고 746.5GB의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UEFI 바이오스가 탑재되지 않은 구형 메인보드에 32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나머지 용량을 사용하기 위해 씨게이트의 디스크위저드 버전 13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차례다.
다만, 주의할 것이 201년 5월 1일 현재의 홈페이지(www.seagate.com)의 고객지원 메뉴에서 제공하는 디스크위자드는 옛날에 나온 11 버전이라 디스크 용량 인식 기능이 없다. 2.2TB 이상 지원 정보 제공 페이지(http://seagate.custkb.com/seagate/crm/selfservice/search.jsp?DocId=218619&NewLang=en)에 있는 ‘Click here to download DiscWizard v13’를 클릭해 디스크위자드 버전 13을 내려 받도록 하자. 아직 바라쿠다 XT 3TB 제품이 출시 초기라서 소프트웨어 등록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조만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렇게 내려 받은 디스크위자드 버전 13을 설치하고 기동하면 자동으로 나머지 용량을 인식하게 하는 메뉴가 실행된다. ‘Allocate space’를 선택하면 간단히 용량을 인식하는 작업이 간단히 끝난다. 그 후 윈도우의 ‘내컴퓨터’를 오른쪽 클릭하여 ‘관리’를 선택한 뒤 ‘디스크 관리’ 메뉴로 들어가면 예전에는 없던 것으로 나오던 나머지 용량이 전부 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3TB 전체가 하나의 디스크로 인식되지는 않고 2,048GB와 746.5GB의 2개의 디스크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3TB 전체를 약 2.2TB와 약 0.8TB로 나뉘어서 사용하는 것인데, 하나의 드라이브로 잡지 못하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리고 어차피 3TB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사용하는 것 보다는 2~3개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보다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기도 하다. 만약 3TB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사용하고 싶다면 UEFI 바이오스를 지원하는 메인보드에 64비트 운영체제를 탑재한 PC의 구매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바라쿠다 XT 3TB, 속도는 어때?
바라쿠다 XT 3TB의 특징이라면 방대한 용량도 용량이지만 빠른 속도에도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7,200RPM의 회전 속도, 64MB의 버퍼 메모리, 그리고 SATA 3.0 인터페이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 나온 하드디스크 중에도 위와 같은 조건을 1~2가지 만족하는 제품은 제법 있지만, 위의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제품은 그다지 흔치 않다.
과연 바라쿠다 XT 3TB의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다. 테스트 시스템은 바라쿠다 XT 3TB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SATA 3.0(6Gbps) 인터페이스를 갖춘 인텔 DH67BL 메인보드 메인보드를 사용한 PC를 준비했다. 그리고 성능 비교를 위해 보급형 하드디스크인 씨게이트 바라쿠다 그린 2TB 제품을 함께 설치, 테스트를 해 보았다. 바라쿠다 그린 역시 64MB의 버퍼 메모리와 SATA 3.0 인터페이스를 갖췄지만 디스크 회전 속도는 5,900RPM으로 약간 느린 편이다.
①윈도우 부팅 속도 테스트
일단은 윈도우 XP의 부팅 속도 비교다. 양쪽 PC의 전원 버튼을 누른 후 윈도우 바탕화면이 완전히 로딩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 지를 비교했다.
측정 결과, 회전속도가 낮은 바라쿠다 XT가 20초 가량 더 빨리 부팅을 마칠 수 있었다. 역시 버퍼 메모리의 용량과 인터페이스가 같아도 디스크의 회전속도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②포토샵 실행 속도 테스트
다음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 CS3’를 실행하여 모든 프로그램 내용의 로딩을 끝내고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해 보았다.
측정 결과, 바라쿠다 XT 3TB가 보급형 하드디스크보다 2배 가까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은 실행과 동시에 여러 파일을 읽거나 쓰는 과정이 반복되므로 속도가 느린 하드디스크에서는 실행 시간이 훨씬 길어진다.
③파일 복사 속도 테스트
다음 테스트는 2.5GB 정도 용량의 파일을 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파일의 단순 복사 작업은 윈도우 부팅이나 프로그램 실행 시에 비해서 하드디스크의 사양 차이에 따른 속도의 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다.
여전히 바라쿠다 XT 3TB가 더 빠르긴 하지만 이전 테스트에 비해서는 차이가 크지 않다. 고속의 하드디스크는 윈도우 부팅용이나 프로그램 설치용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단순히 파일을 복사해 넣고 보관하는 용도로는 가격대비 효율이 약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성능뿐 아니라 호환성에도 합격점 줄만
기능이나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된 새로운 PC 장치가 나오면 해당 장치의 기능이나 성능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호환성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래픽카드의 방식이 AGP에서 PCI익스프레스로 바뀌었을 때, 혹은 하드디스크의 방식이 IDE에서 SATA로 바뀌었을 때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새로운 규격의 장치들은 출시 초기에 구형 PC와 호환이 되지 않아서 보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럴 때가 바로 제조사의 역할이 부각되는 경우다. 책임 있는 업체라면 단순히 신제품의 성능이나 기능만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형 제품과의 호환성을 개선하기 위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추가 설치만으로 구형 PC에서 모든 용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씨게이트의 바라쿠다 XT 3TB 제품은 이런 면에서 좋은 모범이 될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