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동성애자를 차별해?
글로벌 SNS(Social Network Service) 페이스북이 동성애자를 차별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에 거주하는 조나단 윌리엄스(Jonathan Williams)와 제이미 불(Jamie Bull)은 남성 동성애자 커플이다. 그들은 4월 13일(영국 기준) 런던의 한 술집 구석자리에서 몰래 키스를 하다가 여주인에게 들켰고, 분노한 여주인은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밖으로 쫓아냈다. 화난 윌리엄스가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자 수백 명의 영국 동성애자들이 이에 분노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이벤트 페이지를 개설하고 시위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했다. 순식간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은 해당 술집 앞에 모여 단체로 키스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사건은 BBC 뉴스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해당 술집은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온라인 토크쇼 '데인저러스 마인드(Dangerous Minds)' 진행자 리처드 메츠거(Richard Metzger)가 이 사건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동성키스를 묘사한 사진을 함께 첨부했는데 이 사진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삭제된 것이다.
메츠거는 페이스북으로부터 "당신이 공유한 콘텐츠는 나체를 포함하거나 외설적인 내용을 금지하는 페이스북 이용 약관에 위배되므로 삭제 조치했다"라며 "약관을 다시 위반할 경우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될 수도 있다"라는 경고 메일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츠거는 해당 사진이 나체를 포함하거나 외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사진은 드라마 '이스트엔더(EastEnders)'의 한 장면으로, '옷을 완전히 입은' 두 명의 남자가 키스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며 "성적인 표현이 자제된 매우 점잖은 사진이라 판단한 동료가 올린 것을 그대로 퍼왔다"라고 말했다. 메츠거는 즉각 페이스북에 항의 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은 페이스북 사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며 격한 반감을 샀다. 이성간의 키스를 묘사한 사진은 아무 제재를 하지 않는 것에 반해 동성간 키스를 묘사한 사진은 음란물로 취급하는 페이스북의 정책은 엄연한 차별이라는 것.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내 것도 삭제해보라"라며 자신의 페이지에 동성간의 키스를 담은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건이 커지자 페이스북이 해명에 나섰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해당 사진은 페이스북의 약관에 위배되지 않으며, 순전히 실수로 삭제됐다"라며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음란물이 올라왔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자가 해당 콘텐츠를 검토한 후 삭제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 석연치 않은 해명에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분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유 수유도 음란물? 페이스북의 애매한 판단
페이스북의 음란물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패트리샤 매든(Patricia Madden)은 쌍둥이 딸들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 조치를 당했다. 젖가슴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에 분노한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이봐 페이스북, 모유 수유는 음란하지 않아(Hey Facebook, Breast-feeding is not Obscene)'이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개설하고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 페이지에 가입한 사람들은 2011년 4월 현재 25만 명에 이른다. 또한 페이스북 본사 앞에서 모유 수유를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페이스북이 한 발 물러났다. 페이스북 대변인 배리 슈니트(Barry Schnitt)는 "유두나 유륜이 보이는 젖가슴만이 약관에 어긋난다"라며 "약관을 준수하는 대부분의 모유 수유 사진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페이스북은 모유 수유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행위인 것을 알고 있지만,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사진을 삭제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후 비슷한 모유 수유 사진이 페이스북에서 삭제되는 일이 반복됐다. 페이스북측은 노출이 심하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삭제를 검토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유 수유 지지자 중 한 명인 헤더 팔리(Heather Farley)는 "공공장소에서 모유를 수유하는 것은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합법"이라며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데 페이스북에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해도 욕먹고 안해도 욕먹는다면
어린 아이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음란물을 걸러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수많은 콘텐츠를 일일이 사람이 판별하기에는 벅차고, 그렇다고 컴퓨터의 판독 알고리즘에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터넷 업체들은 신고제도 혹은 피부색이 일정 비율 포함되어 있는 콘텐츠를 선별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먼저 걸러낸 후 사람의 육안으로 음란물을 가려내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담당자의 가치관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논란은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분명하게 가리지 못해 길고 긴 법정 싸움으로 가는 경우도 많은 마당에, 소수의 인력이 짧은 시간 내에 음란물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음란물 삭제 정책을 엄격하게 운영하면 이쪽에서 항의하고, 느슨하게 운영하면 저쪽에서 항의한다. 그렇다면 최대한 욕을 덜 먹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명확하고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