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빅뱅] HP 웹OS, 이제는 HP의 색깔을 입다
지금 중국 상해의 이목은 HP의 새로운 태블릿 PC ‘터치패드(TouchPad)’와 스마트폰 ‘비어(Veer)’, ‘프리3(Pre3)’ 발표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이번 행사는 지난 2월 9일 ‘Think Beyond’라는 주제로 웹OS(webOS) 이벤트를 열며 공식 발표한 내용을 아태지역에서 다시 한번 발표하는 행사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PC를 판매하고 있는 HP가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모바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떼는 자리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주목할 점은 각 기기마다 모두 탑재되는 운영체제 ‘웹OS(webOS)’에 있다. 웹OS는 다른 나라보다 늦게 스마트폰이 도입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모바일 운영체제이지만, 한 때 애플 iOS의 진정한 경쟁자라고 언급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모바일 운영체제다. 지금부터 웹OS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팜에서 HP까지, 웹OS의 역사
원래 웹OS는 지난 1996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스마트폰 제조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던 팜(Palm)의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였다. 초기 팜은 PD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할 수 있었다. 독자 운영체제인 팜OS를 탑재한 다양한 PDA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팜의 PDA 및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애플 아이폰, 림(RIM)의 블랙베리 등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제동이 걸리게 되었고, 결국 지난 2010년 4월 주당 5.7달러, 총 약 12억 달러라는 금액으로 HP에 인수 합병되었다.
팜이 HP에 매각되기 바로 이전인 2009년에 발표한 스마트폰 ‘팜 Pre’에 탑재된 운영체제가 바로 웹OS(버전 1.0)의 시초다. 유연한 멀티 터치 제스처 기능과 탁월한 멀티태스킹 성능 등이 바로 웹OS의 장점이었다.
HP가 웹OS를 필요로 한 까닭
HP가 팜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게 된 주원인은 바로 웹OS다. 팜을 인수할 당시 HP는 5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반면 ‘웹OS’를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사실 HP는 하드웨어 제조사로서 업계 선두권에 있지만, 웹OS와 같은 독자 모바일 운영체제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윈도우 모바일 또는 윈도우폰7을 탑재할 것이라고 알려졌던 태블릿 PC ‘HP 슬레이트’의 준비가 팜 인수와 함께 무기한 연기된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HP는 웹OS를 자사의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에 탑재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당시 HP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넷북 등에 웹OS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투자를 더 강화하면 지금보다 더 매력적이 될 것이다. 기술 연구 개발 투자 증대뿐만 아니라, 판매, 마케팅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릴 테니 기대해 달라”라고 말할 정도로 웹OS를 향후 HP 청사진 중 중요한 사안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웹OS,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현재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는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변화의 시대에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전세계 점유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절대 강자로 군림할 것만 같았던 노키아 심비안의 점유율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고, 북미 시장의 강자였던 림의 블랙베리도 이젠 과거의 명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추락했다. 이를 틈타 애플 iOS가 세를 불리기 시작했고, 신흥 강자 구글 안드로이드가 어느새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MS도 윈도우 모바일에 윈도우폰7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다시 한번 도전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HP 웹OS가 과연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웹OS의 장점
웹OS의 가장 큰 강점은 멀티태스킹 성능이다. 한 예로 지난 1월, 웹OS가 설치된 스마트폰 ‘팜 프리 플러스’에 50여 개의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실행하는 영상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멀티태스킹 성능이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하드웨어 사양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리고 이 멀티태스킹 성능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도 녹아 들어가 있다. 웹OS 2.0에 추가된 Stacks라는 인터페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웹OS 2.0에서 어플을 실행하면 어플 화면이 하나의 카드 형태로 나타난다. 어플과 어플 사이의 이동은 카드를 바꾸는 것처럼 표현되며, 관련 어플은 그룹을 지어서 관리된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보내다가 다른 이메일 주소를 클릭하면, 해당 화면이 카드가 쌓이는 것처럼 위에 나타난다. 카드놀이를 생각하면 된다.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지고 뒤섞은 후, 원하는 카드를 꺼내고 뒤로 넘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Just Type’이라 불리는 검색 기능도 있다. 검색 창에 어떤 단어를 입력하면 그 단어가 들어간 웹이나 어플, 이메일 등을 검색해 찾아내는 기능(순간 검색)이다. 또한 입력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이 이번 행사에서도 추가로 선보였다. 행사에서 발표된 터치패드의 가상 키보드 배열에는 기존 태블릿 PC 운영체제 키보드 배열과는 달리 숫자 키가 추가되어 있어 문자/숫자 전환의 번거로움이 없고, 키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등 사용자 편의를 높였다.
이 외에 ‘HP Synergy’도 눈여겨볼 만하다. 연락처, 캘린더, 메시지, SNS 등이 통합된 기능으로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의 소식 등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마치 모토로라의 모토블러와 비슷한 기능이다.
그리고 웹OS를 탑재한 HP의 다양한 태블릿 PC, 스마트폰, 노트북, 데스크탑 PC 등과의 연동되는 것도 장점이다. 타 모바일 운영체제처럼 데이터, 어플 등을 연동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태블릿 PC에서 보는 화면이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보는 화면이 노트북/넷북 등으로 연동된다. 특히 넷북, 노트북, 데스크탑 PC 등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HP인만큼 향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연동 시스템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웹OS 하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어플의 확보가 부족하다. 웹OS 어플 숫자는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어플 개수보다 아직 한참 적은 상태다. 이제 모바일 기기의 경쟁력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어플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을 하는 것도 지겹다. 앞으로 웹OS가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정립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HP와 같은 기존 PC 제조사가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이미 HP 경쟁사인 델도 스마트폰 베뉴, 태블릿폰 스트릭, 태블릿 PC 스트릭7 등을 선보였고,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갤럭시S/S2, 태블릿 PC 갤럭시탭/10.1 등을 연이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HP가 기존 하드웨어 제조 기술에 웹OS와 같은 자사의 운영체제를 보유했다는 것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애플 iOS가 그러하듯, 강력한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면 커다란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HP는 웹OS를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타 제조사에 제공하거나 공개하는 전략을 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HP만의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웹OS 운영체제라는 기본 조건을 확실하게 갖춘 셈이다. HP가 새로 입은 웹OS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tn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