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듀얼 코어/듀얼 칩셋의 차이는?
지난 CES 2011과 MWC 2011을 통해 나타난 올해 스마트폰 화두 중의 하나가 ‘듀얼 코어’라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듀얼 코어를 탑재한 LG전자 옵티머스2X, 모토로라 아트릭스가 출시됐고, 삼성전자 갤럭시S2가 빠른 시일 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간혹 스마트폰 사용자를 헛갈리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듀얼 칩셋’이다. 듀얼 코어와 듀얼 칩셋은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고 성능, 기능도 다르다. PC가 아닌 스마트폰에서 말하는 듀얼 코어, 듀얼 칩셋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보도록 하자.
듀얼 코어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듀얼 코어라는 용어는 PC와 동일하다. 스마트폰에도 PC처럼 CPU가 탑재되는데, 바로 그 CPU 안의 코어가 두 개라는 뜻이다. 즉, 두 개의 코어가 연산 처리를 나눠서 하기 때문에 종전 싱글코어 CPU보다 성능이 향상되며(어플리케이션 실행 속도 등), 안정적인 멀티태스킹(2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 실행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듀얼 코어는 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 지원 여부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두 배의 속도가 아닌 두 개의 코어로 나누어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드웨어(스마트폰)에 듀얼 코어가 탑재되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2배로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운영체제와 해당 운영체제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이 듀얼 코어를 지원해야 제대로 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일 코어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는 1GHz 동작속도 듀얼 코어 CPU가 탑재된 스마트폰보다 1.2GHz 동작속도 단일 코어 CPU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더 빠를 수 있다. 하지만 1GHz의 성능이 필요한 프로그램 2개를 동시에 실행할 때(멀티태스킹)는 듀얼 코어 CPU 탑재 스마트폰이 더 원활하다. 특히 최근에는 한 가지 작업보다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코어가 많은 CPU를 탑재한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PC CPU처럼 스마트폰 CPU에도 듀얼 코어 바람이 부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다. 평소 자신이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된다. 하나의 작업만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MP3 플레이어를 실행해 음악을 들으면서, 웹 브라우저를 실행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여러 사람과 소통을 하는 등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무조건 높은 동작속도의 단일 코어 CPU 탑재 스마트폰보다 적절한 동작속도의 멀티 코어 CPU 탑재 스마트폰이 각광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스마트폰 CPU 제조사인 퀄컴, TI,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에서 모바일용 듀얼 코어 CPU를 출시하고 있다. 이미 LG전자 옵티머스2X, 모토로라 아트릭스에는 엔비디아 테그라2(Tegra2) 듀얼 코어 CPU가 탑재되어 있고, 조만간 선보일 삼성전자 갤럭시S2에는 듀얼 코어 CPU ‘엑시노스(Exynos) 4210’이 탑재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출시할 고성능 스마트폰에도 대부분 듀얼 코어 CPU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참고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지난 8월 공개한 듀얼 코어 CPU 코드명 오리온의 정식 이름이다).
듀얼 칩셋
듀얼 칩셋은 CPU와 통신용 칩을 같이 탑재한 것을 의미한다. 단일 코어 또는 듀얼 코어 CPU + 통신용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모두가 듀얼 칩셋 스마트폰이다. 현재 퀄컴에서 출시하는 스냅드래곤 모바일 CPU를 제외한 모든 스마트폰은 듀얼 칩셋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퀄컴이 2세대(2G) 통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 기술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3세대(3G) 통신용 칩셋 시장을 거의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를 예로 들어보자. 갤럭시S에는 삼성전자 허밍버드(Hummingbird) 1GHz 싱글 코어 CPU와 퀄컴 MSM 6290 통신용 칩셋이 탑재되어 있다. 최초의 듀얼 코어 CPU를 탑재한 옵티머스 2X도 듀얼 칩셋 스마트폰으로, 엔비디아 테그라 2 듀얼 코어 CPU + infinion XMM 6190 통신용 칩셋을 탑재하고 있다(옵티머스 2X는 듀얼 코어, 듀얼 칩셋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듀얼 코어와 듀얼 칩셋은 그 의미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듀얼 코어, 듀얼 칩셋 왜 구분해야 하는가?
사실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는 듀얼 코어, 듀얼 칩셋과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몰라도 크게 지장은 없다. 다만 일부 스마트폰 광고 속에서 단지 ‘듀얼’이라는 단어가 같다는 것을 이용해 사용자의 혼동을 유도한 홍보가 문제다. 듀얼 코어 CPU 탑재 스마트폰이 화제가 되자, 단일 코어 CPU를 탑재한 듀얼 칩셋 탑재 스마트폰까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가 거짓 홍보를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사용자에게 알린 것은 아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소비자가 잘 알고, 잘 대처하는 방법밖에 없다. 모르는 것이 약일 수도 있지만, 아는 것이 힘인 세상이다. 제조사의 잘못된 홍보 방법을 논할 수 있지만, 애초에 알고 있으면 당할 일도 없지 않을까? 처음 스마트폰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사용자도 ‘스마트’해져야 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