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 Beautiful! HP 파빌리온 dv7-5010tx
세상에 두 종류의 대표적인 PC가 있으니 바로 데스크탑과 노트북이다. 데스크탑은 덩치가 크고 투박하지만 가격대비 성능이 높고 커다란 화면으로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 매력, 그리고 노트북은 비슷한 성능의 데스크탑에 비해 값이 비싸고 화면도 작지만 휴대가 편하고 예쁘다는 것이 매력일 것이다.
그런데 PC 시장이 커지고 제품이 다양해지다 보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제품들도 제법 많이 등장했다. 분명히 데스크탑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성능보다는 공간 활용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넷탑’, 혹은 노트북이면서도 데스크탑 못지않은 성능과 덩치를 자랑하는 이른바 ‘데스크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데스크노트의 경우, 전반적인 노트북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어지간한 노트북 제조사라면 자사를 대표하는 데스크노트 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다. 대표적인 글로벌 PC 브랜드인 HP(휴렛팩커드)의 경우, ‘파빌리온 dv7’ 시리즈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17인치의 대형 화면과 고성능을 그 특징으로 한다. 지금부터 HP 파빌리온 dv7 시리즈의 최신작인 dv7-5010tx 모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크다, 그리고 아름답다
dv7-5010tx의 첫인상은 ‘크고 아름답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17인치의 크기의 화면 크기와 3.36kg에 달하는 무게, 이는 노트북이라기보다는 화면이 붙어 있는 데스크탑에 더 가깝다. 물론 이동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이를 넣고 다닐 가방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간신히 적당한 가방을 찾았다 하더라도 몇 번 가지고 다녀 보면 상당히 뻐근해진 팔과 어깨가 사용자를 압박할 것이 틀림없다.
반면에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다. 샴페인 골드에 가까운 그레이 컬러로 전신을 감쌌고 상판 및 팜레스트 부근에 산뜻한 무늬를 넣어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평소에는 거울 빛으로 빛나다가 전원을 넣으면 백색광을 발하는 상판 모서리의 HP 로고는 덤이다.
키보드 역시 데스크노트답다. 일단 소형 노트북 키보드에서는 생략되는 일이 많은 우측 숫자패드도 갖추고 있으며, 각 키의 너비도 데스크탑 키보드 못지않게 넓다. 무엇보다도, 외국산 노트북답지 않게 오른쪽 시프트(shift)키가 크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 점이다. 대신 그 밑의 방향키가 작아지긴 했지만 조작에 큰 불편을 줄 정도까지는 아니니 이해하련다(단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헛갈릴 수 있다). 정 불편하면 숫자패드에 있는 방향키를 써도 된다.
다만, 키보드 하단에 있는 터치 패드의 경우에는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 마우스 클릭 버튼과 터치부가 일체형으로 되어있기 때문. 이런 터치패드는 디자인 면에서는 아주 좋지만, 클릭 버튼의 표면을 만져도 마우스 커서가 이동하기 때문에 클릭과 커서 이동을 같이하면 종종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역시 익숙해지면 상관 없겠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마우스를 꽂아 쓰도록 하자. 노트북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이 제품은 휴대용이 아니기 때문에 터치패드를 쓸 일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입출력 장치 구성은 평범한 편
이런 제품이라면 여느 소형 노트북에 비해 여러 가지 입출력 장치도 충실히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dv7-5010tx의 경우는 사실 이런 점이 그다지 눈에 띄진 않는다. 4개의 USB 2.0 포트와 메모리카드 리더, 그리고 모니터 출력용 D-Sub 포트와 TV 연결 시 유용한 HDMI 포트와 함께 음성 입력 / 출력 포트를 1개씩 갖추고 있는데, USB 2.0가 4개이며 그 중 1개가 고속 외장 하드 접속용 e-SATA 겸용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노트북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창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USB 3.0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USB 3.0은 기존의 USB 2.0보다 최대 10배 빠르게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그리고 데스크노트라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ODD(광 디스크 드라이브)도 물론 갖추고 있다. dv7-5010tx의 ODD는 DVD 멀티(Multi) 규격으로, CD와 DVD의 읽기뿐 아니라 기록도 가능하므로 음악CD나 DVD영화의 감상 및 데이터의 백업도 가능하다.
제품의 아래쪽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사운드 관련 요소가 2가지 있다. 배터리 장착부 근처에 위치한 저음 보강용 서브우퍼 스피커, 그리고 하단 전면의 스테레오 스피커 부근에 찍힌 ‘b’ 로고다. dv7-5010tx에 적용된 사운드 시스템은 유명 오디오 메이커인 ‘beats’에서 튜닝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dv7-5010tx로 여러 음악을 들어보니 노트북용 스피커 치고는 음질이 괜찮은 편이다(음질 평가 부분도 사용자마다 다를 수 있다). 볼륨을 높여도 소리가 찢어지지 않으며 잡음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소형 스피커의 한계가 있다 보니 소리의 명료성이나 출력 면에서는 beats의 이름값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dv7-5010tx로 진짜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면 측면의 음성 출력포트에 헤드폰을 꽂아 사용하자.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웬만한 전용 멀티미디어기기(MP3 플레이어나 PMP 등)를 능가하는 강력한 저음과 또렷한 고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한 데스크탑을 능가하는 사양
이 정도 덩치의 노트북이라면 성능 면에서도 기대가 클 것인데, 실제로 dv7-5010tx의 사양은 어지간한 데스크탑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노트북용 CPU 중에서 최상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코어 i7-2720QM을 시작으로, 8GB의 대용량 DDR3 메모리와 최신 그래픽 칩셋인 라데온 HD 6570, 그리고 무려 총 2TB나 되는 하드디스크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이라면 하드디스크 부분이다. 2011년 1월 현재 시중에 나온 노트북용 하드디스크 중에 가장 용량이 큰 것은 1TB 제품인데 dv7-5010tx는 1TB 하드디스크 2개를 동시에 장착해 2TB를 구현했다. 여기에 4GB 메모리 2개를 조합해 8GB 구성을 했으니 이 정도면 최소 2~3년 동안은 메모리나 하드디스크의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dv7-5010tx에 탑재된 운영체제는 윈도우 7 홈프리미엄 64비트다. 시중에서 많이 사용하는 32비트 버전의 윈도우는 4GB 이상의 메모리를 사용하지 못하니 8GB 메모리를 탑재한 dv7-5010tx로써는 당연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윈도우 7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사양 평가 기능인 윈도우 체험지수를 확인해보니 전반적인 점수가 7점 근처로 매우 높다. 특히 프로세서(CPU)와 메모리 부분에 있어서는 윈도우 7 체험지수의 최고 수치인 7.9에 가까운 7.5와 7.6을 각각 기록했다. 성능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구동 능력으로 알아본 파빌리온 dv7-5010tx의 성능
PC의 성능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가 고성능을 요구하는 신작 게임들을 구동해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 보는 것이다. 대개 60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고 30프레임 근처라면 원활한 수준으로 본다. 테스트 게임들은 모두 dv7-5010tx에 탑재된 LCD의 최적값인 1,600 x 900 해상도 환경에서 구동했다.
우선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실시간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2’를 dv7-5010tx로 구동해봤다. 총 6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금속도시’ 맵에서 대전을 벌이는 상황을 연출한 후 20여분 정도 플레이하며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그래픽 옵션 ‘아주 높음’에서는 30 ~ 40 프레임 정도, ‘높음’ 에서는 50 ~ 70 프레임 정도로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상당수의 스타크래프트 2 게이머들이 ‘중간’ 정도의 옵션으로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dv7-5010tx의 게임 구동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에 플레이 해본 게임은 최신 MMORPG인 ‘테라’다. 특히 이 게임은 여러 가지 화려한 그래픽효과가 다수 적용되어 있어 성능이 낮은 PC에서는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라를 구동하여 퀘스트를 수행하고 전투를 벌이는 과정을 30여분 정도 진행해보았다.
테스트 결과, 최상위 그래픽 옵션에서는 20 ~ 30프레임 근처, 중간 정도의 그래픽 옵션에서는 40 ~ 50 프레임 정도의 평균 프레임이 측정되었다. 최상위 옵션에서는 약간 모자람이 있지만 중간 정도의 옵션이라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다. 아무튼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이 정도의 성능이라면 노트북으로는 최신 게임을 하기 힘들다는 편견은 버려도 좋을 것 같다.
노트북의 탈을 쓴 데스크탑을 원한다면
이 기사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HP 파빌리온 dv7-5010tx은 참으로 ‘크고 아름다운’ 노트북임이 틀림 없다. 크기와 디자인은 물론, 성능까지 최상위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은 200만원 내외다(2011년 1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따라서 이 제품을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는 힘들 것 같다. 가격과 관계 없이 무조건 좋은 노트북을 찾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트북’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휴대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도 그다지 오래가는 편이 아니다. 때문에 이 제품을 일반적인 노트북의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이 제품의 주요 타겟은 데스크탑과 동급의 고성능과 큰 화면, 그리고 편안한 키보드를 원하면서도 노트북 수준의 깔끔한 외관과 높은 인테리어 효과를 원하는 사용자들이다. 여기에 휴대성은 단순히 ‘옵션’ 으로만 고려하여, 집안(또는 사무실 등)에서 방을 옮겨가며 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이 이상의 노트북은 없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200여 만원을 흔쾌히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겠지만... 노트북의 탈을 뒤집어쓴 데스크탑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 HP 파빌리온 dv7-5010tx에 주목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