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결합 상품, 넷북으로 만족하지 마라
도시바 R700 노트북으로 와이브로 제대로 사용해 보기
와이파이가 공간적 제한이 있는 ‘무선 인터넷’ 연결이라면, 와이브로는 와이파이보다 다양한 지역에서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이동 인터넷’이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3G 인터넷 연결과 동일한 개념이다. 3G 통신망 덕에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것처럼, 와이브로가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노트북 등의 컴퓨터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 초기에는 많은 노트북 사용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서비스 품질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사용 요금도 만만치 않아 일부 ‘부르주아’ 사용자에게만 국한되기도 했다. 더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열풍이 불면서 와이브로는 상대적으로 ‘빛 좋은 개서비스(?)’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한 와이브로 서비스가 지금까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넷북’의 출현 덕분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와이브로 1~2년 약정 가입 조건으로 넷북을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와이브로가 뭔지 넷북이 뭔지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그저 ‘노트북을 공짜로 준다’는 감언에 넘어가 와이브로 서비스에 덜컥 가입하기도 했다. 물론 와이브로도 넷북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넷북의 효용성은 모르겠지만 와이브로 서비스는 노트북 사용자에게 있어 대단히 유용한 건 사실이다. 특히 외근 시 노트북을 휴대해야 하는 기자나 영업사원, 엔지니어 등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인터넷 접속이 절실할 때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있는 사용자는 테더링 기능으로 어찌해 볼 여지라도 있지만, 무제한데이터 가입자가 아니거나 일반 휴대폰 사용자라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인근 PC방을 열심히 찾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와이브로 서비스의 유용성을 널리 알리고자 최근에는 통신업체에 따라 다양한 IT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가입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넷북을 비롯하여 고사양 노트북, 태블릿 PC, 애플 맥북 노트북 등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해 졌다. 물론 넷북 이상의 제품은 차액을 어느 정도 지불해야 하지만, 실제 판매가 보다는 파격적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할 수 있나
와이브로 약정 상품에 따라 전액 무료 또는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통신사마다, 대리점마다 약간씩 다르다. 일단 넷북이 가장 보편적이며(가입시 무료), 삼성전자 센스, LG전자 XNOTE, 한국HP 파빌리온, 도시바 포테제 등(차액 분납)의 일반 노트북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아이덴티티탭(일명 K-패드, 가입시 무료)이나 아이패드(차액 분납)와 같은 태블릿 PC도 포함된다. 소니 바이오 노트북이나 애플 맥북 프로/에어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결국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유명 노트북 제품을 수십 만원이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물론 여기에 와이브로 사용 요금이 추가되긴 한다). 아울러 모든 제품은 정식 절차를 거쳐 판매되는 정품 모델이니 품질이나 사후 서비스 등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
얼마에 살 수 있나?
현재 와이브로 결합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중고급 노트북인 도시바 포테제 R700(PT314K-02600M)을 예로 들어 본다. IT동아에서도 리뷰한 바 있는 도시바 포테제 R700은 ODD(CD/DVD 콤보)를 장착한 13.3인치 노트북치고는 무게가 1.4kg(배터리 포함, 전원 어댑터 제외)에 불과해 이동이 잦은 비즈니스맨에게 적합한 중고급 제품이다.
인텔 코어 i5 480M(2.67GHz) 프로세서와 메모리 4GB, 하드디스크 500GB, 인텔 내장 그래픽 등의 사양으로 현재 인터넷 쇼핑몰 등지에서 최저가 145만원(최고가 15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내장 그래픽 칩셋을 채택했기 때문에 화려한 3D 게임을 원활하게 실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구성이다(자세한 리뷰는 레벨업 리뷰를 참고).
하여튼 썩 괜찮은 노트북이다, 포테제 R700은. 이동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만큼 와이브로 서비스와 잘 어울린다. 그럼 이 노트북을 와이브로 서비스와 결합할 경우 얼마에 구매할 수 있을지 따져 보자. 참고로 아래 요금 및 가격 예시는 업계 표준은 아니므로 판매처마다 차이가 있음을 밝힌다.
우선 현행 와이브로 서비스 상품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 본다. 현재 KT가 제공하는 와이브로 상품은 1GB, 30GB, 50GB로 나뉜다. 이는 인터넷 접속 시 발생하는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구분이다. 스마트폰의 데이터 사용량과 유사한 기준이다. 다만 스마트폰은 모바일 웹 페이지를 주로 접속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일반적인 컴퓨터는 포털 사이트를 몇 번만 접속해도 수 MB, 수십 MB의 데이터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왕 노트북과 와이브로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라면, 특히나 외근 활동이 잦은 사용자라면 50GB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KT 와이브로의 월 사용 요금은 1GB가 10,000원, 30GB가 19,800원, 50GB가 27,000원(모두 부가세 별도)이다. 여기에 KT의 다른 통신 서비스(집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과 결합하면 요금이 더 저렴해질 수 있다.
한편 도시바 포테제 R700은 앞서 말한 대로 현 시가 145만원이다. 여기에 와이브로 서비스 가입 상품에 따라 할인율과 할부금이 달라진다. 이는 아래 표와 같다.
일반적인 휴대폰/스마트폰 약정 구매와 유사한 형태다. 다만 36개월 무이자 할부라 마냥 좋을 것 같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3년 동안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니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넷북이 아닌 쓸만한 노트북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테제 R700 정도의 사양이면 3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위 표대로라면, 145만 원짜리 포테제 노트북과 50GB 와이브로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초기 비용 없이 월 약 59,000원(부가세 포함) 정도만 3년간 납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3년간 총 납입 금액은 약 210만원 정도인 셈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노트북 가격 145만원과 50GB 와이브로 36개월 사용 요금 107만원을 합친 금액 252만원보다는 저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210만원 역시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일시불이 아닌 36개월 무이자 할부로 납입할 수 있고, 쓸만한 노트북과 50GB 와이브로를 통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구성이라 판단된다. 앞서 말한 대로, 그 대상이 이동형 사용자라면 더욱 그렇다. 이들 외에 새해를 맞아 노트북을 구매할 계획이 있는 사용자도 한번쯤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집이나 사무실에서 고정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무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나
노트북과 와이브로는 스마트폰과 3G 통신망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야 그냥 웹 브라우저를 실행하면 알아서 무선 랜과 3G망을 번갈아 접속하지만, 노트북과 와이브로는 약간의 ‘셋팅’이 필요하다.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정말 간단한 셋팅이다.
와이브로 결합 노트북을 구매하면 노트북 본체와 함께 자그마한 기기가 딸려 올 텐데, 이것이 노트북을 와이브로 망에 연결해주는 와이브로 중계기, ‘에그(Egg)’다. 일종의 와이브로 모뎀인 것이다. 크기는 작으니 노트북 가방에 가볍게 넣어 다니기도 좋다. 에그는 대리점이나 판매처마다 제공하는 제품이나 모델이 각각 다르지만 사용법은 거의 동일하다. 본문에 사용된 에그는 신형 에그2 KWD-B2300 모델이다.
에그는 와이브로 통신 신호를 와이파이 방식으로 변환함으로써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노트북에서는 마치 무선 랜 공유기를 검색, 설정하듯 사용하면 된다. 에그는 전원만 켜 놓으면 더 이상 손 댈 게 없다. 그저 노트북과 가까운 위치에 배치시키면 될 뿐이다. 노트북과는 무선 랜 연결 방식이라 거리가 멀수록 신호가 약해진다.
이제 노트북에서는 무선 랜을 켜고 무선 네트워크를 검색하면 되는데, 이때 에그의 SSID(접속 식별 이름)가 무선 네트워크 연결 목록에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에그의 SSID는 에그 본체 등에 표기되어 있을 것이다. KWD-B2300은 전면에 스티커로 붙어 있다.
무선 랜이 검색되어 연결하면 이내 암호를 묻게 되고, 역시 에그 본체에 표기된 암호(또는 키)를 정확히 입력하면 최종적으로 접속이 완료된다. 일반적인 무선 랜 연결 방법과 동일하다. 사양에 공지된 바로는 KWD-B2300 에그는 완충 후 약 4시간 정도 연속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물론 충전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최대 7개의 무선 기기를 동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봐도 문제 없이 잘 연결 됐다.
와이브로의 인터넷 속도는 과연 어떨까? 답답할 정도로 느린 건 아닐까?
포테제 R700으로 확인한 결과 와이브로 가입을 후회할 정도는 아니다.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에는 전혀 지장 없고, 유튜브 등과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끊김 없이 재생된다. R700과 에그 간의 무선 랜 연결 속도는 평균 70Mbps를 유지했다(최대 150Mbps로 연결되기도 했다). 물론 두 기기 간의 연결 속도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인터넷 속도가 70Mbps까지 지원되는 건 아니다. 와이브로의 이론적인 최대 속도는 25Mbps이며, 평균 속도는 대략 6Mbps 내외를 기록한다. 스마트폰의 3G 통신망의 이론적 최대 속도가 14.4Mbps이며, 평균 속도가 2Mbps를 채 넘지 않는 것에 비하면 나름대로 쓸 만한 통신 속도라 할 수 있다. 이에 KT는 조만간 삼성 태블릿 PC인 갤럭시탭에 3G가 아닌 와이브로를 적용한 제품도 선보일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와이브로로 온라인 게임을 실행하면? 여기서는 테스트를 위해 실행해 보겠지만 실제로는 게임 실행을 삼가기를 권한다. 데이터 사용량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송수신하기에 50GB 상품이라 해도 데이터 사용량을 금세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즐기다가는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온라인 농구 게임인 ‘프리스타일’로 테스트한 바로는 순간순간 약간씩 주춤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데는 전혀 무리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데이터 사용량 제한 때문에 한 경기를 치르는 내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고스톱’이나 ‘포커’류의 온라인 보드 게임은 이보다 한결 수월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와이브로 결합 상품 중에는 KWD-B2300과 같은 에그 외에 USB 포트에 연결하는 초소형 단말기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USB 단말기를 노트북에 꽂고 별도의 접속 프로그램(CM, Connection Manager)를 설치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단말기가 작아 휴대가 더욱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접속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다.
누구에게 적합한가?
당장 지갑에서 목돈이 빠져 나가는 게 아니니 무심코 와이브로 서비스에 가입하고 노트북을 받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신은 ‘공짜’로 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용하지도 않는 와이브로 서비스 요금을 매달 3만원 넘게 3년간 꼬박꼬박 내야 한다. 따라서 와이브로 결합 상품은 노트북과 이동 인터넷이 절실한 사용자에게만 어울리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의 사용자 유형에 따라 자신의 컴퓨터 사용 환경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한 후 결정하기를 권장한다.
앞서 말한 대로, 와이브로 결합 상품이 적합한 사용자는 외근형 직장인, 그 중 노트북을 늘 휴대해야 하는 사용자다. 이미 노트북을 보유하고 있다면 와이브로 상품만 별도로 가입해도 좋다. 만약 노트북까지 새로 구매해야 한다면 와이브로 결합 상품이 안성맞춤이다. 대신 2년 또는 3년 정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니 넷북이나 울트라씬 제품군보다는 (차액을 할부로 지불하더라도) 중급 이상의 노트북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울러 위와 같은 외근 직원이 많은 업체에서는 사내 비품으로 선택해도 좋다. 렌털 컴퓨터의 일환으로 외근 직원들에게 와이브로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대학원생들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다만 일반 학과생들보다는 논문이나 학회자료를 준비하는 대학원생, 연구원들에게 보다 적합하다. 그들은 강의실 외에 도서관이나 학과 사무실, 관련 기관 등지를 종횡무진하며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대학원 수료 기간이 3년임을 감안하면 와이브로 약정 기간과 맞아떨어진다.
다만 한 장소에서 노트북을 사용하여 이동 인터넷이 필요 없는 경우(데스크탑 대체용), 주요 외근지가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을 잘 제공하는 경우, 와이브로 서비스 불가능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등에는 와이브로 결합 상품은 물론 와이브로 자체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노트북에는 와이브로 연결이 대세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는 머지 않아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 휴대가 간편한 기기와는 땔 수 없는 필수 옵션으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1월 현재 이용 가능 지역은 서울 및 수도권 19개시, 5대 광역시, 지하철/전철 구간, 주요 고속도로/간선도로, 공공시설 등이며, 올 3월이면 전국 59개시(동 지역), 서해안/대구부산/남해 고속도로, 전국 군 단위 주요 대학, 공항, 전국 철도역사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추세로 볼 때 향후 몇 년 내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안정적인 속도의 이동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노트북이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는 이상 노트북과 와이브로는 최적의 조합을 보여주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