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대한민국 생활 코드가 되다
최근 삼성전자가 태블릿 PC ‘갤럭시 탭’의 홍보를 위해 기획한 새로운 광고기법이 누리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광고기법은 지면광고와 TV CF를 크로스오버(Crossover, 광고 영역파괴를 의미) 방식으로 묶은 것으로, ‘QR코드’라는 새로운 형태의 바코드 시스템에서 착안했다.
QR코드는 '빠른 응답(Quick Response, http://www.qrcode.com/ko/qrstandard.html)'의 약어로 기존의 바코드보다 몇 배는 더 똑똑해진 2차원 바코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코드와는 달리 가로, 세로 두 방향으로 정보를 기록함으로써 정보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코드를 말한다.
따라서 기존 숫자 인식 개념에서 사진과 동영상, 인터넷 주소, 지도, 추가 텍스트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QR코드의 특징이다. 이를테면 모바일 쿠폰, 정보제공, 기업사이트 연결, 이벤트 안내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개개인이 필요한 정보를 담아 QR코드를 만들어 배포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인식하는 등 새로운 정보 매체로 주목 받고 있다.
갤럭시 탭의 지면광고에 삽입된 QR코드는 총 20여 개. 신문을 보다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TV CF는 물론 온라인상에서 진행중인 다양한 갤럭시 탭 관련 마케팅 활동(이벤트 등) 내용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QR코드는 기존의 TV, 신문, 온라인 등의 개별적인 광고매체들을 연계해 그간 1분 가량의 짧은 광고에 담을 수 없는 부수적인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QR코드의 잠재성을 인정한 기업들은 벌써부터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 생활 속 곳곳에 파고든, QR코드
QR코드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는 1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지만 현재 그 인기가 하향세로 접어든 이온음료를 들 수 있겠다. 제품 겉면에 QR코드를 새겨 넣고, TV CF 말미에 ‘광고의 풀스토리는 QR코드를 확인해보라’는 메시지를 삽입하여 소비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런 참신한 시도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온음료사들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QR코드는 의료계까지 진출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관동대명지병원 등에서 QR코드를 이용중이다. 의사에 대한 정보에서부터 각종 질병의 검사종류와 방법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QR코드는 의료진과 환자의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은행 같은 금융권에도 QR코드 열풍이 불었다. 주 쓰임새는 결제서비스 제공이다. 특히, 청구서에 인쇄된 QR코드를 인식하면 손쉽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 QR코드 고공행진은 계속될까…?
QR코드가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용량의 정보를 다양하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바코드 시스템(1차원적)은 별도의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20자 이내의 숫자 정보만 담을 수 있는 등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QR코드에는 숫자 외에 문자, 그래픽, 인터넷 주소, 영상 등의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며, 가로, 세로 두 방향으로 정보를 담기 때문에 크기도 1차원 바코드의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물론 반대로 크기를 크게 할 수도 있다).
이유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QR코드가 넓게 퍼진 이유는 바로 개발사인 일본 덴소 웨이브가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아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네이버, 다음, 스캐니, 가비아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자신만의 QR코드를 만들 수 있다.
QR코드가 참신한 마케팅 수단으로 기업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것. 갑자기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증한 요즘, 잠재된 기능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도 점차 늘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사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QR코드를 인식하여 정보를 얻고, 부가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는 재미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QR코드 산업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기존 바코드에 비해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악성코드나 유해 웹사이트 주소 등을 QR코드로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QR코드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유해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별다른 의심없이 인식할 경우 악성코드에 노출되거나 유해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검증된 곳이나 기업에서 제공하는 QR코드가 아닌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결국 QR코드는 눈에 보이는 ‘편리함’ 이면에 무시 못할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 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케팅 수단 또는 정보 매개체가 된 QR코드. 부디 악용과 남용으로 빛이 바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이기성(wlrl@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