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임요환, 인텔과 1년 메인 후원 계약
‘테란의 황제’ 임요환(32)이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지 두어 달이 지났다. SK텔레콤과의 재계약을 고사하고 KeSPA 프로게이머 자격까지 반납하며 배수진을 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무소속 신분으로 돌아간 그에게는 모든 일이 도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외로운 싸움을 벌였던 그에게 든든한 새 지원군이 나타났다. 글로벌 IT 기업 인텔이 공식 후원에 나선 것. 이제 그는 아무 걱정 없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3일 인텔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인텔 e-스타디움에서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의 후원식을 갖고 공식적인 후원 활동 계획에 대해 밝혔다. 1년의 계약 기간 동안 임 선수는 인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며, 인텔이 전개하는 마케팅과 광고에서도 모델로 등장하게 된다. 현장에는 임 선수와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 및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먼저 인텔코리아 마케팅 총괄 박성민 상무가 나서 후원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박 상무는 “인텔은 임 선수가 공군에 입대하기 전 게임대회 슈퍼파이트를 후원한 적이 있고, 스타크래프트와 관련해 다양한 후원활동을 전개했다”며 임 선수와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PC와 게임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희성 사장이 임 선수에게 후원 증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임 선수에게 직접 인텔 유니폼을 입혀주며 애정을 표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인텔은 게임 리그와 경기장 지원을 통해 한국 e스포츠 발전에 조금이나마 노력해왔다”며 “이번에 임 선수를 후원하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며, 앞으로도 한국의 e스포츠 위상을 세계에 알리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 선수도 “세계적인 기업 인텔의 후원을 받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인텔의 이름을 달고 멋진 경기를 펼쳐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현장에서 진행된 일문일답이다.
팀을 창단하는 것이 아니라 임요환 선수 개인을 후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박 상무 : 인텔은 이전에 게임단을 창단해본 적이 없다. 임 선수와의 계약을 계기로, 향후 (다른) 개인을 후원할 수도 있고 팀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계약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올해에는 임 선수의 개인 후원에 집중할 생각이다.
인텔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게 되는가?
박 상무 : 기본적으로 연봉을 지급한다. 금액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임 선수가 섭섭하지 않을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임 선수 및 임 선수가 운영하고 있는 팀이 사용할 연습실을 제공하고 있다. 임 선수는 선수 활동 이외에도 자신의 팀을 운영하며 지도자 활동도 병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인텔은 양 쪽 모두를 지원하려고 한다.
임 선수 : 처음에는 선수 생활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려면 같이 연습할 문하생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인텔과 논의하던 중 연습실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결국 팀을 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텔은 선수로서의 꿈과 지도자로서의 꿈 모두를 배려해 줬다.
그렇다면 임 선수가 운영중인 슬레이어스 팀도 인텔의 후원을 받는가?
임 선수 : 인텔과 슬레이어스 팀은 아무 관련이 없다. 인텔은 개인 후원에만 집중한다.
박 상무 : 임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후원하겠다는 게 이번 계약의 취지다. 슬레이어스 팀에 굳이 인텔의 이름을 붙이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임 선수와 슬레이어스 팀이 좋은 결과를 낸다면 우리도 욕심을 내고 싶다. 임 선수와 인텔이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도움 부탁한다.
개인 후원과 팀 후원 중 임 선수 개인이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임 선수 : 기존의 팀 창단과 개인 후원 모두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슬레이어스 팀)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인텔의 마음도 흔들리지 않을까. 이것은 우리가 집중하고 노력해야 할 몫이다.
계약 기간은 얼마나 되며, 그동안 임 선수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가?
박 상무 : 올해부터 1년간 같이 활동하게 된다. 이전에 임 선수와 “올해 활동을 정말 잘 해보자. 내년에 혹시 헤어지더라도 아쉽지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대화가 올해 활동 계획을 한 마디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임 선수는 인텔이 진행하는 광고 마케팅과 게임에 관련된 활동에서 모델로 등장할 예정이다. 아마 임 선수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요즘 임 선수가 찍는 사진이 다른 어떤 때보다 멋지게 나오는 것 같다. 잘 부탁 드린다.
임 선수 개인 후원 이외에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후원할 계획은 있는가?
박 상무 : 2008년부터 지난 해까지 3년간 스타크래프트를 후원했다.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지난 해 출범 이후 PC 제조사들과 협력해 후원을 진행했다. 현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리그를 후원하겠다고 확정한 것은 없지만, 후원할 수 있는 기회는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짧은 질의응답을 마치고 돌아서던 임 선수가 갑자기 멈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매번 이런 자리에 참석할 때마다 깜박 잊고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며 “오늘 이 자리를 만드는 데 도와준 인텔 박경희 부장과 연인 김가연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임요환 선수의 입장이 있겠다’는 다소 결혼식장 분위기의 멘트에 기자들 모두가 웃으며 박수를 쳤다. 또한 이 사장이 임 선수에게 직접 유니폼을 입혀줄 때도 많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평소 매니저를 자처하며 임 선수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탤런트 김가연도 자리를 지키며 큰 소리로 응원을 보냈다.
현재 인텔은 임 선수 개인 후원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슬레이어스 팀의 성적에 따라 팀을 창단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계약 기간도 임 선수의 성적에 따라 얼마든지 더 연장될 수 있다. 인텔과 임 선수의 만남이 오래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