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개XX’ 한마디에 발칵 뒤집히는 북한 인터넷 사정
최근 국내 네티즌들이 북한 정부의 대외 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테러’한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올려 놓은 것이 문제였는데, 언뜻 보기에는 해당 게시판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정권과 지도자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보였지만, 해당 글을 세로로 읽으면 ‘김정일 개XX’ 등,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아들인 김정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발칵 뒤집힌 북한 정부가 해당 사이트를 관리하던 중국 현지 사무소에 검열단을 급히 파견하여 사이트 관리자들을 조사하고,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본국으로 소환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그리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또 다른 국내 네티즌이 해당 사이트 및 관련 트위터를 해킹하여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그림과 동영상이 전면에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파문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 뉴스를 듣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북한에 인터넷 사이트라는 것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를 접속해 본 남한 사람들을 주변에 찾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단지 게시판에 이용자가 글을 올려놓았다는 것 때문에 관리자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해당 사이트의 관리자들이 북한이 아닌 중국에 상주하고 있었다는 점 등,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특유의 인터넷 환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북한에도 컴퓨터 네트워크 자체는 존재한다. 네트워크 주소의 국가 도메인으로 한국이 ‘kr’, 일본이 ‘jp’를 사용하는 것처럼 북한은 ‘kp’로 끝나는 국가 도메인을 사용한다. 그리고 북한 내부의 공공기관 중 몇 군데에서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북한 사이트들은 대부분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이라기 보다는 인트라넷(intranet: 내부 통신망)에 가깝다. 북한 내부에서만 접속이 가능하며, 북한 내에서 이들 인트라넷 사이트가 아닌 외국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북한의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에서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남한 네티즌들이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여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었을까? 이는 몇몇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대외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외에, 북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언론기관인 ‘조선중앙통신’, 북한의 제품 및 여행 상품 외국에 판매하는 ‘천리마’ 등 30여 개의 사이트는 외국(주로 중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 중이기 때문에 외국 네티즌들의 접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한 네티즌들은 이러한 예외적인 사이트에도 원칙적으로 접속이 불가능하다. 해당 사이트들은 대한민국 법률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의 요청에 의해 2004년부터 국내 접속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록시(Proxy) 기능을 제공하는 우회 접속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사용자의 접속 위치를 외국인 것처럼 속일 수 있기 때문에 남한 내에서도 해당 북한 사이트의 접속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러한 프록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일부 남한 네티즌들이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여 ‘테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북한사이트 접속의 차단에 대해서,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고 남북 주민 간의 교류 및 공감대 형성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남북분단이라는 현실, 그리고 일방적인 프로파간다(정치 선전)이외의 목적을 기대하기 힘든 북한 사이트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이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무대가 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독자투고란의 경우, 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자유게시판과 같지만 실제로는 사용자가 올린 글이 곧장 등록되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 관리자의 선별을 거쳐 해당 글의 노출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방적으로 북한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 외에는 찾아 볼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교류’와 ‘공감대 형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해당 사이트의 관리자가 처벌을 받았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남한에서는 단순한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는 해프닝 조차도 북한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가진 최대의 특징은 바로 개방성과 상호성이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꼽히는 북한에서 인터넷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바늘구멍에 낙타를 집어넣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다만, 좋건 싫건 북한과 공동 운명체처럼 엮여있는 남한의 사정을 생각해본다면, 북한이 인터넷 세계에서 괴리된 ‘정보의 블랙홀’로 남으면서 외부 세계와 계속 이질화되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