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아니라도 괜찮아, 싱글들의 크리스마스 생존법
그 날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싱글에게 지옥과 같은 기념일인 크리스마스가. 애써 ‘그저 빨간 날일 뿐’, ‘예수님 탄생을 기념하는 기독교 명절’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소용없다. 올해도 크리스마스에는 온 시내가 행복한 커플들로 넘쳐날 것이고, 싱글들은 시린 옆구리를 달래며 긴 밤을 보내야 할 것이다.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크리스마스만 넘기면 발렌타인데이가 있는 2월까지는 그럭저럭 살만 하니까. 혼자 버틸 용기가 없다면 IT기기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각 유형별 싱글들의 크리스마스 대처법에 맞는 IT기기와 추천어플을 준비해 봤다.
1. 혼자서도 즐거워, 허세형 타입
커플만 즐거우라고 만들어놓은 날이 아니다.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싱글은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보지 말란 법이 있나? 영화평론가인척 수첩 하나 들고 가면 주변의 시선쯤은 간단히 해결된다.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다. 맨몸으로는 도저히 용기가 안나는 당신, 약간의 허세성 IT기기만 준비해주면 즐거운 싱글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추천 기기 – 미러리스 카메라
‘나는 작가다, 나는 작가다’ 자신을 세뇌시킬 시간이다. 당신은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풍경을 담고 싶은 사진작가가 되어 거리로 나선다. 필요한 건 미러리스(mirror-less, 또는 하이브리드) 카메라와 삼각대 뿐. 작가가 되어서 ‘똑딱이’를 들고 나갈 순 없고, D-SLR은 거추장스럽다. 이럴 때 미러리스 카메라가 필요한 게 아닐까.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처럼 렌즈의 교환이 가능하지만 본체 크기는 컴팩트 카메라만큼 작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올림푸스, 소니, 파나소닉,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소니의 넥스(NEX)는 올해 6월 출시 이후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미러리스 카메라 중 하나가 됐다. 최소형, 최경량이면서도 1,42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풀HD급 1080i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12월 현재 NEX-5의 인터넷 최저가는 688,700원, NEX-3의 인터넷 최저가는 660,000원이다.
추천 어플 – White Xmas
미러리스 카메라를 지를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로도 충분하다.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을 용기만 내면 된다. 하지만 혼자 찍은 사진일수록 초라해져서는 안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금상첨화겠지만, 눈이 내리지 않으면 사진에서라도 내리게 하면 된다.
‘White Xmas’는 사진 촬영 시 눈이 내리는 효과를 넣어주는 어플이다. 이와 같은 효과가 애인을 대신해 사진의 여백을 가득 채워준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추천 어플 - Fake Call Locations
“지금 뭐해?” 크리스마스에 눈치 없게 전화해서 염장을 지르는 커플들이 있다. 혼자 있다고 말하자니 왠지 없어 보이고, 거짓말을 하자니 영 내키지 않는다. 이럴 때 가짜 배경 소음을 만들어주는 어플이 있다면 꽤 도움이 된다. 시끌벅적한 나이트클럽 음악을 틀어놓고 전화를 받는다면 나도 승리자!
2008년에 나온 ‘Fake Call Locations’는 홈 파티, 번화가, 교통체증, 스포츠경기장, 나이트클럽, 술집 등 15종에 이르는 배경 소음을 구비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배경 소음을 만들 수도 있다. 단 전화를 받거나 건 후에 스피커 모드로 들어가서 어플을 실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0.99달러에 판매중이다.
2. 시간아 빨리 가라! 은둔형 타입
흔히 우스갯소리로 24일에 잠들어 26일에 일어나면 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기자가 해 본 결과) 말처럼 쉽지 않다. 중간에 깨면 괴롭고 술에 의지하면 숙취 때문에 더 괴롭다. 차라리 특정 일에 몰입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중독성 강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추천 기기 – 고성능 노트북
선호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장 중독성이 심한 ‘악마의 게임’ 중 하나가 ‘문명5’다. 한 번 시작하면 며칠이 지나가는지도 모른다고 하니 크리스마스에 하기에 가장 적합한 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조용히 은둔해서 문명5를 하려면 데스크탑보다는 노트북이 제격이다. 하지만 넷북이나 울트라씬 노트북에서는 문명5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무게와 크기가 제법 나가는 고성능 노트북이 필요하다.
데스크탑 못지 않은 게임 성능으로는 델의 에일리언웨어 M17x를 꼽을 수 있다. 인텔 코어 i7-940XM 익스트림 에디션 CPU와 두 개의 라데온 HD 5870 그래픽 칩셋이 탑재되어 강력한 게임 환경을 조성한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아수스 NX90도 나쁘지 않다. 12월 현재 에일리언웨어 M17x 익스트림 에디션의 인터넷 최저가는 4,690,600원, 아수스 NX90의 인터넷 최저가는 3,231,670원이다.
추천 어플 – 오빠 나야
‘오빠나야’는 가상의 여자친구가 영상통화를 걸어주는 어플이다. 이 어플은 지난 12월 초 공개됐을 때 하루 만에 다운로드 8만 건을 올리며 인기 어플의 반열에 올랐다. ‘오빠나야’는 미모의 여자친구 ‘미나’의 동영상이 설정한 시간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방식이다. 실제 영상통화를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제 전화가 아니므로 통신요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100여 가지의 HD동영상이 담겨 있으며 한 번 재생된 동영상은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1.99달러에 판매 중이다.
3. 부러우면 지는 거다, 파티형 타입
세상에 싱글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싱글 친구들끼리 모여 그럴싸한 파티만 벌여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질펀한 술자리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곁들여진다면 훌륭한 파티가 완성된다.
추천 기기 – 피코 프로젝터
프로젝터가 있다면 여럿이 파티를 즐기는 데 유용하겠지만, 그 크기와 무게 때문에 휴대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삼성전자 피코 프로젝터는 한 손바닥 위에 올라갈 정도로 작고 가벼워 홈 파티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제품이다. PC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IT기기에 연결할 수 있어 영화 감상, 게임, 크리스마스 캐롤 감상 등 활용도가 높다.
LED 피코 프로젝터 SP-H03은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인 210g(배터리 포함) 정도의 무게에 최대 80인치까지의 화면을 재생할 수 있다.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사진, 동영상, 음악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파일 재생에 적합하다. 가격은 38만 원 후반 대에 형성되어 있다.
추천 어플 – 대리운전 app
술자리에는 게임이 필수다. 재미있으면서도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해야 하고 진행이 빨라야 한다. 이를테면 ‘술병돌리기’나 ‘룰렛 게임’처럼 말이다. 지는 사람은 술잔을 비우거나 술값을 계산하면 된다. 도중에 만취한 사람은 대리운전을 통해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것이 좋다.
‘대리운전 app’은 서울, 수도권 전지역과 대전, 청주, 부산, 광주의 대리운전 업체와 연결해주는 어플이다. 대리운전 업체를 자신이 결정할 수 없어서 특정 업체를 밀어준다는 의혹도 있지만 어플의 속도가 빠르고 고민할 시간을 덜어줘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 어플의 차별점은 룰렛형 미니게임이 3종 탑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러는 이 게임이 재미있어서 본 기능인 대리운전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싱글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술 먹고 울거나 자책감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늘의 커플이 내일의 싱글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싱글이 내일의 커플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적’인 커플 친구를 보면서 절치부심하는 자세로 크리스마스 생존법을 익히자. 그 친구가 싱글이 되었을 때 전수해주면 아마 고마워하지 않을까.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